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관리자가 리더로 넘어서기 어려운 3가지 이유

팀에서 가장 뛰어난 사람이 팀장이 됩니다. 팀장으로 탁월한 성과를 냅니다. 그러다 임원 자리에 오르게 됩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바로 이 순간부터 흔들리기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성과가 나쁜 것도 아닙니다. 노력이 부족한 것도 아닙니다. 단지 ‘관리자’로서 익힌 모든 것이 ‘리더’의 역할과는 전혀 다른 무언가를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의 최신 분석에 따르면, 관리자에서 리더로의 전환은 원래부터 어려운 과정이었는데요. 최근 들어 이 어려움의 성격 자체가 달라졌습니다. 새로운 3가지 힘이 이 전환을 더 복잡하고 가파르게 만들고 있습니다.

잘 나가던 팀장이 임원이 되면 왜 흔들릴까

전문가로 성공한 사람들이 리더로 전환할 때 겪는 어려움은 오래된 주제입니다. 2012년 HBR 연구에서는 전문가→제너럴리스트, 분석가→통합자, 전술가→전략가 등 7가지 전환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정리했는데요. 이 프레임워크는 10년 넘게 임원 육성과 승계 계획에 폭넓게 활용되었고, 핵심 내용 자체는 지금도 유효합니다.

다만, 각 전환에서 요구되는 역량이 근본적으로 변했습니다. 그 배경에 3가지 새로운 힘이 있는데요.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첫 번째 힘: AI가 리더의 역할 자체를 바꿨다

생성형 AI는 리더의 가치가 무엇인지를 다시 정의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시장 데이터를 분석하고, 전략 옵션을 도출하며, 시나리오를 모델링하는 것이 리더의 핵심 역량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이 분석 작업들을 AI가 훨씬 빠르게 처리합니다.

그렇다면 리더에게 남는 일은 무엇일까요? AI가 내놓은 결과물 중 어느 것을 신뢰하고, 어느 것을 결합하며, 어느 것을 무시할지 ‘판단’하는 일입니다. 인사이트를 직접 생산하는 역할에서, AI 기반 의사결정 시스템을 설계하고 감독하는 역할로 이동한 것이지요.

이는 기존의 ‘분석가→통합자’ 전환이 가장 극적으로 변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과거의 통합자는 조직 곳곳에서 사람들이 생산한 인사이트를 종합했지만, 지금의 통합자는 인간과 AI가 함께 만들어내는 의사결정 구조 자체를 설계해야 합니다. AI 기술을 개념적으로 이해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한 이유입니다.

두 번째 힘: 지정학 리스크, 이제 당신의 책임이다

소싱 결정이 지정학적 결정이 되었습니다. 관세·공급망 중단·데이터 주권법·정치적 리스크 등 국제 환경의 변화가 기업 운영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시대인데요. 과거에는 이런 문제를 법무팀이나 외부 전문가에게 맡길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데이터 아키텍처를 어떻게 구성할지도 규제 결정이고, 어느 나라 부품을 쓸지도 지정학적 선택입니다. 이 결정들이 점점 리더의 일상 과제로 들어오고 있는 것이지요. 전혀 다른 이해관계를 가진 여러 정부와 관계를 관리하고, 국가마다 다른 규제 환경에서 협상해야 하는 역할이 임원에게 기대됩니다.

기존의 ‘전사→외교관’ 전환도 이 맥락에서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내부 정치를 잘 다루고 외부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수준에서, 이제는 국가 간 갈등하는 이해관계 속에서 기업의 포지션을 정해야 하는 수준으로 요구치가 높아진 것입니다.

세 번째 힘: 준비 없이 맞이하는 리더십 파이프라인

중간관리자가 사라지면서 리더십 성장의 계단도 함께 없어졌습니다. 조직 플래트닝이 진행되면서 전문가에서 임원까지 이어지던 단계적 경험의 기회가 줄었는데요. 부서장을 맡으면서 조금씩 경험을 쌓고, 사업부장으로 더 넓은 관점을 키우던 경로가 좁아진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준비가 완전히 되지 않은 상태에서 기업 전체를 책임지는 자리로 곧바로 이동하는 경우가 늘었습니다. 역할은 완성된 상태로 오지만, 리더는 미완성인 상태로 도착하는 것이지요. 이 갭이 전환의 어려움을 더 크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는 저만의 이야기는 아닌 듯합니다. 조직에서 ‘임원 준비가 안 됐다’는 평가를 받는 사람들 중 상당수가 역량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준비할 기회를 갖지 못한 경우입니다.

3가지 힘 시대, 지금 필요한 전환 신호

그렇다면 이 3가지 힘 앞에서 무엇을 해야 할까요? 먼저 자신에게 솔직하게 물어봐야 합니다. AI, 지정학, 파이프라인 압축 중 어느 것이 지금 자신의 가장 큰 사각지대인가요?

이해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AI 기반 프로세스를 실제로 운영해본 경험, 규제 환경이 다른 지역에서의 근무 경험, 기능 범위를 넘어서는 의사결정 경험이 필요합니다. 개념적 브리핑이 아닌 직접적인 경험이 역량을 만들기 때문이지요.

지금까지 관리자가 리더로 전환할 때 흔들리게 만드는 3가지 힘을 정리해봤습니다. 정리하면 다음과 같은데요.

  1. AI가 분석 역할을 대체하면서, 리더에게는 ‘AI를 감독하는 판단력’이 더 중요해졌고
  2. 지정학 리스크가 법무팀 소관이 아닌 현장 리더십의 1순위 과제가 되었으며
  3. 중간관리자 축소로 단계적 준비 없이 임원 역할을 맡는 상황이 늘었습니다

관리자에서 리더로의 7가지 전환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다만 그 전환에서 요구되는 역량이 조용하지만 근본적으로 바뀌었습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새로운 힘을 인식하는 것, 그리고 그에 맞는 경험을 의도적으로 쌓는 것입니다. 이미 리더 자리에 있다면,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단지 지금부터 시작하면 되는 것이지요.

최현우

IT 기업에서 일하다가 현재 스타트업 창업 운영 중. 인생모토 = 불가능이란 환상에 빠지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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