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소보다 혈압을 2배나 낮췄다는 ‘이 운동’의 정체

퇴근길에 30분을 걸어야 혈압이 떨어진다고 믿는 사람이 많다. 실제로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런데 벽에 등을 대고 가만히 버티기만 한 사람들의 혈압이 그보다 두 배 가까이 떨어졌다는 연구가 나왔다. 걷지도, 뛰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대체 벽에 기대 버티는 것만으로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유산소가 혈압에 제일 좋다는 상식, 근거는 있다

병원에서 혈압이 높다는 말을 들으면 의사는 늘 비슷한 처방을 내린다. 잠을 더 자라. 스트레스를 줄여라. 담배를 끊어라. 짠 음식을 줄이고 나트륨 섭취를 관리하라. 그리고 반드시 빠지지 않는 한 가지, 운동이다. 미국심장협회(AHA)는 주당 150분의 중강도 유산소 운동 또는 75분의 고강도 운동에 가벼운 근력운동을 더하라고 권장한다. 하루 30분씩 주 5일 빠르게 걷는 정도다. 운동을 하면 심장이 더 많은 피를 뿜어내느라 혈압이 잠깐 오르지만, 운동을 마친 뒤에는 오히려 평소보다 낮은 상태가 두세 시간 이어진다. 이 사이클이 반복되면 평상시 혈압 자체가 낮아진다. 실제로 꾸준한 유산소 운동은 혈압을 4~6포인트 정도 낮추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가만히 버티기만 한 쪽이 두 배 더 떨어졌다

문제는 저 정도 시간을 매주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는 거다. 퇴근하고 나면 저녁 챙겨 먹기도 바쁜데, 30분씩 다섯 번이라니. 영국스포츠의학저널(British Journal of Sports Medicine)에 실린 170여 개 연구를 종합한 메타분석은 이런 고민에 뜻밖의 답을 내놨다. 유산소, 근력운동, HIIT 가릴 것 없이 어떤 형태의 운동이든 꾸준히 하면 혈압이 낮아진다는 게 이 연구의 결론이다. 그중 유산소 운동이 평균 4.5포인트로 가장 효과적이었다는 부분까지는 예상대로다. 그런데 등을 벽에 대고 무릎을 90도로 굽힌 채 버티는 월 싯(wall sit)은 약 9포인트를 낮췄다. 뛰지도, 걷지도 않고 그냥 버티기만 했는데 유산소의 두 배 효과를 낸 셈이다.

월 싯, 정확히 어떻게 버티는 운동인가

방법은 허무할 정도로 단순하다. 벽에 등을 붙이고 무릎이 90도가 될 때까지 미끄러져 내려가 그 자세를 버틴다. 의자에 앉은 것 같은 자세를 취하되, 실제 의자는 없다. 허벅지가 바닥과 수평이 되고, 무릎이 발끝을 넘어가지 않아야 한다. 처음에는 30초도 버티기 힘들지만, 익숙해지면 1~2분까지 늘릴 수 있다. 출근 전 양치하는 시간, 라면 물이 끓기를 기다리는 시간에도 할 수 있다. 헬스장도, 운동화도, 땀 흘릴 시간도 필요 없다.

왜 움직이지 않는데 혈압이 더 떨어질까

여기서 잠시 등척성 운동의 원리를 알아보자. 유산소 운동은 근육이 늘어났다 줄어들었다를 반복하며 혈액을 밀어내는 방식이다. 반면 월 싯 같은 등척성(isometric) 운동은 근육 길이가 변하지 않은 채로 계속 힘을 준다. 근육이 수축한 상태를 유지하는 동안 혈관이 압박됐다가 풀리기를 반복하면서, 혈관 내벽이 스스로 이완하는 능력을 훈련받는다. 축구에서 골을 넣는 건 화려한 슈팅이지만, 실제로 경기를 지배하는 건 공을 뺏기지 않고 버티는 몸싸움일 때가 많다. 혈압 관리도 비슷하다. 화려하게 움직이는 유산소보다, 묵묵히 버티는 쪽이 더 결정적인 순간을 만들어낼 수 있다.

헬스장에서 회원들에게 월 싯을 시켜보면 다들 처음엔 웃는다. 이게 무슨 운동이냐는 표정이다. 그런데 1분을 채우고 나면 다리가 후들거린다며 벽에서 떨어져 나온다. 가만히 있는 것도 운동이 될 수 있다는 걸 몸으로 배우는 순간이다.

유산소를 대신하라는 말이 아니다. 다만 시간이 없다는 핑계는, 이제 벽 하나만 있으면 통하지 않는다.

※ 면책 조항 이 글은 일반적인 운동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고혈압 진단을 받았거나 심혈관 질환이 있는 경우 운동 시작 전 반드시 의료진과 상담해야 한다.

찬호

교육을 전공하고 현재 피트니스 쪽에서 일한다. 흥미로운 콘텐츠를 소개할 때 제일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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