운동 없이도 뼈를 튼튼하게? 과학자들이 찾아낸 단백질의 비밀

“운동하면 뼈가 튼튼해진다”는 말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특히 골다공증 위험이 높은 노년층일수록 규칙적인 운동이 필수라는 말을 의사에게서 듣는다. 하지만 정작 왜 운동이 뼈를 만드는가라는 질문에는 명쾌한 답이 없었다. 그냥 “운동하면 자극을 받아서”라는 막연한 설명뿐이었다.

홍콩대학교 연구진이 이 질문에 분자 수준의 답을 찾아냈다. 운동 자극을 감지하는 ‘센서’ 역할을 하는 단백질 Piezo1을 발견한 것이다. 이 발견은 단순히 메커니즘을 밝혀낸 데서 그치지 않는다. 운동 없이도 뼈를 강화할 수 있는 치료법의 가능성을 열었다.

운동 감지 센서, Piezo1의 발견

뼈는 죽은 조직이 아니다.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분해되는 살아있는 구조다. 그 과정의 핵심에는 골수 중간엽 줄기세포(BMMSCs)라는 세포가 있다. 이 줄기세포는 두 가지 운명을 택할 수 있다. 뼈를 만드는 조골세포(osteoblasts)가 되거나, 지방 세포(adipocytes)가 되거나.

홍콩대 연구진은 Piezo1이라는 단백질이 이 선택의 스위치 역할을 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운동으로 인한 기계적 자극이 Piezo1을 활성화시키면, 줄기세포는 지방 대신 뼈 쪽으로 분화한다. 반대로 Piezo1이 없으면? 연구진이 Piezo1을 제거한 쥐 실험에서 골밀도는 감소했고 지방 세포 수는 늘어났다. 운동을 시켜도 뼈 강화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여기서 잠시 Piezo1에 대해 알아보자. Piezo1은 2010년 처음 발견된 이후 기계적 자극을 감지하는 이온 채널 단백질로 알려졌다. 세포막에 물리적 힘이 가해지면 Piezo1이 반응하여 세포 내부에 신호를 전달한다. 혈관의 혈류 감지부터 방광의 팽창 감지까지, 몸 곳곳에서 기계적 자극을 전기 신호로 바꾸는 일을 한다.

Piezo1 메커니즘
이미지 출처: Science Alert

뼈와 지방, 갈림길에서 선택하는 세포

홍콩대 연구팀을 이끈 Xu Aimin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Piezo1 경로를 활성화시키면, 운동의 혜택을 흉내낼 수 있다. 몸이 실제로 움직이지 않아도, 마치 운동을 한 것처럼 착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 말이 중요한 이유는 간단하다. 운동을 할 수 없는 사람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침대에 누워 있어야 하는 환자, 중증 관절염으로 걷기 힘든 노인, 척추 손상으로 거동이 불가능한 사람들. 이들에게 “운동하세요”라는 말은 사실상 무용하다. 하지만 Piezo1을 직접 활성화하는 약물이 개발된다면?

연구진은 마우스 실험에서 Piezo1 활성화가 운동 없이도 골밀도를 유지하고 골절 위험을 낮출 수 있음을 확인했다. 골다공증으로 인한 골절은 노년층 사망률의 주요 원인 중 하나다. 미국에서만 매년 200만 건 이상의 골다공증성 골절이 발생한다. Piezo1 기반 치료제가 현실화된다면 수백만 명의 삶이 달라질 수 있다.

운동 없이도 뼈를 강화할 수 있다면

물론 아직 갈 길은 멀다. Piezo1은 뼈만 담당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연구진도 이 점을 강조했다. Piezo1은 혈관, 방광, 폐, 심장 등 몸 전체에 분포하며 각기 다른 역할을 한다. 한 곳의 Piezo1만 활성화하고 다른 곳엔 영향을 주지 않는 약물을 만드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가능성은 열렸다. Piezo1이 뼈 형성에 개입하는 구체적인 신호 경로가 밝혀졌고, 이 경로만 타깃으로 하는 약물 개발이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 연구진은 “이 변화는 되돌릴 수 있다”고 말했다. Piezo1 제거로 인한 골밀도 감소는 Piezo1을 다시 활성화하면 회복될 수 있다는 뜻이다.

운동의 효과를 화학적으로 대체하려는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운동 알약(exercise pill)” 개발은 수십 년 전부터 과학계의 꿈이었다. 하지만 대부분 실패했거나 부작용 문제에 막혔다. 운동의 효과는 단일 경로가 아니라 수십 개의 신진대사 경로가 동시에 작용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Piezo1 기반 접근이 다른 점은, 운동 전체를 모방하려는 게 아니라 뼈 건강이라는 특정 목표에만 집중한다는 것이다.

Piezo1, 몸 곳곳에서 하는 일들

Piezo1의 역할은 놀라울 정도로 다양하다. 혈관에서는 혈류의 압력을 감지하여 혈관을 확장하거나 수축시킨다. 방광에서는 소변이 차는 것을 감지한다. 폐에서는 호흡으로 인한 압력 변화를 감지한다. 적혈구의 부피 조절에도 관여한다.

이런 광범위한 역할 때문에 Piezo1 돌연변이는 다양한 질병과 연관된다. 특정 유전자 변이는 적혈구 탈수를 일으켜 유전성 적혈구증(hereditary xerocytosis)을 유발한다. 반대로 Piezo1의 과활성은 림프관 발달 장애와 연결되기도 한다.

따라서 Piezo1을 조작하는 약물은 극도로 신중하게 설계되어야 한다. 뼈에만 작용하고 다른 조직에는 영향을 주지 않아야 한다. 이는 분명 어려운 과제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표적 약물 전달(targeted drug delivery) 기술이 발전하면서 특정 조직에만 약물을 집중시키는 방법들이 이미 개발되고 있다.

운동의 비밀은 기계적 자극에 있다. 그걸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의 차이는 크다. 운동을 할 수 있다면 계속하는 게 최선이다. 하지만 운동을 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Piezo1은 새로운 선택지가 될 수 있다. 과학은 불가능했던 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과정이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도 튼튼한 뼈를 유지할 수 있는 날이, 생각보다 가까이 와 있을지 모른다.

참고자료

※ 면책 조항

본 글은 건강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의학적 진단이나 치료를 대체할 수 없습니다. 골다공증 또는 뼈 건강 관련 문제가 있다면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찬호

교육을 전공하고 현재 피트니스 쪽에서 일한다. 흥미로운 콘텐츠를 소개할 때 제일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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