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젬픽 먹을수록 왜 더 안 움직이나 — 753명 연구가 밝힌 것

살이 빠지면 몸이 가벼워지고, 더 많이 움직이게 된다. 당연한 말처럼 들린다. 그런데 2026년 내분비학회 연례 학술대회(ENDO 2026)에서 발표된 연구는 이 상식을 정면으로 뒤집었다. 오젬픽을 비롯한 GLP-1 약물 복용자들은 체중이 줄어든 뒤에도 더 많이 움직이지 않았다. 오히려 덜 움직였다.

여기서 잠시 — GLP-1이 살을 빼는 방식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수용체 작용제는 원래 당뇨 치료제로 개발된 약물군이다. 세마글루타이드(오젬픽·위고비), 티르제파타이드(마운자로·젭바운드), 리라글루타이드, 두라글루타이드가 여기에 속한다. 식욕을 억제하고 위에서 음식이 배출되는 속도를 늦춰 섭취량을 줄이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체중 감량 효과가 확인되면서 비만 치료제로도 폭넓게 처방되기 시작했다. 효과는 분명하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살은 빠졌는데, 걸음 수도 빠졌다

연구팀은 미국국립보건원(NIH)의 All of Us 연구 프로그램 데이터를 활용했다. 이 프로그램은 전자 의무 기록과 웨어러블 기기 데이터를 결합한 대규모 코호트다. GLP-1 약물을 시작한 비만 성인 1,950명 중 Fitbit 데이터가 충분한 753명을 최종 분석했다. 평균 나이 52.7세, 78.6%가 여성이었다.

복용 전후 비교 결과는 명확했다. 하루 평균 걸음 수는 5,047보에서 4,487보로 줄었다. 중등도~격렬 신체활동(MVPA) 시간은 28분에서 22분으로, 약 21% 감소했다. 감소 폭은 남성과 관절·근육 통증을 보고한 사람에게서 가장 컸다. 나이나 심부전·뇌졸중 이력은 결과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

“살이 빠지면 자연스럽게 더 활동적이 될 거라고 많은 사람이 가정하지만, 우리 연구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줬다.” 연구 책임자인 사자나 마하르잔 박사(HSHS St. John’s Hospital)의 말이다. 이 연구는 GLP-1 복용자의 신체 활동 변화를 웨어러블 기기 데이터로 추적한 첫 번째 대규모 사례로 평가된다.

지방과 함께 근육도 사라진다

체중계 숫자만 보면 순조롭다. 그런데 GLP-1 약물은 지방만 빼지 않는다. 근육량(lean muscle mass)도 함께 감소시킨다는 점이 문제다. 근육은 기초대사율을 유지하고 일상 동작을 가능하게 하는 바탕이다. 근육이 줄면 같은 활동을 해도 더 빨리 지친다. 활동량 감소가 근육 손실을 가속화하는 악순환이 만들어진다.

야구 투수가 체중을 줄였는데 구위가 함께 떨어진다고 상상해보자. 몸이 가벼워졌지만 던지는 힘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GLP-1 약물도 비슷하다. 살과 함께 근력의 원천도 빠져나간다. 헬스장에서 오젬픽으로 10kg 뺐다는 사람 이야기를 들으면 선뜻 부럽다. 그런데 그 다음 이야기, 근육이 같이 빠졌다는 말은 잘 들리지 않는 법이다.

그래서 운동이 더 필요한 역설

“이 약물을 복용하는 사람에게 운동은 선택이 아니다. 비만 치료에서 약물과 함께 신체 활동을 의도적으로 촉진하는 개입이 필요하다.” 마하르잔 박사의 결론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식욕을 억제해주는 약을 먹을수록 더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특히 저항 운동 — 스쿼트, 데드리프트, 팔굽혀펴기 같은 근력 운동 — 이 근육 손실을 늦추는 데 가장 효과적이라는 근거가 쌓이고 있다. GLP-1 약물 복용 중이라면 걷기·달리기 같은 유산소 외에 근력 운동의 비중을 높이는 전략이 현명하다. 퇴근 후 동네 공원에서 맨몸 운동 20분, 주말 헬스장 한 번이 약이 채우지 못하는 빈자리를 메운다.

오젬픽은 시작점이다. 몸무게를 낮춰주는 도구이지, 건강한 몸을 완성해주는 도구가 아니다.

약은 몸의 문을 열어줄 뿐이다. 그 문 안으로 걸어 들어가는 건 당신이다.

※ 면책 조항: 이 글은 정보 제공 목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GLP-1 계열 약물 복용 여부 및 운동 계획은 반드시 의사와 상담 후 결정하시기 바랍니다.

찬호

교육을 전공하고 현재 피트니스 쪽에서 일한다. 흥미로운 콘텐츠를 소개할 때 제일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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