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 음악이 눈 깜빡임까지 조종한다는 뇌과학

음악을 들으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건 누구나 안다. 그런데 기분 정도가 아니다. 음악은 눈 깜빡임까지 통제한다. 정말로 내 눈이 비트에 맞춰 깜빡이고 있다고?

눈이 비트에 맞춰 깜빡인다

중국 과학원의 인지신경과학자 두 이(Du Yi) 팀은 고속 안구 추적 장치로 실험 참가자들의 눈을 관찰했다. 바흐 합창곡을 들을 때 비음악인들이 자연스럽게 비트 구조에 맞춰 눈을 깜박이고 있었다. 매 박자마다 깜빡이는 건 아니지만, 박자 구조에 맞춰 동기화되는 패턴이 뚜렷했다. 연구진이 “완전히 놀랐다”고 표현할 만큼 예상 밖의 결과였다. 결과는 PLOS Biology에 게재됐다.

음악이 뇌의 운동 영역을 활성화한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져 있다. 프린스턴 뮤직 인지 연구소의 엘리자베스 마르굴리스는 가만히 앉아 있어도 음악이 흐르는 순간 뇌는 이미 움직임을 시작한다고 설명한다. 헬스장에서 음악에 맞춰 발걸음이 빨라지고, 드라이브 중 템포가 빠른 노래가 나오면 자신도 모르게 액셀을 더 밟는 것도 같은 이유다. 눈 깜빡임은 그 수많은 증거 중 가장 작고 조용한 것이다.

120BPM이 경계선이 되는 이유

동기화는 모든 상황에서 일어나지 않는다. 연구팀이 바흐 합창곡을 분당 120박자로 가속시키자 동기화가 사라졌다. 너무 빠르면 뇌가 따라잡을 여유가 없다. 참가자들에게 화면의 빨간 점을 찾는 시각 과제를 주자 역시 음악 동기화가 끊겼다.

여기서 잠시 이 현상의 의미를 짚어보자. 음악이 ‘마법을 잃은’ 게 아니다. 두 이의 표현을 빌리면, “뇌가 가장 집중하는 대상에 맞게 리듬 자원을 재배치한 것이다.” 운동하면서 유튜브 영상을 동시에 보면 음악의 운동 효과가 반감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음악의 힘을 온전히 받으려면 능동적으로 듣는 것, 즉 음악에 귀를 기울이는 상태가 필요하다.

보핑과 스웨잉: 음악이 몸에게 내리는 명령

쇼와 여자대학교의 음악 심리학자 이케가미 신페이는 더 세밀한 패턴을 발견했다. 음향학회 발표에 따르면, 강한 비트와 급격한 음향 변화가 있는 곡은 위아래 수직 운동, 이른바 보핑(tate-nori)을 유발했다. 반면 부드러운 음색과 완만한 변화를 가진 곡은 좌우로 흔들리는 스웨잉(yoko-nori)을 불렀다. 비음악인들이 아무 지시 없이 자발적으로, 곡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몸을 움직인 것이다.

축구에서 센터백과 스트라이커가 다른 체력 훈련을 하듯, 몸이 요구하는 움직임의 방향은 음악이 먼저 결정하고 있었다.

플레이리스트를 전략적으로 설계해야 하는 이유

이케가미의 제안은 곧바로 실전에 쓸 수 있다. 러닝이나 고강도 인터벌 훈련에는 강한 비트의 수직 리듬 음악이 효과적이다. 파킨슨 환자의 보행이 음악으로 안정된다는 연구들도 같은 원리다. 반면 스트레칭, 요가, 쿨다운 세션에는 부드럽고 수평적인 음악이 맞는다. ‘좋아하는 노래’로만 채운 플레이리스트는 운동 목적에 따라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

눈 깜빡임, 머리 끄덕임, 발 구르기. 모두 의식하지 않아도 일어나고 있다. 음악이 명령을 내리고 있고, 몸은 이미 따르고 있다.

결국 관건은, 무엇을 듣느냐가 아니라 언제 무엇을 듣느냐다.

찬호

교육을 전공하고 현재 피트니스 쪽에서 일한다. 흥미로운 콘텐츠를 소개할 때 제일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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