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보 걷기보다 먼저 알아야 할 것, 4,000보에서 이미 달라진다

하루 종일 의자에 앉아 있다. 그런데 퇴근 후 걷는 것만으로 심혈관 질환 위험이 21% 낮아진다. 앉아 있던 시간이 아무리 길어도 상관없다. 그렇다면 ‘만보 걷기’라는 기준은 어디서 왔고, 정말 그만큼 걸어야만 효과가 있는가?

7만 명 연구가 말하는 걸음 수의 진짜 기준

하루 걸음 수가 늘어날수록 사망 위험과 심혈관 질환 위험이 낮아진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져 있었다. 이번 연구가 다른 점은 좌식 시간이라는 변수를 함께 분석했다는 것이다.

시드니대학교 찰스퍼킨스센터 연구팀은 영국 바이오뱅크(UK Biobank) 데이터에서 7만 2,174명을 평균 6.9년간 추적했다. 참가자들은 7일간 손목 가속도계를 착용해 걸음 수와 좌식 시간을 객관적으로 측정했다. British Journal of Sports Medicine에 발표된 이 연구에서, 하루 약 9,000~10,000보를 걷는 그룹은 가장 적게 걷는 그룹(약 2,200보/일, 전체 하위 5%)에 비해 사망 위험이 39%, 심혈관 질환 위험이 21%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잠시 연구 구조를 살펴보자. 참가자 평균 걸음 수는 하루 6,222보. 평균 좌식 시간은 10.6시간이었다. 하루 10.5시간 이상 앉아 있는 사람은 ‘고좌식 그룹’으로 분류됐다. 한국 직장인 상당수가 이 기준에 해당한다.

4,000보에서 이미 절반이 달성된다

만보를 채워야만 효과가 생기는 게 아니다. 총 위험 감소 효과의 약 절반이 하루 4,000~4,500보 수준에서 이미 달성된다는 것이 이 연구의 핵심 발견이다.

골프에서 파를 치지 못해도 보기면 충분히 코스를 마칠 수 있는 것처럼, 걷기의 건강 효과도 진입 장벽은 낮다. 완벽한 만보를 목표로 세우고 달성 못해 포기하는 것보다, 2,200보 이상이라면 어떤 수준이든 효과는 쌓이기 시작한다.

6,222보라는 참가자 평균치도 의미 있다. 이 연구는 ‘현실적인 걷기’를 데이터로 보여준다. 하루에 대단한 운동이 필요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특기할 만한 점은 연구 참가자들의 6년 9개월 추적 기간 동안 1,633명이 사망했고 6,190건의 심혈관 질환이 발생했다는 사실이다. 규모가 크고 추적 기간이 길수록 데이터 신뢰도는 올라간다. 이 정도 규모면 단순한 상관관계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

앉아 있는 시간은 어디까지 상쇄되나

좌식 시간이 길어도 걷기로 일부 상쇄된다는 결과는 고무적이다. 그러나 연구팀은 선을 분명히 그었다.

연구 책임자 매튜 아마디 박사는 “이 연구가 오래 앉아 있어도 걷기로 다 해결된다는 면죄부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다만 불가피하게 좌식 시간이 길 수밖에 없다면, 걸음 수를 늘리는 것이 의미 있는 보호 효과를 가진다는 공중보건 메시지는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고좌식 그룹과 저좌식 그룹 모두에서 걸음 수가 늘수록 위험이 낮아지는 패턴은 동일했다. 결국 앉아 있는 시간을 줄이는 것과 많이 걷는 것, 두 가지는 각각 독립적인 건강 효과를 가진다. 둘 다 할 수 있으면 더 좋고, 하나만 가능하다면 일단 더 걷는 쪽이 낫다.

걸음 수를 현실적으로 늘리는 전략

방법
추가 걸음 수
난이도
지하철 한 정거장 일찍 내리기
+600~900보
쉬움
점심 식사 후 10~15분 산책
+800~1,200보
쉬움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 이용
+200~400보
보통
전화 통화 중 걷기
+300~500보
쉬움
버스 두 정거장 걸어가기
+1,000~1,500보
보통

연구 책임자 에마뉴엘 스타마타키스 교수는 걸음 수가 구체적이고 측정 가능한 신체 활동 지표라는 점을 강조했다. 만보 앱에서 숫자를 들여다볼 때마다 좌절하지 않아도 된다. 어제보다 조금 더 걸은 숫자면 충분하다.

한국 성인의 하루 평균 걷기는 연구 참가자 평균인 6,222보보다 낮다. 4,000~4,500보 기준에 도달하는 것은, 통근길 걷기 습관 하나로도 가능한 범위다. 만보는 목표가 아니라 보너스다. 일단 오늘 어제보다 200보 더 걷는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

만보를 채우려다 포기하는 사람보다, 4,000보를 매일 채우는 사람의 심장이 더 건강하다.

Photo by Caner Cankisi on Pexels

찬호

교육을 전공하고 현재 피트니스 쪽에서 일한다. 흥미로운 콘텐츠를 소개할 때 제일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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