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미디어 중독인 줄 알았는데, 뇌가 설계된 겁니다

2024년 미국 조사에서 성인 3명 중 1명이 매일 둠스크롤을 한다고 답했습니다. 정보도 아니고, 딱히 재미있지도 않은데 계속 피드를 넘기고 있는 그 상태. 아마 이 글을 읽는 분 중에도 오늘 그런 순간이 있었을 겁니다. (저도 솔직히 있었습니다.)

손가락이 알아서 스크롤을 내리고 있다

볼 생각이 없었는데, 어느 순간 인스타그램 피드를 넘기고 있습니다. “그만해야지” 하면서도 엄지는 멈추지 않습니다. 30분이 지나야 비로소 폰을 내려놓게 됩니다.

미국 소아과학회(AAP) 자료에 따르면 10대 청소년은 하루 평균 약 1.5시간을 소셜미디어에 씁니다. 밀레니얼과 Z세대는 더 많습니다. 성인도 예외가 아닙니다.

그런데 이게 단순히 의지력 문제일까요. 아니면 구조적인 이유가 있는 걸까요. 끝없는 피드, 자동재생, 알림 — 이 설계에는 의도가 있습니다.

소셜미디어는 슬롯머신처럼 작동한다

스탠퍼드대 청소년 회복 클리닉을 이끄는 브래들리 지커먼 교수는 소셜미디어를 슬롯머신에 비유합니다.

“언제 좋은 게 나올지 모르니까 계속 당기는 겁니다. 좋아요, 팔로워, 새 콘텐츠 — 전부 같은 원리입니다.”

여기서 핵심은 도파민입니다. 도파민은 ‘즐거움’을 주는 게 아니라, ‘기대감’에 반응합니다. 좋아요가 몇 개 달렸나 확인하는 순간, 뇌는 슬롯머신 레버를 당길 때와 비슷하게 작동합니다. 예측 불가한 보상이 반복될수록 그 행동은 더 강화됩니다.

끝없는 피드는 우연이 아닙니다. “의도적이었든 아니든, 중독되도록 설계된 구조”라고 지커먼 교수는 말합니다. 소셜미디어 기업들은 사용자의 시간을 최대한 붙잡도록 설계된 알고리즘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과학자들도 ‘중독’이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흥미로운 부분이 있습니다. 이 문제를 연구하는 전문가들조차 ‘중독’이라는 단어를 놓고 의견이 갈립니다.

AAP 디지털 웰빙 센터의 제니 래드스키 박사는 다른 시각을 제시합니다. 소셜미디어의 과도한 사용이 문제적 행동일 수 있지만, 알코올이나 니코틴 중독과 동일한 개념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겁니다.

그래서 AAP가 권장하는 대안 용어가 있습니다. ‘문제적 인터넷 사용(problematic Internet use)’입니다. 낙인 없이 실제로 해로운 패턴을 구분하자는 취지입니다.

연구 자체도 쉽지 않습니다. 자기 보고 방식은 주관적이고, 폰 데이터만으로는 전체 그림을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뇌 MRI로 확인하면 더 정확하겠지만, 그건 실제 사용 환경을 반영하지 못합니다. 소셜미디어와 정신 건강에 관한 연구 결과가 뒤죽박죽으로 보이는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그럼 얼마나 써야 ‘적당한’ 수준인가

2024년 호주 학생 10만 명 이상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는 의외였습니다. 방과 후 소셜미디어를 주 12.5시간 이하로 쓴 청소년이, 전혀 안 쓰는 그룹보다 오히려 웰빙 점수가 높았습니다. 소셜미디어가 또래와의 연결을 돕는 긍정적 역할을 하기도 한다는 겁니다.

반면, JAMA에 발표된 다른 연구에서는 1만 2천 명 아동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소셜미디어 사용 증가가 이듬해 우울 증상 증가와 상관있다고 밝혔습니다. 흥미로운 건, 반대는 성립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우울한 아이들이 소셜미디어를 더 많이 쓰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결국 ‘얼마나’보다 ‘어떻게’가 더 중요합니다. 래드스키 박사가 우려하는 건 시간이 아니라, 멍하니 스크롤하며 통제권을 잃어가는 상태입니다. “뇌를 쉬게 하려고 시작했다가 끌려다니게 되는” 그 순간이요.

결론은, 소셜미디어가 나를 쓰는 건지 내가 소셜미디어를 쓰는 건지를 구분하는 게 먼저라는 겁니다. 스크롤을 멈춘 이유가 ‘다음 게 궁금해서’인지, ‘충분히 봤다’는 선택인지 — 딱 한 번만 돌아봐도 달라집니다.

김노마

🧠 뇌과학자. 습관연구가.
뇌과학과 행동경제학을 연구한다. 책을 좋아하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을 즐긴다. 자기계발과 라이프해킹 관련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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