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과 무관하게, 사우나가 심박수를 낮추는 이유

256명이 매일 웨어러블 기기를 찼다. 기록이 쌓여 59,000개의 일별 데이터가 완성됐다. 연구진이 이 숫자를 사우나를 한 날과 하지 않은 날로 나눠 비교했을 때, 예상 밖의 패턴이 반복됐다. 사우나를 한 날 밤, 최저 심박수가 평균 3bpm 낮았다. 더 놀라운 건 이 차이가 운동량을 통제한 뒤에도 그대로 남아 있었다는 점이다.

59,000개 기록에서 잡힌 신호

사우나를 한 날은 운동량도 많고 최고·평균 심박수도 높았다. 사람들이 주로 운동 직후에 사우나에 들어가기 때문에 이건 당연한 결과다. 연구진도 이 점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운동량이라는 변수를 통계적으로 걷어냈다. 남은 것이 사우나 자체의 효과다. 야간 최저 심박수는 사우나 날이 비사우나 날보다 평균 5%, 약 3bpm 낮았다. FDR 보정을 통과한 통계적으로 견고한 결과였다.

사우나가 운동과 다른 경로로 작동하는 이유

운동이 심박수를 낮추는 건 누적 적응이다. 심장이 강해지면서 적은 박동으로 같은 혈액을 내보낼 수 있게 된다. 사우나의 경로는 다르다. 사우나 안에서 심박수는 오히려 오른다. 혈관이 확장되고, 체온이 급격히 올라간다. 이 반응은 중강도 유산소 운동에 버금가는 심혈관 자극이다. 핵심은 그 이후에 나타난다. 열 자극이 끝나면 몸이 냉각 모드로 전환되면서 부교감신경이 우세해진다. 이 냉각 과정이 심박 자율신경계 회복을 촉진한다는 연구가 있다.

여기서 잠시 비유를 하나 들어보자. 운동은 오버클럭이다. 컴퓨터를 최대 성능으로 밀어붙이는 것과 비슷하다. 사우나는 쿨링 팬에 가깝다. 열을 가한 뒤 냉각시키는 과정이 시스템을 빠르게 안정 상태로 되돌린다. 운동이 몸을 자극한다면, 사우나는 그 회복 신호 자체를 증폭시키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여성에게 다른 결과가 나온 이유

여성 데이터를 따로 분석하면 결과가 달라진다. 전반적으로 남성보다 야간 심박수 감소폭이 작았고, 효과가 일관되지 않았다. 조건이 있었다. 황체기, 즉 월경 주기 후반부에 사우나를 한 날에만 심박수 감소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했다. 난포기에는 같은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황체기에는 기초 체온과 기저 심박수가 높기 때문에 열 자극 이후 회복 반응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게 연구진의 해석이다. 여성이라면 월경 주기에 맞춰 사우나 타이밍을 조정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회복 루틴에 사우나를 넣는 법

BMC Medicine에 실린 장기 연구는 정기적인 사우나 이용이 심혈관 사망률을 낮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번 데이터는 그 메커니즘의 일부를 일상 단위에서 보여준다. 데이터상 사우나를 한 날은 활동량이 높은 날이었다. 운동 직후 사우나에 들어가는 패턴이 자연스럽고, 효과도 가장 잘 나타난다. 운동으로 몸을 자극하고, 사우나로 부교감신경 회복 신호를 한 번 더 켜는 방식이다. Mayo Clinic Proceedings 리뷰도 같은 맥락에서 사우나의 심혈관 이점을 정리했다.

개인적으로 이 연구를 접하고 나서 헬스 후 찜질방 한 번을 루틴에 넣었다. 그날 밤 유독 깊이 잔다는 느낌이 이유가 있었던 거다.

사우나가 몸에 좋다는 말은 오래된 상식이다. 59,000개의 데이터가 더한 건 구체성이다. 막연한 믿음을 3bpm이라는 숫자로 바꿔놓았다. 이제 사우나는 쉬는 공간이 아니라, 회복 속도를 조절하는 도구로 볼 수 있다.

Photo by Ron Lach on Pexels

찬호

교육을 전공하고 현재 피트니스 쪽에서 일한다. 흥미로운 콘텐츠를 소개할 때 제일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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