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들기 전 문제, 꿈속에서 풀렸다는 연구 결과

잠들기 전엔 생각을 비워야 잘 잔다고들 합니다. 걱정거리를 떠올리면 잠이 달아난다고요. 그런데 최근 노스웨스턴대 연구는 정반대 얘기를 합니다. 머릿속에 안 풀리는 문제를 그대로 안고 잠들면, 꿈이 그 문제를 대신 풀어준다는 겁니다.

자기 전 머릿속을 맴도는 그 문제, 억지로 지우지 않아도 되는 이유

며칠째 안 풀리는 업무 보고서, 자기 전까지 곱씹다 결국 뒤척인 경험 있지 않습니까. 저도 이런 밤이 꽤 많았습니다. 억지로 머리를 비워보려 해도 그게 잘 안 되더군요.

그런데 이 문제를 안고 자는 게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잠들기 전 문제를 붙잡고 있는 게, 뇌 입장에선 ‘아직 처리 중’이라는 신호라는 겁니다.

잠든 뇌는 사실 그 문제를 계속 붙잡고 있다

수면 중 뇌가 낮 동안의 기억을 정리하고 재처리한다는 건 이미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그런데 노스웨스턴대 심리학자 켄 팔러(Ken Paller) 연구팀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갔습니다. 잠든 뇌가 단순히 기억만 정리하는 게 아니라, 풀지 못한 문제를 계속 붙잡고 창의적으로 굴린다는 걸 확인한 겁니다.

“세상의 많은 문제는 창의적인 해법을 필요로 합니다.” 팔러는 이렇게 말합니다. 뇌가 어떻게 창의적으로 사고하는지 알면, 수면을 문제 해결에 활용할 수 있다는 거죠.

소리 하나로 꿈을 조종했더니 벌어진 일

연구팀은 재밌는 실험을 설계했습니다. 참가자 20명(대부분 자각몽을 꾸는 사람들)에게 어려운 퍼즐을 하나씩 주고, 퍼즐마다 고유한 소리를 함께 들려줬습니다. 그리고 참가자가 잠들면, 절반의 퍼즐에 대해서만 그 소리를 다시 틀어준 겁니다.

결과가 꽤 놀랍습니다. 소리 신호를 받은 참가자 12명 중 다수가 실제로 그 퍼즐이 등장하는 꿈을 꿨다고 보고했고, 이들의 다음 날 문제 해결률은 20%에서 40%로 두 배 뛰었습니다. 전체 참가자를 놓고 봐도 꿈에 퍼즐이 등장했을 때 해결률은 42%, 등장하지 않았을 때는 17%였습니다.

재밌는 건 자각몽이 아니어도 효과가 있었다는 겁니다. 나무 퍼즐 소리를 들은 한 참가자는 숲을 걷는 꿈을 꿨고, 정글 퍼즐 소리를 들은 참가자는 정글에서 낚시하며 그 퍼즐을 계속 생각하는 꿈을 꿨다고 합니다. 꿈의 내용은 바뀌어도, 뇌는 그 문제를 놓지 않고 있었던 셈입니다.

물론 한계도 있습니다. 참가자가 20명으로 적고, 대부분 자각몽에 익숙한 사람들이라 일반인에게 똑같이 적용될지는 아직 불확실합니다(…뭐, 자각몽 한번 못 꿔본 저 같은 사람은 살짝 아쉽습니다). 꿈과 문제 해결 사이의 인과관계도 아직 확정된 건 아닙니다.

오늘 밤부터 써볼 수 있는 방법

그렇다고 소리 신호 장치가 없으면 소용없는 건 아닙니다. 연구팀이 확인한 핵심은 결국 자기 전 그 문제를 의식적으로 떠올리는 행동 자체가 뇌에 신호를 준다는 겁니다. 굳이 특수 장비가 없어도, 잠들기 전 몇 분 그 문제를 구체적으로 떠올려보는 것만으로 비슷한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습니다.

  • 잠들기 전 안 풀리는 문제를 한 문장으로 정리해보기
  • 그 문제와 관련된 이미지나 장면을 구체적으로 떠올리기
  • 눈뜨자마자 떠오른 생각을 메모해두기 (꿈은 금방 휘발되니까요)

결론은, 문제를 억지로 밀어내려 애쓸 필요 없다는 겁니다. 오히려 그 문제를 끌어안고 잠드는 쪽이 나을 수도 있습니다. 뭐, 오늘 밤 안 풀리는 고민이 있다면 한번 시험 삼아 떠올리며 잠들어보시길.

김노마

🧠 뇌과학 ・ 습관연구가.
뇌과학과 행동경제학을 연구한다. 책을 좋아하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을 즐긴다. 자기계발과 라이프해킹 관련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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