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실에서 팀장님이 말했습니다. “이번 분기 목표는 시너지를 극대화해서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겁니다.” 다들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저도 그랬고요. (사실 그 말이 정확히 무슨 뜻인지, 아무도 몰랐을 수 있습니다.)
코넬대 인지심리학자 셰인 리트렐이 최근 발표한 연구는 이 장면에서 불편한 질문을 던집니다. 기업 전문 용어에 쉽게 고개를 끄덕이는 직원이, 실제로 의사결정 능력도 낮다면?
“시너지를 창출합시다” — 이 말에 솔깃했다면
리트렐 연구팀은 ‘기업 불쉿 수용 척도(CBSR, Corporate Bullshit Receptivity Scale)’를 개발했습니다. 먼저 컴퓨터로 무의미하지만 그럴듯한 문장들을 생성했는데요.
“우리는 크레들-투-그레이브 크레덴셜링을 실현할 것입니다.”
“최고의 관행들을 함께 견인해 적응적 일관성의 새 수준을 도출합니다.”
1,000명 이상의 직장인이 이 문장들을 포춘 500대 기업 경영진의 실제 발언과 섞어 평가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두 가지를 구분하지 못했습니다. 연구는 총 네 가지 실험으로 구성됐고, 척도의 통계적 신뢰도와 함께 인지 능력 지표들과의 연관성을 검증했습니다.
코넬 연구가 밝혀낸 불편한 사실
결과는 역설적이었습니다. 기업 유행어에 더 쉽게 솔깃한 직원일수록 분석적 사고, 인지 반응 속도, 유동 지능 테스트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직장 내 실제 의사결정 테스트에서도 성과가 유의미하게 낮았습니다.
더 흥미로운 건 이렇습니다. 이들은 동시에 자신의 직장 생활에 더 만족하고, 회사 미션 스테이트먼트에 더 강하게 고무되며, 상사를 더 카리스마 있고 ‘비전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유행어에 혹하는 직원이 유행어를 많이 쓰는 리더를 더 높이 평가하는 구조였습니다. (불편하지만, 우리 주변에서 실제로 본 것 같은 광경이기도 합니다.)
BS가 퍼지는 이유 — 직장이 보호해주기 때문
왜 기업 전문 용어는 사라지지 않을까요. 리트렐의 분석에 따르면 직장은 유독 기업 BS가 번성하기 좋은 환경이기 때문입니다. 이미 유행어가 판치는 곳에서 비슷한 말을 쓰는 사람은 더 유능해 보이고, 더 빠르게 승진할 수 있습니다.
BS에 쉽게 넘어가는 직원이 BS를 많이 쓰는 리더를 밀어 올리고, 그 리더는 더 많은 BS를 조직에 뿌립니다. 리트렐의 표현을 빌리면, “모든 배를 띄우는 밀물이 아니라, 막힌 변기처럼 작동하는 것”이 기업 BS가 만드는 현실입니다.
2014년 마이크로소프트 전 부사장의 사내 이메일이 대표적입니다. 10단락에 걸쳐 “디바이스 전략은 재무적 엔벨로프 안에서 실현되어야 한다”는 식의 유행어를 늘어놓고, 11번째 단락에서야 12,500명 해고 소식을 꺼냈습니다. 당시 언론은 이것을 역대 최악의 이메일이라고 불렀습니다.
비판적 사고가 직장에서 당신을 지킨다
리트렐의 조언은 단순합니다. 조직 메시지 앞에서 잠깐 멈추고 스스로 물어보라는 것입니다. “이 말의 구체적인 주장이 뭐지? 말이 실제로 되는 건가?” 리더의 발언, 공식 보고서, 광고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키워드와 유행어가 많을수록 실제 내용이 없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연구 결과는 《성격과 개인차》 저널에 게재됐습니다. 연구팀은 CBSR 척도가 향후 채용 과정에서 지원자의 분석적 사고 성향을 파악하는 도구로 쓰일 가능성도 언급했습니다. 비판적 사고는 개인 역량이면서 동시에 조직 건강의 문제라는 건데요.
물론 대부분의 직장에서 어느 정도의 유행어는 피할 수 없습니다. 문제는 그것이 사고의 습관이 될 때입니다.
결론은, 말이 길고 어려울수록 의심하라는 겁니다. 다음 회의에서 누군가 “시너지를 레버리지해서 패러다임을 전환하자”고 하면, 고개를 끄덕이기 전에 딱 한 번 물어보시길. “그래서, 구체적으로 뭘 하자는 건가요?”
뭐 어쩌겠습니까. 그 질문 하나가 당신을 지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