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 진단을 받으면 이제 다 설명이 될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2025년에 발표된 연구 결과가 꽤 충격적입니다. ADHD 성인 10명 중 4~5명은 자폐 스펙트럼 특성도 함께 갖고 있었다는 겁니다. 45%라는 숫자입니다.
ADHD라고 했는데 왜 아직도 설명이 안 될까
ADHD 진단을 받으면 보통 이렇게 생각합니다. “아, 그래서 집중이 안 됐던 거구나. 이제 알았으니까 나아지겠지.”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설명이 안 되는 부분들이 남습니다. 사람들 사이에서 유독 지치는 것, 특정 소리나 감촉에 과하게 반응하는 것, 또는 이상하리만큼 몇 가지 주제에만 깊이 빠져드는 것. 사회적 상황에서 암묵적인 규칙을 읽는 게 유독 어렵다거나, 일상의 작은 변화에 예상보다 크게 흔들리는 것도 그렇습니다.
이런 특성들은 ADHD의 전형적인 증상으로 잘 설명되지 않습니다. ADHD 약을 먹어도 그 부분만큼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고 느끼는 사람들도 있고요.
ADHD 때문만은 아닐 수 있습니다. 자폐 스펙트럼 특성이 함께 있을 가능성이 생각보다 훨씬 높다는 게 최근 연구들이 말하는 내용입니다.
의사들도 오랫동안 동시 진단을 내리지 못했다
2013년 이전까지는 ADHD와 자폐 스펙트럼 장애(ASD)를 동시에 진단할 수 없었습니다. 미국 정신의학회의 진단 기준서(DSM)에서 두 조건을 상호 배타적으로 분류했기 때문입니다.
즉, 의사는 둘 중 하나를 골라야 했습니다. 환자를 전체적으로 보고 치료하는 게 아니라, 어느 쪽이 더 두드러지는지 판단해서 한쪽만 다뤘던 겁니다. 어느 쪽도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였습니다.
2013년 DSM-5 개정으로 드디어 이중 진단이 가능해졌습니다. 그제야 두 특성을 함께 갖는 사람들이 제대로 보이기 시작했고, 이 조합을 커뮤니티에서는 ‘AuDHD’라고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자폐(Autism)와 ADHD를 합친 표현입니다.
ADHD 성인 10명 중 4명, 자폐 특성도 함께 있었다
클리블랜드 클리닉 연구에 따르면 ADHD는 자폐에서 가장 흔하게 동반되는 조건입니다. 반대로, 2025년 발표된 연구에서는 ADHD를 진단받은 성인의 45%가 자폐 스펙트럼 주요 특성을 보였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이상한 숫자가 등장합니다. 같은 해 발표된 미국 보험 청구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ADHD 성인 중 실제로 자폐 이중 진단을 받은 비율은 1.7%에 불과합니다.
45%의 특성을 갖고 있는데, 1.7%만 진단을 받았다는 뜻입니다. (뭐 어쩌겠습니까, 진단 체계가 아직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왜 창업가 두뇌에서 AuDHD가 많이 나타날까
ADHD와 자폐 스펙트럼은 모두 창업가들 사이에서 유독 자주 발견되는 신경유형입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ADHD 특성 중에는 과집중(hyperfocus), 리스크를 두려워하지 않는 성향, 빠른 아이디어 전환이 있습니다. 자폐 스펙트럼 특성에는 특정 분야에 대한 깊은 몰입, 강한 패턴 인식 능력, 규칙보다 논리로 세상을 보는 방식이 있고요.
두 특성이 함께 있으면 어떻게 될까요. 남들이 보지 못하는 패턴을 발견하면서도 그것을 실행하는 충동과 에너지가 함께 있게 됩니다. 기존 시스템에 의문을 품으면서도 거기에 집착적으로 파고드는 힘이 공존하는 겁니다. 밴더빌트 대학교의 자폐와 혁신 연구팀은 AuDHD를 창업과 혁신의 맥락에서 주목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ADHD와 ASD는 모두 기업가들 사이에서 일반 인구보다 훨씬 높은 비율로 나타나는 신경유형입니다.
물론 동시에 감각 과부하, 사회적 피로, 실행 기능의 어려움도 함께 옵니다. 장점만 있는 건 아닙니다(그게 현실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자기 자신이 왜 이렇게 작동하는지를 이해하면, 스스로를 탓하는 에너지를 줄일 수 있습니다.
진단보다 먼저 필요한 것
AuDHD는 아직 공식 진단명이 아닙니다. DSM에 등재된 용어가 아니라, 당사자 커뮤니티에서 먼저 쓰이기 시작한 개념입니다. 소셜미디어가 이 개념의 확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이제 연구자들도 이 용어에 주목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이 개념이 유용한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ADHD인데 왜 이런 부분은 여전히 설명이 안 되지?’라는 오랜 의문에 틀을 제공해줍니다. 진단서가 없어도 자기 자신을 이해하는 언어가 생기는 겁니다.
ADHD 진단을 받고도 여전히 뭔가 맞지 않는다고 느낀다면, 그 감각이 틀린 게 아닐 수 있습니다. 심리상담사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자폐 스펙트럼 특성에 대해서도 이야기해보는 것이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45%와 1.7% 사이 어딘가에, 아직 제대로 진단받지 못한 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연구자들이 이제 그 갭을 메우기 시작했고,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는 건 분명히 좋은 신호입니다.
결론은, ADHD 하나만으로 설명이 안 됐다면, 그게 당신 문제가 아닐 수 있다는 겁니다. 진단 체계가 아직 따라가지 못하고 있을 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