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륨을 60% 이하로 유지하면 귀가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소리 크기보다 훨씬 더 직접적인 위험이 이어버드 착용 자체에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잇달아 발표됐다. 커틴대학교(Curtin University) 건강과학 연구원 리나 웡 푸(Rina Wong Fu)는 The Conversation에서 이어버드가 귀 내부 환경을 바꾸고 세균 균형을 교란한다고 경고했다.
이어버드를 끼면 귀 내부 환경이 어떻게 바뀔까?
이어버드가 귀를 막으면 외이도의 온도와 습도가 올라간다. 귀 안쪽은 자체적인 온도 조절 메커니즘을 갖추고 있다. 외이도 벽의 미세한 털과 귀지가 온도를 조절하고 이물질을 밖으로 밀어내는 역할을 한다. 귀지는 단순한 노폐물이 아니라 피부를 촉촉하게 유지하고 감염을 막는 자가세정 시스템이다.
그런데 인이어 이어버드를 착용하면 외이도 입구가 막히면서 공기 순환이 차단된다. ‘이어 앤 히어링(Ear and Hearing)’ 저널에 따르면 이 상태가 지속되면 외이도 내부 온도가 상승한다. 운동 중 이어버드를 착용하면 땀까지 더해져 귀 안이 고온다습한 환경이 된다. ‘임상 이비인후과학(Clinical Otolaryngology)’ 저널은 높아진 습도가 귀 감염과 분비물(고름 포함) 위험을 높인다고 보고했다.
세균 균형이 무너지면 어떤 일이 생기나?
건강한 귀 속에는 세균, 곰팡이, 바이러스 등 다양한 미생물이 공존한다. 이 다양성이 병원성 균이 자리 잡기 어렵게 만드는 방어막 역할을 한다.
2024년 ‘란셋 마이크로바이옴(Lancet Microbiome)’에 발표된 연구는 보청기를 착용하는 50명과 착용하지 않는 80명의 외이도 세균을 비교했다. 결과는 명확했다. 장시간 외이도를 막고 있는 보청기 사용자들의 귀에서 세균 다양성이 유의미하게 낮게 나타났다. 세균 종류가 줄면 특정 유해균이 빈자리를 채울 여지가 생긴다. 이어버드도 보청기와 동일한 방식으로 외이도를 막기 때문에 같은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귀 감염 위험, 실제로 얼마나 높아지나?
헤드폰 사용 자체가 귀 감염 위험과 통계적으로 연관된다는 연구가 2025년 발표됐다. ‘살루드, 시엔시아 이 테크놀로히아(Salud, Ciencia y Tecnología)’에 실린 연구에서는 오버이어·인이어·온이어를 포함한 다양한 유형의 헤드폰 사용이 귀 내 곰팡이·세균 증식과 연결됐다. 특히 이어버드를 타인과 공유하는 경우 감염 위험이 더 높았다.
2017년 호주인 4,185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헤드폰 평균 사용 시간은 월 47~88시간으로 집계됐다. 이 수준의 사용 빈도라면 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무시하기 어렵다.
이어버드를 안전하게 쓰는 방법
이어버드를 완전히 끊지 않아도 된다. 몇 가지 습관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위험을 상당히 줄일 수 있다.
귀를 쉬게 한다. 하루 중 여러 시간대에 이어버드를 빼서 외이도가 환기되도록 한다. 장시간 연속 착용이 고온다습 환경을 만드는 핵심 요인이다.
정기적으로 세척한다. 주 1회 이상, 운동 후에는 반드시 이어버드와 케이스를 닦는다. 부드러운 천이나 약한 비눗물로 적신 아동용 칫솔을 이용한 뒤 종이 타올로 두드려 말리고, 충전 전 몇 시간 건조 시간을 두는 것이 좋다.
이어버드를 공유하지 않는다. 귀 내부 미생물은 개인마다 다르다. 타인의 귀에 닿은 이어버드는 외부 균을 내 귀 속으로 직접 옮기는 경로가 된다.
귀 이상 증상이 생기면 즉시 사용을 중단한다. 가려움, 발적, 분비물이 생기면 이어버드를 빼고 의사나 약사에게 상담해야 한다.
뼈전도(Bone Conduction) 헤드폰은 외이도를 막지 않고 두개골을 통해 내이에 소리를 전달하기 때문에 귀를 ‘숨 쉬게’ 하는 대안이 될 수 있다. 다만 ‘IC3IoT 2024’ 연구에 따르면 높은 볼륨에서는 뼈전도 방식도 청력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이어버드의 편리함을 포기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착용 시간, 세척 주기, 공유 여부 세 가지에 관심을 갖는 것이 귀 건강을 지키는 현실적인 시작점이다.
※ 면책 조항: 이 글은 의학적 진단이나 치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귀에 이상 증상이 지속되면 반드시 전문 의료인과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참고자료
- Earwax may increase ear infection risk in hearing aid users — Lancet Microbiome, 2024
- Headphone use and ear canal microbiome — Salud, Ciencia y Tecnología, 2025
- Here’s why you might want to clean your headphones — The Conversation, Rina Wong (Fu), Curtin Universit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