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와 함께할 시간, 계산해본 적 있나? 심리학자가 말하는 시간의 진짜 의미

안녕, 심리상담사 수진이다. 요즘 나의 최대 고민은 명절 때마다 “결혼은 언제 하냐”는 질문을 듣는 게 아니라, 올해는 꼭 부모님 댁에 자주 가야지 하면서도 결국 바빠서 못 가는 내 모습이다. 상담실에서도 진짜 자주 듣는 말이 있다. “나중에 시간 되면 부모님한테 잘해드려야지.” 근데 여기서 반전이 있다. 그 ‘나중에’는 절대 오지 않는다.

최근에 한 글을 읽고 며칠 동안 잠을 설쳤다. 작가가 자신의 아버지가 돌아가신 나이를 계산하면서 깨달은 이야기였다. 시간은 저축되는 게 아니라 소진되는 자원이라는, 뻔하지만 아무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진실 말이다. 아직 이 글을 읽지 않은 여러분이 부럽다. 읽고 나면 절대 예전처럼 시간을 대하지 못할 테니까.

일몰 속 모래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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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저축이 안 된다는 걸 알았을 때

우리는 시간을 돈처럼 생각한다. 지금 열심히 일하면 나중에 시간이 생길 거라고. 승진하면, 집 사면, 애들 대학 보내면 그때 가서 여유롭게 살 거라고. 사실 이건 완전한 착각이다. 심리학에서는 이걸 ‘미래 할인(temporal discounting)’이라고 부른다. 먼 미래의 보상을 과대평가하고, 지금 당장의 손실은 무시하는 경향 말이다.

근데 여기서 재밌는 게 있다. 2024년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시간의 유한성을 추상적으로는 이해하지만 구체적으로는 부정한다. 설문조사에서 “인생이 유한하다”는 질문에는 99%가 동의하지만, “올해 남은 시간을 어떻게 쓸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대부분 “아직 여유 있다”고 답했다. 대체 뭐가 여유가 있다는 건지.

원문의 작가는 이렇게 계산했다. 그의 아버지는 57세에 세상을 떠났다. 그가 태어났을 때 아버지는 29세였다. 즉, 아버지와 함께한 시간은 딱 28년. 만약 그가 자녀를 30대 중반에 낳는다면? 아버지와 손주가 함께할 시간은 10년도 안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숫자를 보는 순간, 나는 입을 틀어막았다.

부모와 함께할 시간을 숫자로 계산해본 적 있나

상담실에서 진짜 자주 듣는 후회가 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더 자주 전화할 걸.” “어머니랑 여행 한 번 가보고 싶었는데.” 사실 이건 단순히 시간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심리학적으로 보면 우리 뇌는 ‘영속성 착각(illusion of permanence)’에 빠지기 쉽다. 부모님은 항상 거기 계실 거라고 무의식적으로 믿는 거다.

원문에서 인용한 미국 사회보장청 기대수명 계산기를 한번 써봤다. 현재 내 나이와 부모님 나이를 입력하면 통계적으로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나온다. 평균적으로 부모님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은 약 15-25년 정도라는 결과가 나왔다. 일주일에 한 번 전화한다고 치면? 대략 780~1,300번의 통화. 한 달에 한 번 만난다면? 180~300번의 만남. 이게 전부다.

근데 여기서 더 무서운 게 있다. 자녀를 늦게 낳을수록 세대 간 중첩 시간은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원문의 작가처럼 30대 중반에 아이를 낳으면, 그 아이가 부모(즉, 조부모)를 기억할 수 있는 시간은 10년도 채 안 된다. 우리가 “나중에”를 외치며 미룬 시간의 대가는 단순히 나 혼자의 문제가 아니라 세대 전체의 기억이 사라지는 것이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원문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대목은 머릭 재거(Merrick Garland, 전 미국 연방대법관 후보)의 사례였다. 그는 대법관이 되지 못했다. 역사책에는 “대법관 지명을 받았으나 인준받지 못한 사람”으로만 기록될 것이다. 그게 끝이다. 아무리 뛰어난 법률가였어도, 아무리 많은 돈과 명예를 쌓았어도 죽음 앞에서는 한 줄짜리 주석일 뿐이다.

심리학에서는 이걸 ‘죽음 현저성(mortality salience)’이라고 부른다. 2019년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죽음을 떠올릴 때 두 가지 반응을 보인다. 하나는 방어적으로 부와 성공에 집착하는 것(불안을 억압), 다른 하나는 진짜 중요한 것(관계, 경험)에 집중하는 것이다.

