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0명 연구가 찾은 술 줄이는 유일한 조합

회식 다음날 아침, “오늘부터는 진짜 줄여야지” 다짐해본 적 있습니까. 그런데 그 다짐, 딱 사흘을 못 넘기더군요. 최근 8,000명 가까운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팀이 그 이유를 찾아냈습니다. 문제는 의지가 아니라, 애초에 방법이 틀렸다는 겁니다.

회식 다음날 다짐, 왜 매번 작심삼일로 끝날까

“오늘부터 딱 두 잔만” — 회식 자리에 앉기 전엔 다들 이렇게 마음먹습니다. 그런데 두 시간쯤 지나면 그 다짐, 이미 술잔 저편으로 사라져 있죠. (저도 매번 그렇습니다.)

사실 이 방법, 연구에서도 이미 시험해봤습니다. 미리 마실 잔 수를 정해두고 그걸 지키는 방식입니다. 결과는 신통치 않았습니다. 일부는 시도라도 해봤지만, 실제로 음주량이 줄었다고 확인된 그룹은 아니었습니다. 정하는 것과 지키는 것 사이엔, 생각보다 큰 간극이 있다는 거죠.

술이 위험한 걸 알아도 안 줄이는 진짜 이유

그렇다면 “술이 암을 유발한다”는 무서운 사실을 알려주면 되지 않을까요. 이것도 반은 맞고 반은 틀렸습니다.

호주 조지 인스티튜트의 경제학자 시몬 페티그루 연구팀은 이렇게 설명합니다. “술이 암을 유발한다고 알려주는 건 해결책의 절반일 뿐입니다. 그 위험을 줄일 구체적인 행동까지 함께 줘야 합니다.” 정보만 던져주면 뇌는 그걸 그냥 지식으로 저장할 뿐, 행동으로 바꾸지 않는다는 겁니다. 알면서도 안 바뀌는 거, 의지 부족이 아니라 원래 뇌가 그렇게 생겨먹었다는 거죠.

왜 이 조합만 진짜 결과로 이어졌을까

이 연구팀은 2021년 거의 8,000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처음 7,995명이 설문에 참여했고, 3주 뒤 4,588명이, 다시 3주 뒤 2,687명이 후속 설문에 응했습니다. 참가자들은 그룹별로 서로 다른 광고와 메시지를 접했습니다.

결과는 명확했습니다. “술이 암 위험을 높인다”는 정보와 “마신 잔 수를 세라”는 행동 지침을 함께 준 그룹만, 6주 뒤 실제로 음주량이 유의미하게 줄었습니다. 다른 조합은 시도까지는 이끌어냈어도, 진짜 결과로 이어진 건 이 조합이 유일했습니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전 세계 조기 사망의 최대 7%가 음주와 관련 있다고 합니다. 심장질환, 소화기 질환, 치매 위험까지 줄줄이 따라옵니다. 그런데 그 위험을 줄이는 방법이 이렇게 단순하다니, 좀 허탈하기도 합니다.

오늘 회식부터 바로 써먹는 잔 수 세는 법

방법은 거창하지 않습니다. 그냥 세면 됩니다. 소주든 맥주든, 마신 잔을 손가락으로 접든 휴대폰 메모에 바를 정자로 표시하든 상관없습니다. 핵심은 숫자로 눈에 보이게 만드는 것.

  • 술자리 시작 전, 메모 앱에 빈칸 하나 만들어두기
  • 한 잔 마실 때마다 그 자리에서 바로 표시하기
  • 옆자리 동료에게 “오늘 몇 잔째”라고 소리 내어 말해보기 — 말로 뱉으면 더 확실히 각인됩니다

거창한 결심보다 이 작은 습관 하나가 낫다는 게, 8,000명의 데이터가 보여준 결론입니다.

결론은, 술을 줄이려면 의지력보다 숫자가 낫다는 겁니다. 다짐은 취기 앞에서 늘 지더군요. 그런데 숫자는 눈앞에 있으면 웬만해선 못 본 척하기 힘듭니다. 오늘 저녁 약속이 있다면, 딱 하나만 해보시죠. 잔 수, 세어보는 겁니다.

김노마

🧠 뇌과학 ・ 습관연구가.
뇌과학과 행동경제학을 연구한다. 책을 좋아하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을 즐긴다. 자기계발과 라이프해킹 관련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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