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를 시작하면 운동할 시간이 생길 거라 생각했다. 통근 왕복 두 시간이 사라지니까. 그런데 현실은 반대였다. 출퇴근하면서 자연스럽게 움직이던 몸이 집 안에서 멈춰버렸다. 재택근무는 자유를 줬지만, 동시에 움직임을 빼앗아 갔다.
통근이 없어지자 몸도 멈췄다
집에서 일하면 아침에 집을 나설 필요가 없다. 동료에게 걸어가서 말을 건넬 필요도, 점심을 먹으러 밖에 나갈 이유도 줄어든다. 사무실에서는 이런 소소한 움직임이 하루 내내 누적됐다. 재택근무는 그 흐름을 끊어버렸다.
BMJ에 발표된 연구는 장시간 앉아 있는 것이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명확히 입증했다. 업무를 마친 뒤 거실 소파로 이동하는 생활 패턴은 앉은 시간을 더 늘린다. 운동을 따로 한다 해도 이 연속적인 좌식 생활의 손해를 완전히 상쇄하기는 어렵다.
목표 걸음 수도 생각보다 낮다. 최근 연구들은 하루 7,000보를 질병 예방의 현실적인 목표로 제시한다. 10,000보는 마케팅이 만들어낸 숫자에 가깝다. 7,000보도 재택근무자에게는 쉽지 않다.
WHO가 운동의 규칙을 바꿨다
오랫동안 운동의 기준은 ‘한 번에 10분 이상’이었다. 짧게 끊어서 하는 활동은 운동으로 치지 않는다는 통념이 있었다. WHO는 2020년 이 기준을 폐기했다. 새로운 권고는 단순하다. “모든 움직임이 중요하다.”
여기서 잠시 이 변화의 의미를 짚어보자. 2분짜리 걷기를 하루에 여러 번 쌓아도, 오랜 좌식 생활을 끊는 짧은 움직임도 건강에 유효하다는 뜻이다. 실제로 최근 실험들은 짧고 잦은 걷기 휴식이 한 번의 긴 운동보다 혈압과 혈당 조절에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일을 하는 틈틈이 2분씩 걸어도 된다는 거다.
워킹패드를 책상 아래 두는 발상은 바로 이 원리에서 나온다. 운동 시간을 따로 빼지 않아도, 일하는 동안 걷는 시간을 만들 수 있다.
워킹패드, 실제로 몇 보 늘어나나
연구실에서 나온 숫자를 보자. 사무직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들은 워킹패드 사용으로 하루 1,600보에서 4,500보가 늘어난다는 결과를 보여준다. 비만 그룹에서는 체중 감소 효과가 더 컸다. 과체중과 비만 의사들을 대상으로 한 소규모 연구에서는 체지방이 1.9% 감소했다. 콜레스테롤, 혈압, 대사 지표도 개선됐다는 보고도 있다.

단, 한계도 있다. 걷기와 사이클링 데스크는 타이핑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지만, 마우스를 세밀하게 조작하는 작업은 방해가 된다. 그래픽 작업이나 세밀한 조작이 필요한 업무라면 워킹패드 위에서 하기 어렵다. 영상 시청, 문서 검토, 가볍게 타이핑하는 작업에는 잘 맞는다. 음성 받아쓰기가 가능한 환경이라면 활용 폭이 넓어진다.
워킹패드 사기 전에 먼저 해볼 것
가격은 만만치 않다. 입문용 워킹패드도 20~30만 원대이고, 제대로 된 트레드밀과 스탠딩 데스크까지 갖추려면 100만 원을 훌쩍 넘는다. 구매를 결정하기 전에 먼저 확인해야 할 게 있다.
한 시간에 한 번, 5분씩 자리를 벗어나 걸을 수 있는가. 이 작은 행동 변화가 먼저다. 규칙적으로 책상에서 일어나는 습관도 만들기 어렵다면, 워킹패드가 있어도 마찬가지다. 반대로, 자리를 떠나기 어려운 환경에서 일하는 사람에게는 워킹패드가 유일한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워킹패드의 역할은 걸음 수를 강제로 늘려주는 기계가 아니다. 눈앞에 있기 때문에, 멈추지 말라는 신호를 보내는 장치다. 스탠딩 데스크가 앉는 자세를 바꾸듯, 워킹패드는 ‘아, 오늘 또 종일 앉아있었네’라는 자각을 더 빠르게 만들어준다.
작은 변화가 쌓인다. 7,000보 목표도 처음엔 작게 시작된다. 워킹패드를 살 것인지보다 중요한 건, 지금 얼마나 자주 자리에서 일어나는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