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하면 기분이 좋아지는 이유, 트립토판이 핵심이었다

러너스 하이의 공은 늘 엔돌핀과 도파민이 가져갔다. 운동하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건 이미 상식이 됐고, 그 설명은 수십 년째 같다. 그런데 맥마스터대학교 연구진이 최근 이 그림에 새 주인공을 추가했다. 트립토판이다. 기분을 바꾸는 진짜 스위치는 따로 있었다.

운동이 불안과 우울증을 실제로 완화한다

운동이 정신건강에 좋다는 건 주관적 느낌이 아니다. 다수의 임상 연구에서 운동은 불안과 우울증 증상을 단기·장기 모두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분 조절과 급성 스트레스에 대한 정서적 회복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약물은 부작용이 있고, 심리 상담은 비용이 크다. 진단을 받기까지 수 년이 걸리기도 한다. 그 사이에 쓸 수 있는 도구가 운동이다. 심장 건강을 위해 처방되던 그 운동이, 뇌와 감정을 다루는 데에도 효과적이라는 근거가 쌓이고 있다.

여기서 잠시, 트립토판 이야기를 해보자

트립토판은 식품을 통해 섭취하는 필수 아미노산이다. 세로토닌을 만드는 재료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트립토판은 세로토닌만 만들지 않는다. 대부분의 트립토판은 키누레닌 경로라는 대사 과정을 통해 분해된다.

운동과 기분의 관계
이미지 출처: ScienceAlert

여기서 갈림길이 생긴다. 이 경로에서 생성되는 물질에는 두 종류가 있다. 키누렌산은 뇌를 보호하고 염증을 억제한다. 반면 퀴놀린산은 신경 독성과 염증을 유발할 수 있다. 우울증, 알츠하이머, 암 같은 만성 질환 환자에게서는 나쁜 대사물의 비율이 높다는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트립토판이 어느 쪽으로 분해되느냐가 뇌 건강의 중요한 변수인 셈이다.

운동이 ‘좋은 쪽’으로 스위치를 켠다

운동은 이 갈림길에서 방향을 바꾼다. 연구에 따르면 운동은 키누레닌 경로를 보호적 방향으로 조절하는 강력한 인자다.

운동 후 혈액과 근육에서 키누렌산 수치가 즉각적으로 올라간다는 것이 실험을 통해 확인됐다. 이 변화는 지구력 사이클링과 웨이트 트레이닝, HIIT 모두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2형 당뇨 환자도 단 한 번의 운동 세션 후 트립토판 대사물 수치가 개선됐다. 젊은 층과 노년층 모두에서 동일한 결과가 보고됐다.

운동 후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엔돌핀의 단독 공연이 아니었다. 트립토판이 어느 쪽으로 흐르느냐가 기저에서 조용히 작동하고 있었다.

헬스장이 아니어도 된다

실험실 연구는 주로 사이클링과 저항 운동을 사용했지만, 결론은 더 넓다. 일상에서 신체 활동을 늘리는 것만으로도 이 대사물 프로필이 개선된다는 보고가 있다. 꼭 정해진 운동 루틴을 따를 필요는 없다는 이야기다.

러닝 클럽이나 그룹 스포츠 같은 활동은 여기에 사회적 자극까지 더한다. 기분 향상의 경로가 생화학적인 것만은 아니다. 환경 변화, 집중의 전환, 타인과의 연결도 정신 건강에 실질적인 역할을 한다.

그러니까 결국 도구는 있다. 비용도 낮고 부작용도 없다. 다만 시작하기가 제일 어려울 뿐이다.

트립토판의 존재를 안 이상, 가장 저렴한 뇌 보호 수단이 무엇인지는 이미 알고 있는 셈이다.

찬호

교육을 전공하고 현재 피트니스 쪽에서 일한다. 흥미로운 콘텐츠를 소개할 때 제일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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