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공고에 ‘천재’라고 쓰면 진짜 인재를 놓칩니다

얼마 전 저희 팀에 크리에이티브 콘텐츠 담당자 채용공고를 올리면서 문구를 몇 번이고 고쳐 썼는데요. “창의적인 천재를 찾습니다” 같은 문장을 썼다 지웠다 반복했습니다. 왠지 그래야 지원자의 눈길을 끌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최근 이 짐작을 완전히 뒤집는 연구를 접하게 됐습니다.

‘천재를 찾습니다’라는 문구, 무엇이 문제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천재’라는 단어는 오히려 창의적 인재를 쫓아냅니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소개된 최신 연구에 따르면, 미국·캐나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디자이너·마케팅 담당 등 채용공고 약 1만 건을 분석한 결과 “천재genius”, “비저너리visionary”, “유니크unique” 같은 단어가 “호기심curious”, “관찰력observant”, “실험적experimental” 같은 단어보다 2배 넘게 많이 쓰였습니다.

채용담당자 300명을 대상으로 한 후속 실험도 있는데요. 창의직군 채용공고를 직접 써보라고 했더니, 대다수가 “우리는 창의적 천재를 찾습니다. 틀을 깨는 사고의 달인이라면 연락 주세요” 식의 문구를 작성했습니다. 반대로 “호기심과 열린 마음을 가진 사람, 익숙한 것에 머물지 않고 다양한 분야를 탐구하는 사람”이라는 식으로 쓴 사람은 극소수였습니다. 이는 저만의 착각은 아니었던 셈이지요.

키워드 ‘탐험가’: 지원율을 끌어올리는 언어

흥미로운 지점은 여기부터입니다. 실제로 지원자를 더 많이 끌어모으는 쪽은 ‘천재’ 언어가 아니라 ‘탐험가explorer’ 언어였습니다. 연구팀은 실제 구직자 2,000명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같은 직무를 두 가지 버전의 공고로 나눠 보여줬습니다. 절반에게는 ‘천재’형 문구를, 나머지 절반에게는 ‘탐험가’형 문구를 노출한 것인데요. 나이·경력·고용 상태 등을 통제한 뒤에도, 남녀 모두 탐험가형 문구에 유의미하게 더 많이 지원했습니다.

이 결과가 특히 의미 있는 이유가 있습니다. 기존 연구들은 ‘비범함’, ‘천재성’ 같은 단어가 여성 지원자를 유독 위축시킨다고 밝혀왔는데요. 실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그런 단어가 남성적인 조직 문화를 연상시키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탐험가형 언어는 이 격차를 줄이는 효과까지 보여준 셈입니다.

언어를 바꿨더니 인재의 질도 달라졌다

탐험가형 문구는 지원자 수만 늘린 게 아니라, 원하는 인재의 질까지 끌어올렸습니다. 연구팀이 지원자들의 성향 검사를 함께 진행해 보니, 탐험가형 문구에 특히 잘 반응한 지원자일수록 과거 창의적 성과 점수, 경험에 대한 개방성 점수가 더 높게 나타났습니다. 스스로를 ‘창의적인 사람’으로 인식하는 경향도 더 강했고요.

정리하면, 창의성은 타고난 재능이 아니라 협업·피드백·새로운 정보에 대한 노출에서 나온다는 것이 심리학과 조직행동학의 오랜 결론입니다. 실제로 조직에서 가장 혁신적인 성과를 내는 사람들은 ‘타고난 천재’가 아니라, 주변의 아이디어와 자극을 잘 흡수해 새로운 방향을 찾아내는 ‘탐험가형 인재’였다는 것이지요.

오늘부터 채용공고에 적용할 단어들

연구팀이 제안하는 실전 팁을 정리해봤는데요.

  • 쓰면 좋은 단어: 실험, 시행착오, 탐구, 협업, 호기심, 피드백
  • 피해야 할 단어: 천재, 타고난 재능, 비범함, 비저너리

채용공고뿐 아니라 사내 메모나 발표 자료에서 창의성과 혁신을 강조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창의성을 ‘타고난 특성’이 아니라 ‘누구나 할 수 있는 행동’으로 프레이밍하는 것, 그게 핵심입니다. 문구 하나 바꾸는 데 드는 비용은 사실상 없습니다. 잠깐의 고민이면 충분합니다.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은데요.

  1. 채용공고 속 ‘천재’ 언어는 지원 장벽을 높여 오히려 인재 풀을 좁힙니다
  2. ‘탐험가’ 언어는 지원율을 높이고, 성별 격차도 줄여줍니다
  3. 탐험가 언어에 반응하는 지원자일수록 실제 창의적 역량도 더 높습니다

저는 이 연구를 보고 나서 채용공고 문구를 다시 손봤습니다. “틀을 깨는 천재” 대신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표현으로요. 작은 단어 하나가 지원자 풀 자체를 넓힐 수 있다는 걸 생각하면, 앞으로 채용공고를 쓸 때 이 부분을 조심스럽게 되짚어보게 될 것 같습니다.

최현우

IT 기업에서 일하다가 현재 스타트업 창업 운영 중. 인생모토 = 불가능이란 환상에 빠지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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