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6시간 앉으면 운동이 무효다, 2분 움직임으로 막는 법

퇴근길 판교역을 나서는 현우는 오늘도 헬스장 가방을 들고 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모니터 앞에 앉아 기획안을 썼고, 저녁에는 1시간 유산소와 근력 운동을 마쳤다. 꽤 성실한 하루다.

그런데 캐나다 사이먼 프레이저 대학의 건강과학 교수 Scott Lear는 그 하루를 이렇게 읽는다. “10시간 앉기는 1시간 헬스장으로 상쇄되지 않는다.”

앉는 순간 대사가 멈춘다

앉으면 몸이 에너지 절약 모드로 전환된다. 신호등에서 시동이 꺼지는 자동차와 비슷한 원리다. 몸에 필요한 에너지가 급격히 줄어드니 대사 속도도 따라 낮아진다.

그 과정에서 LPL(지방분해효소) 생산이 줄어든다. LPL은 혈액 속 중성지방을 분해해 근육과 장기가 에너지로 활용할 수 있게 돕는 효소다. 앉아 있는 동안 이 효소가 감소하면, 분해되지 못한 중성지방이 혈액에 쌓이기 시작한다.

여기서 잠시 이 메커니즘의 끝이 어디인지 살펴보자. 중성지방 축적이 수개월, 수년 이어지면 인슐린 감수성이 떨어진다. 제2형 당뇨 위험이 높아지는 출발점이다. 동시에 다리 정맥에 혈액이 정체되면서 심부정맥혈전증과 하지정맥류가 생기고, 장기적으로는 치매, 심장병, 암, 조기사망 위험도 상승한다.

자기 보고 연구에서 성인의 평균 앉기 시간은 하루 6시간이다. 하지만 가속도계로 직접 측정한 연구에서는 이 숫자가 10시간에 가깝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오래 앉아 있다는 거다.

앉기의 유형
이미지 출처: Science Alert

헬스장 1시간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운동을 열심히 하면 앉기의 해를 만회할 수 있지 않나?” 많은 사람이 이렇게 생각한다. Lear 교수가 공동 저술한 연구 결과는 그 믿음에 제동을 건다.

WHO가 권고하는 신체활동 기준(주 150분 중강도 운동)을 충실히 충족한 사람도, 하루 6시간 이상 앉으면 기준을 충족 못하면서 덜 앉는 사람과 조기사망 위험이 같아진다. 운동을 성실히 해도 너무 오래 앉으면 그 효과가 흐릿해진다는 거다.

운동은 여전히 중요하다. 하지 않는 것보다 훨씬 낫다. 다만 헬스장을 다녀왔다는 이유가 나머지 8~10시간의 앉기를 무해하게 만들어주지는 않는다. 굳이 따지자면, 운동이 줄어드는 것과 앉기가 늘어나는 것은 서로 다른 두 가지 문제다.

앉기는 운동 부족의 반대 개념이 아니라, 독립적인 건강 위험이다.

스탠딩 데스크가 해결책이 아닌 이유

자연스러운 반응은 “그럼 서서 일하면 되지 않나”다. 전 세계 스탠딩 데스크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것도 이런 직관에서다.

하지만 연구 결과는 예상과 다르다. 장시간 서있기는 대사에 미치는 영향이 앉기와 유사하다. 서있다고 해서 LPL이 활성화되거나 혈당 수치가 자동으로 안정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장시간 서있기는 심장병 위험을 높인다는 별도 연구도 있다. 근육 피로와 하지정맥류 역시 서있기의 부작용이다.

스탠딩 데스크의 실제 효과는 앉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다. 그 빈 시간을 서있기로 채운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핵심은 서거나 앉거나가 아니라, 움직임 그 자체다.

20분마다 2분, 이게 전부다

Lear 교수의 처방은 놀라울 만큼 단순하다. 20~30분마다 알람을 설정하고, 2분간 가볍게 움직인다. 가벼운 걷기, 스쿼트, 점핑잭 — 무엇이든 괜찮다.

이 짧은 간격의 움직임이 혈당과 인슐린 수치를 정상 범위에서 유지하기에 충분하다는 임상 데이터가 있다. Lear 교수의 연구에서는 하루 4시간 이상 앉는 사람이 앉는 시간 30분을 움직임으로 대체하면 조기사망 위험이 2% 낮아졌다.

실제로 적용하면 이렇다:

  • 휴대폰 알람을 20~30분 간격으로 설정한다
  • 전화는 회사 복도를 걸으며 받는다
  • 커피를 뽑으러 갈 때 계단을 이용한다
  • 일대일 미팅은 워킹 미팅으로 전환한다

완벽한 운동 세션이 아니어도 된다. 목표는 단 하나다. 앉아있는 시간이 연속으로 길어지는 것을 막는 것.

결국 관건은 헬스장을 얼마나 열심히 다니느냐가 아니라, 앉아있는 시간을 얼마나 잘게 쪼개느냐다.

Photo by Andrea Piacquadio on Pexels

찬호

교육을 전공하고 현재 피트니스 쪽에서 일한다. 흥미로운 콘텐츠를 소개할 때 제일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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