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람 뽑아도 안 되는 스타트업 채용, 진짜 원인은 따로 있다

판교의 한 스타트업. 창업 3년 차 대표 민준씨는 분기 리뷰 회의를 마치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영업팀이 버티지 못하고, 고객 클레임이 쌓이고 있었는데요. “시니어 영업 매니저를 뽑자.” 그렇게 3개월 뒤 새 팀원이 합류했고, 민준씨는 한숨 돌렸습니다. 그로부터 또 3개월이 지난 지금—팀은 여전히 같은 문제를 안고 있었습니다.

채용 후에도 왜 같은 문제가 반복될까

많은 창업자들이 팀의 압박감이 커지는 순간 채용을 떠올립니다. 대표가 결정에 치이거나, 팀리드가 번아웃 직전이거나, 영업과 운영이 현재 팀만으로는 감당이 안 될 때인데요. 그래서 시니어 한 명을 영입하면 문제가 정리될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효과가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일정이 조금씩 비워지고, 팀에 숨통이 트이는 것 같죠. 그런데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문제에 사람을 채워 넣은 경우라면, 그 안도감은 오래가지 않습니다. 같은 문제가 더 많은 사람, 더 많은 조율, 더 높은 비용을 수반해 되돌아오게 됩니다.

옥스퍼드 대학 사이드 경영대학원의 창업 전문가 네리 카라 실라만 교수는 자신이 자문하는 스타트업들에서 이 패턴을 반복해서 목격한다고 말합니다. 그녀가 말하는 가장 흔한 실패는 이겁니다. “창업자가 잘못된 사람을 뽑은 게 아닙니다. 실제로 진단하지 않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합한 사람을 뽑는 것이죠.”

막연한 채용이 막연한 결과를 만든다

“도움이 필요하다”는 말, 이건 채용 전략이 아닙니다. 영업 팀장이 필요할 수도, 운영 책임자가 필요할 수도, 마케터가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리더십이 그 사람이 해결해야 할 구체적인 문제를 설명하지 못한다면, 그 채용은 처음부터 안개 속에서 시작하는 겁니다.

이는 저만의 이야기는 아닌 듯합니다. Yoodli의 공동창업자이자 CEO 바룬 푸리도 이 안개를 가까이서 목격해 왔다고 하는데요. “핵심 문제와 해야 할 일을 한 문장으로 설명하지 못한다면, 아직 준비가 안 된 겁니다.” 막연한 채용은 리더십이 아직 생각을 정리하지 못했다는 신호이며, 역할이 명확히 정의되지 않은 상태에서 합류한 사람은 처음부터 성공할 수 없는 구조에 놓이게 됩니다.

저도 창업 초기에 비슷한 경험이 있는데요. “마케팅이 약하다”는 감각만으로 마케터를 뽑았다가, 정작 그분이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3개월을 헤맨 적이 있습니다. 문제는 그분이 아니었습니다. 저의 정의 부재였죠.

채용 전에 답해야 할 단 한 문장

채용 공고를 올리기 전에 스스로에게 이 질문을 던져 보세요. “이 사람이 입사해서 6개월 뒤에, 어떤 문제가 해결되어 있어야 하는가?”

만약 이 질문에 명확한 답을 쓸 수 없다면, 아직 채용할 준비가 되지 않은 겁니다. 더 정확히는, 먼저 문제 진단을 해야 하는 단계에 있는 것이지요.

구체적인 문제 정의 없이 채용을 진행하면 결과가 흐릿해집니다. 신규 입사자도 자신의 성공 기준을 알 수 없고, 대표도 성과를 평가할 기준이 없습니다. 3개월, 6개월이 지나도 “뭔가 아쉽다”는 감각만 남게 되는데요. 이건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입니다.

실용적인 접근법으로는 채용 전 아래 세 가지를 먼저 글로 써보는 방법이 있습니다.

  1. 현재 어떤 문제가 반복되고 있는가? (증상이 아닌 근본 원인)
  2. 이 문제가 해결되면 팀은 어떤 상태가 되는가? (성공의 그림)
  3. 이 사람이 오면 무엇을 맡고, 무엇을 맡지 않는가? (역할 경계)

이 세 가지에 명확하게 답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채용을 시작해도 좋습니다.

역할이 명확할 때 사람이 제 역할을 한다

역할이 처음부터 명확히 정의된 채용은 두 가지를 동시에 해결합니다. 적합한 사람을 찾는 채용 공고 작성이 쉬워지고, 합류 후 온보딩과 성과 관리도 훨씬 수월해집니다.

반대로 역할이 모호하면, 아무리 뛰어난 사람을 뽑아도 헤맬 수밖에 없습니다. 강남에서 목적지 없이 빠르게 달리는 택시기사를 상상해 보세요. 실력은 훌륭하지만 방향이 없으면 아무 데도 닿지 못합니다.

스타트업의 자원은 제한적입니다. 잘못된 방향의 채용 한 건이 수개월의 시간과 수천만 원을 소비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채용 전 ‘문제 진단’은 비용 절감이자 성장 가속의 첫 단계라 할 수 있는 것이지요.

성공적인 스타트업 채용 사례들을 보면 공통점이 있는데요. 채용 전 이미 역할이 구체적으로 정의되어 있었고, 그 역할이 해결해야 할 문제와 정확히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스타트업 채용이 반복 실패하는 진짜 이유를 살펴봤습니다.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은데요.

  1. 팀에 압박이 올 때 채용을 떠올리는 것은 자연스럽습니다. 하지만 문제를 제대로 진단하지 않은 채 사람을 뽑으면, 같은 문제가 더 복잡한 형태로 돌아옵니다.
  2. “이 사람이 해결할 문제가 무엇인가”를 한 문장으로 설명하지 못한다면, 채용 전 먼저 그 문제를 정의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3. 역할이 명확하게 정의된 채용만이 신규 입사자를 성공으로 이끕니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사람도 안개 속에서 일하게 됩니다.

사람을 잘 뽑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그 사람이 도착했을 때 무엇을 해야 하는지가 이미 명확한 환경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 환경을 만드는 건 결국 창업자와 리더의 몫이지요. 다음 채용을 준비하고 계신다면, 공고보다 먼저 문제 정의부터 시작해 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최현우

IT 기업에서 일하다가 현재 스타트업 창업 운영 중. 인생모토 = 불가능이란 환상에 빠지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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