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력이 꺼지는 순간이 있다, 심리학이 알려주는 잠재력 개발법

“나는 창의적이지 않아”라고 생각해본 적 있나? 솔직히 꽤 많은 사람이 그렇다. 초등학교 미술 시간에 선생님이 무심코 던진 한 마디, 아이디어 회의에서 싸늘하게 넘어간 제안 하나. 그 순간 이후로 ‘나는 창의적인 유형이 아닌가보다’라고 스스로 결론 내려버린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 근데 심리학 연구가 말하는 건 정반대다. 창의력은 타고나는 재능이 아니라, 경험과 환경이 빚어가는 능력이다.

창의적 잠재력이 뭔지부터 알고 가자

심리학에서 ‘창의적 잠재력’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창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능력과, 창의적이고 싶다는 동기. 두 가지 모두 있어야 실제로 발동된다.

능력 쪽은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그거다. 열린 문제 앞에서 여러 각도로 아이디어를 내는 유연성, 뜻밖의 방식으로 개념들을 연결짓는 힘. 그리고 동기 쪽이 조금 더 흥미롭다. 여기엔 새로운 문제를 탐구하고 싶다는 내재적 호기심, 창의성 자체에 가치를 부여하는 태도, 그리고 “나도 창의적일 수 있다”는 자신감이 모두 포함된다.

이 자신감이 핵심인데, 타고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경험을 통해 서서히 쌓이는 거다. 창의적 자신감이 넘쳐 보이는 사람을 보면 ‘저 사람은 뭔가 다르게 태어났나봐’라고 느끼기 쉬운데, 심리학은 그 자신감 역시 만들어진 것이라고 말한다.

아이디어의 원재료는 쌓아온 경험이다

창의적 사고 능력이 어떻게 자라는지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연구가 있다. 1학년부터 12학년까지 4만 명이 넘는 학생들을 분석한 메타분석에서, 학교를 다닐수록 창의적 사고 능력이 꾸준히 향상된다는 결론이 나왔다. ‘학교가 창의력을 죽인다’는 통념과 정반대 결과다.

왜일까. 새로운 아이디어는 지식과 경험에서 자라기 때문이다. 다양한 걸 배울수록 뇌 안에 ‘아이디어 조각들’이 풍부해지고, 이 조각들이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연결될 때 창의적인 생각이 튀어나온다.

예를 들어, 금속 가공을 배운 사람은 빈 깡통의 새로운 활용법을 훨씬 다양하게 떠올릴 수 있다. 연극 수업을 들은 사람은 그 깡통으로 소품이나 효과음을 만드는 방법을 상상한다. 완전히 다른 분야의 지식이 서로 연결될 때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나오는 거다.

어른이 돼서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취미, 다른 직종 사람과의 대화, 퇴근 후 지하철에서 우연히 펼친 책 한 권 — 이런 경험들이 계속해서 창의적 사고의 재료가 된다. 경험의 폭이 넓을수록, 아이디어의 원재료도 풍부해진다.

비판 한 마디가 창의력의 불을 끈다

그럼 왜 그렇게 많은 사람이 “나는 창의적이지 않아”라는 결론에 도달하는 걸까.

심리학에는 ‘창의적 모르티피케이션(creative mortification)’이라는 개념이 있다. 아리조나 주립대학교의 론 베게토 교수가 연구한 것으로, 단 한 번의 가혹한 비판이 창의적 도전 욕구를 영구적으로 꺾을 수 있다는 거다. 상담실에서 꽤 자주 목격하는 패턴이기도 하다.

학교나 직장처럼 중요한 공간에서, 믿었던 사람에게 받은 한 마디가 결정적이다. “그게 아이디어야?”라는 냉담한 반응 하나, 팀 회의에서 흘러간 싸늘한 침묵 하나. 그 이후로 뇌는 ‘이 환경에서 창의성은 환영받지 못한다’는 메시지를 무의식적으로 흡수하기 시작한다. 이건 재능이 없어서가 아니라, 암묵적 학습의 결과다.

반대 방향도 작동한다. 팀장이나 선배가 “네 아이디어 기대돼”라고 먼저 기대를 표현해줄 때, 실제로 창의적 자신감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저 사람이 날 믿으니까, 나도 해볼 수 있겠지’라는 식의 암묵적 학습이다. 주변의 기대가 창의적 잠재력에 생각보다 훨씬 큰 영향을 미친다.

창의력을 다시 켜는 방법 3가지

창의적 잠재력은 고정된 게 아니다. 지식과 경험이 쌓이고, 자신감이 회복될수록 다시 자라난다. 심리학자들이 제안하는 시작점은 생각보다 작다.

① 스스로에게 탐색의 허락을 주기 “오늘은 그냥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내봐야지”라는 의도를 명확히 갖는 것만으로 달라진다. 결과를 평가받을 준비가 아니라, 탐색하겠다는 신호를 뇌에 먼저 보내는 것이다. 판단은 나중에, 가능성부터 열어두는 거다.

② 아이디어는 무조건 여러 개 내기 처음 떠오른 아이디어는 거의 항상 제일 창의적이지 않다. 스스로에게 3개, 5개, 10개를 요구해보자. 개수를 정해두는 것만으로 뇌에 ‘탐색 모드’가 켜진다. 여러 개를 내다 보면 그 안에서 의외의 아이디어가 슬며시 나온다.

③ 방향이 바뀌는 것을 실패로 보지 않기 창의적인 과정은 직선이 아니다. 중간에 아이디어가 바뀌고, 처음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이 오히려 창의성의 증거다. 이 과정을 ‘실패’로 받아들이면 창의적 탐구 자체가 위축된다. 방향이 바뀌었다는 건 더 나은 답을 찾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창의력은 발견하는 게 아니라 쌓아가는 거다. 꺼진 줄 알았던 창의력도, 다시 켜는 방법은 있다. 오늘 딱 하나만 해볼 것: 판단 없이 아이디어 하나를 메모해보기. 핸드폰 메모 앱 열기, 어렵지 않잖나.

Photo by cottonbro studio on Pexels

이수진

심리연구소에서 심리상담사 겸 콘텐츠 마케터로 일한다. 가끔 코딩도 하고.

댓글 남기기

※ 본 글에 사용한 모든 이미지는 별도 표시가 없으면 Freepik에서 가져온 이미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