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하는 일이 잘 되고 있습니다. 성과도 나오고, 주변 반응도 좋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순간이 가장 위험한 때라는 말이 있습니다. 잘 될수록 탐색을 멈추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믿기 어렵죠. 하지만 꿀벌도, 수학도, 그 반대를 말하고 있습니다.
성공이 스스로를 가두는 방식
어떤 일이 잘 되기 시작하면 우리는 본능적으로 그것에 집중합니다. 당연한 반응입니다. 효과가 있으니까 더 하는 것, 이게 어떻게 잘못될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 문제는 이게 조용히 쌓인다는 겁니다. 처음엔 자연스럽게 집중하다가, 어느 순간 새로운 걸 시도하는 것 자체를 멈추게 됩니다. 새 책을 안 읽고, 다른 방식은 시도 안 하고, 새로운 사람을 안 만납니다. 지금 하는 것이 워낙 잘 되니까요.
이건 커리어에서도, 일상에서도 똑같이 일어납니다. 잘 팔리는 메뉴만 계속 만드는 식당, 효과 있던 공부법 하나만 고집하는 수험생, 익숙한 운동만 반복하는 사람. 다들 합리적으로 행동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합리성이 사실은 함정입니다.
꿀벌도 흑자일 때 탐색을 멈추지 않는다
Mike Fisher가 꿀벌 군집의 의사결정 방식을 분석한 내용이 흥미롭습니다.
꿀벌이 좋은 꽃밭을 발견하면, 하이브로 돌아와 와글 댄스로 방향과 거리를 동료들에게 알립니다. 그 꽃밭의 질이 좋을수록 댄스의 강도가 세지고, 더 많은 벌이 그리로 날아갑니다. 효율적인 활용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풍부한 꽃밭이 발견된 후에도 일부 벌은 계속 다른 곳을 탐색합니다. ‘이제 탐색은 됐다’는 선언도 없고, 전체 자원을 현재 최선에 몰아붙이지도 않습니다. 군집은 항상 일정 비율의 스카우트 벌을 유지합니다.
이게 비효율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보험입니다. 꽃밭은 시든다. 계절이 바뀐다. 세상은 정적이지 않습니다. 꿀벌은 오늘 최선의 선택이 내일도 최선이 아닐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탐색이 낭비처럼 느껴지는 건 수학적으로도 당연한 일
행동경제학에 ‘멀티암드 밴딧 문제‘라는 것이 있습니다. (슬롯머신을 여러 대 앞에 두고 어떻게 최대 수익을 낼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각 기계의 당첨 확률은 모릅니다. 알려면 당겨봐야 합니다. 그런데 당기는 것 자체에 비용이 듭니다. 이미 당첨률이 좋다고 아는 기계를 계속 당기면 활용(exploit). 모르는 기계를 시도해보면 탐색(explore). 탐색에는 항상 단기적 손해가 따릅니다.
핵심은 이겁니다. 단기 손실을 최소화하는 전략이 장기적으로는 더 나쁜 결과를 냅니다. 수학적으로 검증된 사실입니다. 최적의 전략은 의도적으로 단기 비효율을 감수하면서 탐색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탐색이 낭비처럼 느껴지는 건 당연한 겁니다. 뇌가 그렇게 설계되어 있으니까요. 단기 손실에 민감하고, 불확실성을 회피하려 합니다. 그런데 바로 그 때문에, 탐색이 가장 필요한 순간에 탐색이 가장 안 하고 싶어집니다.
그래서 어떻게 균형을 잡는가
의지력으로 이 편향을 이기려 하면 잘 안 됩니다.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꿀벌이 풍요로운 시기에도 스카우트 비율을 유지하듯, 우리도 탐색에 고정 비율을 구조적으로 배정하는 게 필요합니다. 비율이 작아도 됩니다. 중요한 건 성과가 좋을 때도, 나쁠 때도, 그 비율을 유지하는 겁니다.
실제로 적용해볼 수 있는 방식은 이렇습니다:
- 80/20 원칙: 지금 잘 되는 것에 80%, 새로운 시도에 20% 할당
- 탐색 요일 지정: 매주 특정 요일은 새로운 것을 배우거나 시도하는 날로 고정
- “스카우트 질문” 습관: 한 달에 한 번, “지금과 완전히 다른 방식이 있다면?”을 일부러 묻기
(이게 말은 쉽지만, 실제로 잘 될 때 이 20%를 지키는 게 훨씬 어렵더군요. 잘 될수록 ‘지금 이거 더 하면 더 잘 될 텐데’ 하는 생각이 강해지니까요.)
탐색은 미래를 위한 보험입니다. 지금 당장의 ROI가 보이지 않아도, 지금 하는 방식이 영원히 통할 것 같아도, 군집을 살린 건 꿀벌 80%가 아니라 스카우트 20%였습니다.
결론은 이겁니다. 성공이 탐색을 멈추게 만드는 게 가장 큰 리스크입니다. 지금 잘 되고 있다면 일부러라도 탐색 공간을 지켜야 합니다. 오늘, 딱 한 가지만 — 지금까지 해보지 않은 방식으로 무언가를 시도해보시길. 결과가 안 나와도 괜찮습니다. 그게 스카우트 벌의 역할이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