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세포는 늙을수록 사라진다? 슈퍼에이저 해마는 달랐다

나이가 들면 뇌세포는 죽기만 한다고 배웠다. 더 이상 새로운 세포가 생기지 않는다고. 그런데 최근 Nature에 발표된 연구가 이 상식을 정면으로 뒤집었다. 특정 사람들의 뇌에서는 노년에도 뉴런이 계속 자라고 있었다. 그것도 또래보다 두 배나.

나이 들수록 기억력이 흐릿해지는 게 자연스러운 걸까

50대가 되면 주차장에서 차를 어디 세웠는지 잊는다. 60대가 되면 방금 들은 이름을 헷갈린다. 대부분은 이걸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원래 나이 들면 그렇지 뭐.”

그런데 이 생각이 착각일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우리가 ‘정상적 노화’라고 부르는 것이 사실은 막을 수 있는 현상일지 모른다는 이야기다.

인간의 뇌는 한때 완성형이라고 여겨졌다. 태어날 때 가진 뇌세포가 죽을 때까지 줄어드는 게 전부라는 것이다. 1998년 성인 뇌에서도 새 뉴런이 생긴다는 연구가 나왔지만 논쟁은 계속됐다. 이번 연구는 그 논쟁에 꽤 강력한 마침표를 찍었다.

38개의 뇌를 열어보니, 슈퍼에이저는 달랐다

일리노이대 시카고 연구팀은 사망 후 기증된 38개의 인간 뇌를 분석했다. 20~40대 청년, 60~93세 정상 노인, 86~100세 슈퍼에이저(초고령에도 기억력이 탁월한 사람들), 그리고 알츠하이머 전임상·진단 그룹까지. 해마에서 세포핵 35만 5,997개를 분석해 신경 생성의 3단계를 추적했다. 줄기세포에서 신경모세포, 미성숙 뉴런까지.

결과는 놀라웠다.

슈퍼에이저의 해마에서 미성숙 뉴런이 또래 정상 노인보다 약 두 배 많이 발견됐다. 연구 책임자 올리 라자로프 교수는 “슈퍼에이저의 뇌는 더 높은 신경 가소성을 보인다. 이는 신경 생성이 실제로 인지 회복탄력성의 기반임을 보여주는 실증적 증거”라고 말했다.

유전자 분석에서도 슈퍼에이저의 신경 세포는 시냅스 연결이 더 강하고, 뇌유래 신경영양인자(BDNF) 활동이 더 활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BDNF는 뉴런을 살리고 키우는 단백질이다. 슈퍼에이저의 뇌는 더 유연하고 더 잘 회복된다.

알츠하이머는 증상이 나타나기 훨씬 전에 시작된다

이 연구에서 더 불편한 사실도 드러났다.

알츠하이머 진단 그룹은 신경 생성이 눈에 띄게 감소했다. 이건 예상 가능한 결과였다. 그런데 아직 증상이 없는 전임상 그룹에서도 이미 신경 생성 지원 시스템이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점이 핵심이었다.

증상이 보이기 전에 뇌는 이미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다. 노스웨스턴대 타마르 게펀 교수는 “슈퍼에이저의 뇌가 더 가소적이라는 생물학적 증거이자, 해마의 젊은 뉴런이 인지 탄력성에 기여한다는 실제 발견”이라고 평가했다.

문제는, 당신이 지금 어느 궤적 위에 있는지 느끼기 어렵다는 것이다.

뇌세포를 계속 새로 만드는 사람들의 공통점

슈퍼에이저들이 어떻게 신경 생성을 유지하는지는 아직 연구 중이다. 연구팀도 “환경적·생활 요인이 뇌 노화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신경 생성을 촉진하는 요인들은 기존 뇌과학 연구에서 꽤 명확하게 축적돼 있다.

유산소 운동이 가장 강력하다. 빠른 걷기나 가벼운 달리기만으로도 해마에서 BDNF 분비가 늘어나고 신경 생성이 촉진된다는 연구는 수십 건에 달한다. 퇴근길 한 정거장 걷기도 충분하다.

수면도 빠질 수 없다. 숙면 중에 뇌는 노폐물을 청소하고 낮에 만든 신경 연결을 정착시킨다. 새벽까지 야근한 다음 날 기억력이 흐릿한 건 기분 탓이 아니다.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도 효과가 있다. 외국어, 악기, 낯선 동네 탐방처럼 뇌에 적당한 자극을 주는 활동이 해마를 깨운다.

결론은 이렇습니다. Nature에 게재된 이 연구의 제1저자 아흐메드 디수키는 “노화하는 뇌가 쇠퇴하도록 정해진 것이 아님을 이 연구가 보여준다”고 했다. 뇌는 고정된 기관이 아니다. 슈퍼에이저를 슈퍼에이저로 만드는 것, 그건 타고난 유전자보다 지금 이 순간의 선택에 달렸을지 모릅니다. 오늘 퇴근 후 한 정거장 일찍 내려보시길.

김노마

🧠 뇌과학 ・ 습관연구가.
뇌과학과 행동경제학을 연구한다. 책을 좋아하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을 즐긴다. 자기계발과 라이프해킹 관련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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