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순간도 내 뇌는 틀리고 있다: 교정이 안 되는 4가지 착각 패턴

새로운 사람을 만났습니다. 이름을 들었습니다. “이 정도는 당연히 기억하겠지”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5초 후, 이름이 사라졌습니다. (이런 경험, 없으십니까.)

뇌가 거짓말을 한 겁니다. 그런데 더 흥미로운 건, 이게 단순한 건망증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LessWrong에 게재된 silentbob의 글을 보면, 우리 뇌에는 수년간 경험을 쌓아도 교정이 잘 안 되는 체계적 오류 패턴이 있습니다. 캘리브레이션 훈련을 꽤 해온 사람도 예외가 아닙니다. 뇌가 가장 확신하는 순간이, 실제로는 가장 틀릴 가능성이 높은 때입니다.

“이건 기억할 수 있어”라는 느낌의 배신

미래의 기억력을 과대평가하는 것, 이게 첫 번째 패턴입니다.

누군가의 이름을 들을 때, 냉장고에 음식을 넣을 때, 중요한 일을 메모할 때. 그 순간에는 언제나 “이 정도는 당연히 기억하겠지”가 따라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기억하지 못합니다.

더 골치 아픈 건, “이번만큼은 기억할 수 있다”는 이유가 항상 그럴싸하게 느껴진다는 점입니다. 그 이유가 설득력 있을수록 오히려 의심해야 합니다. 뇌는 자신의 실수를 정당화하는 데 상당히 능숙합니다. 이게 뇌의 특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알람을 무시하고 이불을 덮는 이유

두 번째는 현재의 안락함을 과대평가하는 패턴입니다.

뜨거운 샤워를 끝내야 할 때, 알람이 울렸는데 일어나야 할 때. 그 순간에는 “지금 나가면 너무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압도적으로 강합니다. 그런데 실제로 나가고 나면? 생각보다 훨씬 괜찮습니다. 5분도 안 돼서 멀쩡해집니다.

행동경제학에서 말하는 현재 편향(present bias)이 여기서 작동합니다. 지금 이 순간의 불편함을 체계적으로 과대평가하는 경향입니다. 문제는 이게 수십 년의 경험으로도 잘 교정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알람이 울릴 때마다 “오늘만큼은 진짜 더 자야 한다”고 뇌가 설득을 시작하거든요. (그리고 그 설득은 대부분 틀렸습니다.)

싸움에서 항상 내가 옳은 것 같은 이유

세 번째는 대인 갈등 상황의 편향입니다.

누군가에게 비판을 받았을 때, 뇌는 즉각적으로 방어 모드에 들어갑니다. 그 순간 내 머릿속에 그려지는 서사는 항상 내가 완전히 옳고 상대가 부당하다는 쪽입니다. 진화적으로는 이해가 됩니다. 집단에서 배제되는 것은 오랫동안 생존의 위협이었으니까요.

갈등 상황에서 뇌의 방어 메커니즘
이미지 출처: LessWrong

『Solve for Happy』의 저자 모 가우닷(Mo Gawdat)은 이런 순간에 스스로에게 묻는 질문 하나를 제안합니다. “이게 사실인가(Is this true)?” “이게 사실처럼 느껴지는가?”가 아닙니다. 느낌과 사실은 다릅니다. 이 단순한 질문 하나가 일방적인 서사에서 빠져나오는 열쇠가 될 수 있습니다.

뇌를 이기려 하지 말고, 의심하라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게 있습니다. 뇌를 억누르거나 이기려 해선 안 됩니다.

의지력으로 편향을 극복하려는 건 한계가 있습니다. silentbob은 이 패턴들을 수년간 알고 있었음에도 교정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솔직하게 씁니다. 아는 것이 곧 교정은 아닙니다. 그래도 메타인지(metacognition), 즉 “내 뇌가 지금 이 패턴을 작동시키고 있구나”라는 자각 자체는 분명히 도움이 됩니다.

실용적으로는 두 가지를 제안합니다.

첫째, 뇌가 “확실하다”는 느낌을 보낼 때 잠깐 멈추고 묻는 것. “정말 기억할 수 있나?” “나가면 진짜 그렇게 힘들까?” “내 서사가 실제 현실을 얼마나 반영하고 있나?”

둘째, 뇌 대신 시스템에 맡기는 것. 기억력을 믿지 말고 그냥 메모하세요. 알람을 믿지 말고 일어날 이유를 미리 만들어두세요. 행동 설계(behavioral design)) 관점에서 보면, 뇌가 판단하기 전에 행동이 먼저 일어나도록 환경을 세팅하는 게 핵심입니다.

뭐 어쩌겠습니까. 뇌는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결론은, 뇌를 믿지 말고 뇌를 의심하는 습관을 만들라는 겁니다. 확신이 클수록, 한 번 더 물어봐야 합니다.

김노마

🧠 뇌과학자. 습관연구가.
뇌과학과 행동경제학을 연구한다. 책을 좋아하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을 즐긴다. 자기계발과 라이프해킹 관련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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