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달리기를 빠뜨리지 않는 사람이 심장마비로 쓰러지는 일이 있다. 주 5일 헬스장을 다니던 사람이 갑자기 그렇게 된다. 유전이나 식단 탓으로 치부하기엔 뭔가 개운치 않다. 그렇다면 운동이 심장을 완전히 지켜주지 못하는 이유는 뭔가?
1,700건 심장 CT가 발견한 것
영국심장재단과 에딘버러대학교가 10년에 걸쳐 1,722건의 심장 CT 영상을 분석한 결과, 심장마비 위험을 결정짓는 요인은 근육의 ‘양’이 아니라 ‘밀도’였다. 흉통을 호소하며 검사를 받은 환자 1,722명을 2010~2014년에 촬영한 뒤 10년간 추적했다. 평균 나이 58세, 남성 56%. 10년 후 133명이 사망했고, 106명은 심장마비를 경험했다. 2026년 6월, 연구팀은 이 결과를 학술지 Radiology에 발표했다.
여기서 잠시 ‘근육 밀도’에 대해 알아보자. CT 영상에서 근육은 지방 함량이 낮을수록 밝게 찍힌다. 지방 없이 단단한 근육일수록 밝고 선명하게, 지방이 끼어 있는 근육일수록 어둡게 나타난다. 이 밝기 차이가 바로 근육 품질의 지표다.
가슴·등·복부 — 심장마비와 연결된 3가지 근육
CT 스캔에서 심장 건강과 직결된 부위는 흉근(가슴), 등 근육, 늑간근(옆구리)으로, 이 세 곳이 체간(torso)을 이룬다. 에딘버러대 연구 시니어 저자 미셸 윌리엄스 교수는 “관상동맥 CT 촬영 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는 근육이 바로 이 부위들”이라고 설명했다.
영국심장재단은 연구 결과를 이렇게 요약했다. “가슴과 등에 근육 밀도가 높은 사람들은 스캔 후 10년 내에 심장마비를 겪거나 사망할 가능성이 낮았다.” 연구팀은 이런 ‘고품질 골격근’을 보유한 사람들이 운동을 꾸준히 하고 체간 근력이 강한 사람들일 것이라 추정했다.
밀도 10포인트 올라가면 심장마비 위험 31% 감소
근육 밀도 지표가 10포인트 증가할 때마다 심장마비 위험은 31%, 10년 내 사망률은 39% 낮아졌다. 단순히 운동을 하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얼마나 질 좋은 근육을 갖고 있느냐다.
체중 관리를 잘하면 된다는 속설 뒤에는 꼭 근육의 ‘질’을 놓치는 맹점이 따라붙는다. 체중이 정상 범위이더라도 근육 속에 지방이 끼어 있는 상태라면 심장을 지키지 못할 수 있다. 이른바 ‘마른 비만’이 심혈관 건강에 위험한 이유도 비슷한 맥락이다.
플랭크·필라테스·사이클링, 어떤 운동이든 괜찮다
연구팀은 “근력 운동만이 아니라 모든 종류의 운동”이 체간 근육 밀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명시했다. 거창한 헬스 프로그램이 아니어도 된다는 뜻이다.
윌리엄스 교수 본인이 이번 연구를 계기로 사이클링, 플랭크, 필라테스를 루틴에 추가하겠다고 밝혔다. 그전에도 하루 한 시간 걷기와 주 2회 헬스장을 유지해온 연구자다. 그녀조차 이 결과에 “개인적으로 관심을 갖게 됐다”고 했다.
퇴근 후 집에서 플랭크 1분, 아침 코어 운동 몇 가지, 주말 자전거 — 체간을 쓰는 운동이라면 무엇이든 해당된다. 물론 운동이 근육 밀도를 얼마나 빠르게 개선하는지, 그 변화가 심장 건강에 반영되기까지 얼마나 걸리는지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하지만 방향은 분명해졌다.
근육의 양과 근육의 질은 다른 말이다. 이번 연구는 그 차이를 1,722명·10년치 심장 데이터로 확인했다. 결국 관건은, 근육이 얼마나 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잘 관리하고 있느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