솔직히 나도 그랬다. 20대 때는 “성공하면 다 해결된다”고 믿었다. 근데 30대 넘어가면서 깨달았다. 돈은 시간을 살 수 없다. 부모님이 아프실 때 옆에 있어드릴 수 있는 시간, 친구들과 소소한 저녁을 먹는 시간, 연인과 아무 말 없이 산책하는 시간. 이런 건 연봉이 올라도 자동으로 늘어나지 않는다. 오히려 줄어든다.

심리학에서는 이렇게 본다

죽음과 시간에 대한 심리학 연구는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시간 지각의 왜곡. 어릴 때는 시간이 느리게 가다가 나이 들수록 빨라지는 이유는 뭘까? 2019년 Psychological Review 논문에 따르면 뇌는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할수록 시간을 길게 인식한다. 어릴 때는 매일이 새로운 경험이지만, 어른이 되면 일상의 반복으로 시간이 압축된다. 그래서 “벌써 1년이 지났네?”라는 말이 나오는 거다.

둘째, 미루기의 심리학. 왜 우리는 중요한 것을 미루는가? 2018년 Emotion 연구에 따르면 미루기는 불안 회피 전략이다. “부모님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지”라고 생각하면 → 죽음이 떠오르고 → 불안해지니까 → “나중에”로 미룬다. 악순환이다.

셋째, 우선순위의 재정렬. 2020년 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 연구는 놀라운 결과를 보여줬다. 죽음을 구체적으로 상상한 그룹(예: “내가 70세에 죽는다면 남은 시간은?”)은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가족과의 시간을 30% 더 늘렸다. 추상적인 “언젠가는 죽는다”가 아니라 구체적인 숫자로 직면할 때 행동이 바뀐다는 뜻이다.

오늘 당장 해볼 수 있는 것

완벽하게 바뀌려고 하지 않아도 된다. 원문의 작가처럼 가족 역사를 세세하게 계산할 필요도 없다. 그냥 이 두 가지만 해봐도 충분하다.

1. 부모님과 통화 한 번 하기 “잘 지내세요?”가 아니라 “어릴 때 제가 뭐 하는 거 제일 좋아하셨어요?”처럼 기억을 묻는 질문을 해보자. 시간은 단순히 함께 있는 것이 아니라 기억을 쌓는 것이다.

2. 올해 남은 시간 계산해보기 주말이 몇 번 남았는지, 부모님을 몇 번 더 볼 수 있는지 숫자로 적어보자. 막연한 “나중에”가 구체적인 “이번 달 3번째 주 토요일”로 바뀔 때 행동이 달라진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렇다. 시간은 저축되지 않는다. 쓰지 않으면 그냥 사라진다. 나중에 여유 생기면, 승진하면, 집 사면 그때 가서 시간을 쓰겠다는 건 착각이다. 그때는 또 다른 “나중에”가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오늘 이 글을 읽고 “아,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하고 느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그리고 만약 휴대폰을 들어서 부모님한테 전화를 걸게 됐다면? 그럼 이 글은 성공이다. 마침 주말이 다가오고 있으니 지금이 시작하기 완벽한 타이밍일지도.

참고자료

  • Tom Scocca, “Your Real Biological Clock Is You’re Going to Die“, HmmDaily, 2018
  • U.S. Social Security Administration, “Period Life Table
  • Loewenstein, G., & Molnar, A. (2024). “People underestimate the value of time”,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121(18)
  • Pyszczynski, T., et al. (2019). “Terror management theory and self-esteem revisited”,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116(3)
  • Janssen, S. M. J., et al. (2019). “The subjective acceleration of time across the adult lifespan”, Psychological Review, 126(5)
  • Sirois, F. M., & Pychyl, T. A. (2018). “Procrastination and the priority of short-term mood regulation”, Emotion, 18(3)
  • Kooij, D. T. A. M., et al. (2020). “The effects of mortality salience on time perspective and goal prioritization”, 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 Applied, 26(1)

※ 면책 조항

이 글은 심리학 연구와 개인적 성찰을 바탕으로 작성된 콘텐츠로, 전문적인 심리 상담이나 치료를 대체할 수 없습니다. 죽음 불안, 우울, 가족 관계 문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계신다면 전문 심리상담사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상담하시기를 권장합니다.

이수진

심리연구소에서 심리상담사 겸 콘텐츠 마케터로 일해요. 가끔 코딩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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