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 뒤 요요 막는 하루 걸음 수, 만보가 아니라 8,500보

다이어트에 성공한 사람 열 명 중 여덟 명이 3~5년 안에 살을 다시 찐다. 이탈리아 모데나대학교 연구팀이 발표한 메타분석에서 나온 수치다. 그토록 고생해서 뺐는데, 대부분 원점으로 돌아간다는 얘기다. 연구를 이끈 마르완 엘 고크 교수는 한마디로 정리했다. “비만 치료에서 가장 크고 중요한 과제는 체중 재증가를 막는 것이다.”

다이어트의 진짜 전쟁은 빼는 데가 아니라 지키는 데 있다.

다이어트의 진짜 적은 따로 있다

감량에 성공한 몸은 생존 모드로 전환된다. 기초대사량이 줄고, 식욕 호르몬은 올라간다. 이건 의지력의 문제가 아니라 생리적 반응이다. 사람이 나쁜 게 아니라, 몸이 살아남으려 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다이어트 프로그램은 ‘뺄 때’에만 집중한다. 칼로리를 줄이고, 식단을 바꾸고, 목표 체중을 달성하면 끝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연구자들이 오래 주목해온 건 다른 국면이다. 감량 이후 어떻게 유지하느냐, 그리고 그 과정에서 신체 활동이 어떤 역할을 하느냐다.

18개 연구, 3,758명이 찾아낸 숫자

엘 고크 교수팀은 걷기와 체중 관리에 초점을 맞춘 기존 무작위 대조 시험(RCT) 18개를 체계적으로 검토했다. 이 중 14개 연구, 3,758명의 데이터가 최종 메타분석에 포함됐다. 참가자 평균 나이는 53세, 평균 체질량지수(BMI)는 31kg/㎡이었다. 영국, 미국, 호주, 일본 등 여러 나라의 데이터가 포함됐다.

여기서 잠시 실험 설계를 살펴보자. 참가자는 두 집단으로 나뉜다. 식단 지침과 걷기 증가를 함께 실천하는 생활습관 개선(LSM) 그룹, 그리고 추가 지원 없이 식단만 하거나 아무 처치도 받지 않은 대조군. 실험 초반 두 집단의 활동량은 거의 같았다. LSM 그룹은 하루 7,280보, 대조군은 7,180보.

결과가 갈린 건 이후다.

LSM 그룹은 감량 단계 종료 시점에 하루 평균 8,454보를 걸었고, 체중은 평균 4.39% 줄었다. 약 4kg에 해당하는 수치다. 유지 단계(평균 10.3개월)까지 마쳤을 때도 그들은 하루 8,241보를 유지했고, 장기 체중 감소는 3.28%로 지속됐다. 반면 대조군은 걸음 수도 늘지 않았고 체중 변화도 없었다.

걸음 수가 높을수록 요요가 적었다. 걷는 양과 체중 재증가 사이에는 명확한 용량-반응 관계가 있었다. 단순히 운동을 했냐 안 했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이 걸었냐가 차이를 만들었다.

감량은 식단이, 유지는 걷기가 한다

흥미로운 지점이 있다. 걷기를 더 많이 해도 초기 감량이 빨라지지는 않았다. 단기 체중 감량에는 칼로리 제한, 즉 식단의 역할이 더 크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이 점을 명확히 구분했다.

축구로 비유하자면 이렇다. 골을 넣는 건 공격이 하고, 승점을 지키는 건 수비가 한다. 다이어트도 비슷하다. 살을 빼는 건 식단이, 그것을 유지하는 건 걷기가 맡는다.

굳이 따지자면 걷기는 ‘체중 유지 전용 도구’다. 에너지 균형을 맞추고 기초대사량 저하를 어느 정도 상쇄하며, 장기적인 신체 활동 수준을 끌어올린다. 연구팀이 권고하는 수치는 하루 약 8,500보다. 만보(10,000보)보다 낮고, 실천하기 현실적이다. 감량 단계부터 이 수준을 유지하다가 유지 단계에도 그대로 이어가는 것이 핵심이다.

퇴근 후 지하철 한 정거장의 힘

8,500보는 어느 정도 거리인가. 성인 평균 보폭 70cm 기준으로 약 6km, 시간으로는 70~80분 정도다. 하지만 한꺼번에 걸을 필요는 없다.

판교 직장인이라면 출퇴근 지하철 이동, 점심 이후 회사 주변 블록 한 바퀴, 퇴근 후 한 정거장 일찍 내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채울 수 있는 숫자다. 만보기 앱은 이미 대부분의 스마트폰에 내장돼 있다. 별도 장비도, 헬스장 등록도 필요 없다. 엘 고크 교수의 표현을 빌리자면, “단순하고 저렴한 전략”이다.

나는 이 연구를 접하고 나서 걷기 목표를 만보에서 8,500보로 수정했다. 만보는 어쩐지 ‘달성하거나 실패하거나’의 압박이 있었는데, 8,500은 조금 느슨하면서도 연구가 뒷받침하는 숫자라 더 믿음직했다. 목표가 현실적일 때 습관이 된다는 걸, 이 연구가 다시 한번 보여준다.

살을 빼는 것보다 유지하는 것이 더 어렵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해법이 식단의 지속이 아니라 걷기의 지속에 있다는 건, 조금 다른 이야기다.

다이어트의 완성은 목표 체중이 아니라, 그 체중이 일상이 되는 날이다.

Photo by Ketut Subiyanto on Pexels

찬호

교육을 전공하고 현재 피트니스 쪽에서 일한다. 흥미로운 콘텐츠를 소개할 때 제일 즐겁다.

댓글 남기기

※ 본 글에 사용한 모든 이미지는 별도 표시가 없으면 Freepik에서 가져온 이미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