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치 코치들이 반드시 고쳐야 할 버릇으로 꼽는 것들이 있다. ‘어’, ‘음’, ‘있잖아요’. 발표 전날 밤 연습하면서 저 소리가 튀어나올 때마다 스스로 멈추고 다시 시작해본 사람이라면 이미 안다. 그런데 뇌과학은 정반대로 말한다. 그 ‘어~음~’이야말로 뇌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발표만 하면 ‘어~음~’이 나오는 사람들
회의에서 발표를 시작했다. 첫 문장은 잘 나왔다. 그런데 두 번째 문장에서 딱 막혔다. “어… 그러니까, 음… 이 수치가 보여주는 건…” 발표가 끝난 뒤 회의록에는 내용만 기록되지만, 머릿속에는 그 ‘어’, ‘음’이 오래 남는다.
발표 자리뿐이 아니다. 면접, 처음 만나는 사람 앞에서, 중요한 자리일수록 말이 더 막히는 경험이 있다. 으레 같은 결론을 내린다. “준비가 부족해서”, “나는 말주변이 없어서”. 그런데 그 판단이 틀렸을 수 있다.
‘어’, ‘음’이 많으면 준비가 덜 된 걸까
답부터 말하면, 아니다.
‘필러워드(filler word)’라고 부른다. ‘어’, ‘음’, ‘있잖아요’, ‘그러니까’, ‘일단’ 같은 표현들이다. 오랫동안 “말 잘못하는 사람의 버릇”으로 여겨졌다. 소셜미디어에는 유명인 인터뷰에서 ‘어’, ‘음’만 편집한 영상이 화제가 되고, 댓글에는 “준비 안 했네”, “자신감이 없어 보인다”는 말이 달린다.
TED 강연이나 유튜브 콘텐츠를 보면 그 기대가 더 굳어진다. 완벽하게 끊김 없이 흘러가는 말. 대부분은 수십 번의 리허설이나 편집의 결과다. 자연 발화에는 본래 비유창함이 담겨 있다. 한 번도 ‘어’나 ‘음’ 없이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대본을 외웠거나 편집된 것이다. 즉흥적인 말은 원래 이렇게 생겼다.
뇌가 단어를 찾는 동안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
말하기는 뇌가 하는 일 중 가장 복잡한 작업에 속한다.
한 문장을 말하는 동안 뇌는 동시에 여러 일을 처리한다. 단어를 고르고, 문법에 맞게 배열하고, 이미 한 말을 점검하면서, 다음에 할 말까지 미리 준비한다. 이 모든 게 밀리초 단위로 벌어진다.
그 처리 속도가 잠깐 따라오지 못할 때, 뇌는 시간을 번다. 그게 바로 ‘어’, ‘음’이다. 언어심리학 연구(Dinkar, 2023)는 이를 컴퓨터 로딩 아이콘에 비유한다. 화면이 멈춘 게 아니라, 컴퓨터가 처리 중인 것처럼. ‘음’이라고 말하는 그 순간, 뇌는 다음 단어를 찾고, 문장을 조립하고, 실수가 나오기 전에 교정하고 있다.
필러워드는 청자에게도 신호를 전달한다. 각 표현은 조금씩 다른 역할을 한다.
- ‘어’, ‘음’: “아직 내 말이 끝나지 않았다” — 끼어들기를 자연스럽게 막는다
- ‘있잖아요’, ‘그러니까’: 상대가 잘 따라오고 있는지 확인하는 신호
- 잠깐의 침묵: 말하는 사람이 신중하게 단어를 고르고 있다는 표시
Agmon et al.(2023) 연구에 따르면, 언어 구사력이 높은 사람들도 일상 대화에서 필러워드를 빈번하게 사용한다. 경험이 쌓여도 필러워드는 자연스럽게 줄지 않는다. 자연 발화의 구조적 특성이기 때문이다. 뭐 어쩌겠습니까, 뇌가 실시간으로 언어를 만들어내는 한 어느 정도는 피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럼 줄여야 할까, 말아야 할까
줄이고 싶다면 줄여도 된다. 다만 이유를 제대로 알고 줄여야 한다.
‘어’, ‘음’이 나오는 건 나쁜 습관이 아니라, 뇌가 생각하고 있다는 증거다. 그러니 발표 연습의 목표를 “필러워드 제거”로 잡기보다는 “내용의 숙지도를 높이는 것”으로 잡는 게 효과적이다. 내용을 충분히 익히면 뇌가 단어를 찾는 시간이 줄어들고, 자연스럽게 필러도 줄어든다.
과도하게 나온다면 다른 이야기다. 발화가 계속 끊기거나, 불안이 심해 말 자체가 막힌다면 스피치 트레이닝의 도움이 유효하다. 하지만 일상적인 회의·면접·발표에서 나오는 ‘어’, ‘음’은 교정 대상이 아니다. 그것이 담긴 말도 충분히 전문적이고 설득력 있게 들릴 수 있다.
결론은, ‘어’, ‘음’은 뇌가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증거라는 겁니다. 말이 완벽하게 흘러야 한다는 기대는 편집된 영상이 만들어낸 착각일 뿐입니다. 다음에 발표 중 ‘어’가 나와도 자책하지 않아도 됩니다. 뇌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