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트너 없으면 뭔가 부족한 것 같지 않아?” 상담실에서, 또 일상에서 진짜 자주 듣는 말이다. 근데 여기서 반전이 있다. 심리학 연구가 쌓일수록 싱글 라이프에서 더 건강한 몸과 마음을 발견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혼자 사는 게 차별이 된다: 싱글리즘을 아는가
싱글을 10년 이상 연구한 캐나다 사이먼 프레이저 대학교 심리학과 유티카 거미 교수는 싱글 라이프를 다음과 같이 폭넓게 정의한다. 결혼 경험이 없거나, 이혼·사별 후 혼자 사는 경우, 가볍게 만나는 관계까지 포함한다. 그리고 이렇게 연구해온 결과, 싱글에게는 남들이 잘 모르는 차별이 존재한다는 걸 발견했다.
이걸 ‘싱글리즘(singlism)’ 이라고 부른다. 커플에게는 주어지는 세금 혜택이나 건강보험 혜택을 싱글은 받지 못하거나, 회식·모임에서 자연스럽게 빠지게 되거나, “넌 싱글이니까 야근 좀 더 해도 되지”라는 암묵적 기대를 받는 것. 차별이라고 하기엔 너무 일상적이고, 그냥 넘기기엔 분명히 존재한다.
심리학에서는 이런 차별과 사회적 지지 부족이 싱글의 삶의 만족도를 실제로 낮춘다고 본다. 재밌는 건, 싱글 남성과 싱글 여성 모두 비슷한 수준의 차별을 경험하지만 여성 싱글이 이 불편함을 더 공개적으로 이야기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더 말하고 싶지만 꾹 참겠다.)
파트너 없어도 심장은 튼튼할 수 있다
“혼자 살면 고독해서 건강에 안 좋다”는 말, 자주 듣지 않나? 사실 이건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고독이 건강에 나쁜 건 사실이지만, 고독은 파트너의 유무와 별개 문제다. 싱글이라고 고독한 게 아니다.
70세 이상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가까운 친구나 가족과 깊은 관계를 맺은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심혈관 질환 위험이 최대 30%까지 감소했다. 핵심은 ‘파트너’가 아니라 ‘친밀한 관계’였다. 연인이 없어도 친한 친구 몇 명, 가족과의 탄탄한 연결이 있다면 심장은 충분히 건강해질 수 있다.
이 연구를 보고 나서 나도 오랜 친구들에게 더 자주 연락하게 됐다. 뭔가 이기적인 이유지만 그러면 어때. 심장 건강을 위한 투자다.
자기 자신의 컵을 채우는 자유
유티카 거미 교수가 10년 넘게 싱글을 연구하며 가장 강조하는 것이 있다. 싱글 상태가 단순히 “파트너를 찾는 과도기”가 아니라, 스스로를 진짜로 채울 수 있는 강력한 기회라는 점이다.
“싱글 라이프는 자신에게 진정으로 중요한 것들을 추구할 수 있는 시간이에요. 어떤 사람에게는 교육과 커리어, 또 어떤 사람에게는 여행이나 영성 탐구가 될 수 있어요.”
심리학에서는 이걸 자기결정이론(Self-Determination Theory) 으로 설명한다. 외부의 기대가 아니라 자신 내부에서 나오는 동기로 삶을 채울 때 사람은 훨씬 더 높은 웰빙 수준을 경험한다. 파트너십이 삶의 일부가 될 수 있지만, 싱글일 때야말로 그 내적 동기를 순수하게 탐색할 기회가 있다. 흥미롭게도 연구에 따르면 성적으로 만족도가 높은 싱글은 오히려 연애를 덜 원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내 삶이 충분히 채워져 있으면 빈자리를 찾지 않는다는 것.
식단도 운동도, 내 기준으로
싱글 라이프의 실용적 이점도 연구가 뒷받침한다. 2022년 Evolutionary Psychological Science 연구에서 싱글 참가자들은 혼자 사는 것의 장점으로 “내가 먹고 싶은 걸 내가 정할 수 있다”를 꼽았다.
파트너의 취향에 맞춰 맞추지 않아도 된다. 혼자라면 저녁에 두부김치와 나물 반찬을 먹어도 누구도 뭐라 하지 않는다. 이게 사소해 보이지만, 심장 건강에 좋은 채소 중심 식단을 꾸준히 유지하는 데 실질적인 영향을 미친다. 캐나다 영양사 트리스타 찬은 통곡물, 콩류, 견과류, 베리류를 기본으로 한 항염증 식단을 추천하는데, 혼자 장 볼 때는 이런 재료를 내 기준으로 고르기가 훨씬 쉽다.
운동도 마찬가지다. 파트너와 스케줄을 조율하거나 눈치를 볼 필요 없이 내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운동을 할 수 있다. 꾸준한 신체 활동이 심혈관 건강과 사망 위험에 미치는 영향은 이미 수천 건의 연구로 입증된 사실이다.

오늘 당장 해볼 수 있는 것
싱글이든 아니든, 이 연구들이 말하는 핵심은 하나다. 관계의 질과 자기결정권이 건강의 핵심이라는 것.
- 친밀한 관계 챙기기 — 파트너가 없어도 친한 친구 한두 명에게 이번 주 먼저 연락해봐라. 심장에 진짜 좋다는 게 연구로 증명됐다.
- 내 기준 식단 시작하기 — 오늘 저녁, 다른 사람 눈치 보지 않고 내 몸이 진짜 원하는 걸 먹어봐라. 채소 한 접시도 충분하다.
- ‘싱글리즘’ 인식하기 — 혼자 사는 사람에게 더 많은 것을 암묵적으로 요구하는 상황이 주변에 있다면 그게 차별이라고 이름 붙여봐라.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꽤 많은 게 달라진다.
혼자를 선택했거나, 상황이 그렇게 됐거나. 어느 쪽이든 솔로 라이프가 건강하고 충분한 삶이 될 수 있다는 건 이제 연구로도 충분히 증명됐다. 마침 주말이 다가오고 있으니 친한 친구한테 연락해보는 게 지금 딱 좋은 타이밍일지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