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선(胸腺)은 오랫동안 성인에게 ‘다 쓴 기관’으로 여겨져 왔다. 사춘기가 지나면 점차 지방 조직으로 대체되며 쪼그라드는 모습이 “더 이상 필요 없다는 신호”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2026년 3월 ‘네이처'(Nature)에 동시 게재된 두 편의 연구가 이 통념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흉선은 노년까지도 수명, 암 발병, 심혈관질환 위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흉선이란 무엇이며 왜 ‘잊힌 기관’이 됐나
흉선은 심장 위, 흉골 바로 뒤에 자리 잡은 소기관이다. 이 기관의 핵심 임무는 T세포(T lymphocyte) 생산이다. T세포는 바이러스, 세균, 암세포를 공격하는 면역 반응의 중추 역할을 한다. 흉선은 태아기부터 사춘기까지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며 이 시기에 면역 기억의 기틀을 다진다.
문제는 그 이후다. 성인이 되면 흉선은 서서히 지방 조직으로 채워지며 크기가 줄어든다. 과학계는 이 변화를 “역할이 끝난 기관의 자연스러운 퇴화”로 해석했고, 그 결과 성인 흉선 연구는 수십 년간 주변부에 머물렀다. 하지만 흉선을 외과적으로 제거한 환자들이 수년 뒤 더 나쁜 건강 결과를 보인다는 매사추세츠 종합병원(MGH)의 보고는 이 통념에 균열을 내기 시작했다.
AI가 2만 7천 명 CT에서 발견한 것
이번 연구를 주도한 것은 매스 제너럴 브리검(Mass General Brigham) 소속이자 하버드 의대·마스트리흐트대 교수인 휴고 에르츠(Hugo Aerts) 연구진이다. 연구팀은 인공지능을 활용해 약 2만 7천 건의 CT 스캔과 의료 기록을 분석했다. 단일 데이터셋으로는 흉선 연구 사상 최대 규모다.
AI 분석에서 가장 두드러진 발견은 개인 간 ‘흉선 건강’의 편차가 매우 크다는 점이었다. 에르츠 교수는 “일부 사람들은 아주 고령까지도 흉선이 활발하게 유지됐고, 다른 사람들은 비교적 젊은 나이에 빠르게 쇠퇴했다”고 밝혔다. 나이, 성별, 흡연 여부 등 주요 변수를 보정한 뒤에도, 흉선이 건강한 그룹은 폐암과 심혈관질환 발병률이 낮았고 전체 사망률도 더 낮게 나타났다.
흉선이 건강한 사람은 실제로 더 오래 살까
연구에서 흉선 건강은 단순한 기관 크기가 아니라 CT 이미지를 통해 AI가 포착한 복합적인 조직 상태 지표로 정의됐다. 이 지표가 높은 사람들은 체내 염증 수치도 낮은 경향을 보였다.
스페인 국가연구위원회(CSIC) 면역학자이자 콜롬비아대 방문교수인 마리아 미텔브루나(María Mittelbrunn)는 “점점 많은 연구들이 면역 기능, 특히 T세포 매개 면역이 건강한 노화의 핵심 결정 요인이라는 생각으로 수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이번 연구가 확인한 것은 상관관계이지 인과관계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흉선 건강이 수명을 직접 연장하는 것인지, 전반적으로 건강한 사람이 흉선도 좋은 상태를 유지하는 것인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미텔브루나 교수는 “다른 장기들도 비슷한 패턴을 보일 수 있다”고 덧붙이며 흉선 단독 효과로 단정짓기에는 이르다고 경계했다.
면역항암치료 성적도 흉선이 좌우한다
같은 날 ‘네이처'(Nature)에 게재된 두 번째 연구 역시 에르츠 연구진의 작업이다. 이 연구는 면역항암치료(immunotherapy)를 받은 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흉선이 더 건강한 환자가 치료 성과도 더 좋다는 결과를 보고했다.
면역항암치료는 T세포를 활성화해 암세포를 공격하는 방식이다. 흉선이 성인에서도 T세포 기능 유지에 기여한다면, 이 치료법의 효과를 예측하는 새로운 지표가 될 수 있다. 에르츠 교수는 두 연구를 종합하며 “거의 잊혀진 기관이었던 흉선이 평생 우리 건강에서 매우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두 편의 연구가 동시에 가리키는 방향은 분명하다. 면역계가 노화 속도를 결정하는 핵심 변수라는 것이다. 흉선을 직접 측정하거나 강화할 수 있는 임상적 방법은 아직 확립돼 있지 않다. 다만 만성 염증을 낮추는 생활 방식, 규칙적인 운동, 수면, 식단 관리가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곳—흉선 안에서도—영향을 미치고 있을 수 있다는 시사점은 남는다.
참고자료
- Thymus health is linked to long-term outcomes — Aerts et al., Nature, 2026
- Thymus health predicts immunotherapy response — Aerts et al., Nature, 2026
- This overlooked organ may be more vital for longevity than scientists realized — Scientific Americ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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