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민해진 게 아니라 뇌가 배부른 거다, 오늘부터 정보 단식 3가지

오늘 스마트폰을 몇 번이나 확인했는지 세어본 적 있나? 아마 다 세기도 전에 포기했을 거다. 눈뜨자마자 메시지 확인, 출근길 지하철에서 숏폼, 점심시간에 SNS, 퇴근하고 나서까지 뉴스 알림. 하루 종일 뇌는 쉬지 않고 뭔가를 씹고 있다.

근데 이상하지 않나? 딱히 큰일도 없었는데 오늘따라 유난히 짜증나고 예민해지는 날. 사실 이건 성격 문제가 아니다. 뇌가 정보를 너무 많이 먹어서 소화를 못 시키고 있는 거다.

별거 아닌 일에 왜 이렇게 예민해질까

과식하면 배가 빵빵해지고 몸이 늘어지는 거 다들 알 거다. 근데 정보도 똑같이 과식할 수 있다는 건 잘 모른다. 눈으로 안 보일 뿐 뇌도 매일 소화 못 할 만큼 정보를 밀어넣고 있다.

문제는 뇌가 계속 뭔가를 소화하는 중이면, 감정을 처리할 에너지가 하나도 안 남는다는 거다. 짜증나는 메일, 무례한 말 한마디, 스트레스 받는 뉴스 헤드라인. 이런 게 하루 종일 뇌 안에 그대로 쌓인다. 정리할 틈이 없으니까.

그러다 감정 완충장치가 얇아지면 사소한 일에도 크게 반응한다. 지하철 놓친 것, 애인이랑 말 한마디 어긋난 것. 원래는 그냥 넘어갈 일인데 뇌가 이미 꽉 차 있으니까 별거 아닌 일도 크게 터진다. 심리상담 전문가들이 실제로 커플 상담에서 가장 자주 보는 패턴이 이거다. 서로가 나빠서가 아니라 둘 다 뇌가 너무 지쳐서 여유 있게 넘길 힘이 없는 거다.

뇌에도 ‘단식’이 필요하다

몸은 간헐적 단식을 하면 오토파지라는 과정이 일어난다. 손상된 세포를 스스로 청소하고 염증을 정리하는 거다. 뇌도 똑같다. 입력을 멈추는 시간이 있어야 쌓인 감정 찌꺼기를 정리할 수 있다. 심리학에서는 이걸 정신적 자가포식이라고 부른다.

17세기 철학자 파스칼이 이런 말을 남겼다. “인간의 모든 문제는 방 안에 혼자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는 데서 온다.” 우리는 걸러지지 않은 자기 생각을 마주하는 게 무서워서 끊임없이 뭔가를 입력하며 그걸 마취제처럼 쓴다.

심리학자 칼 융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 세계적으로 가장 바쁜 상담가였던 그는 어느 순간 뇌가 완전히 과부하 상태라는 걸 깨닫고, 전기도 수도도 없는 돌집을 호숫가에 지어 그곳에서 몇 달씩 침묵 속에 지냈다고 한다. (우리로 치면 아무것도 안 하려고 산속 절에 며칠 들어가는 것과 비슷한 마음 아니었을까.) 그렇게 뇌를 굶긴 시간에서 그의 가장 유명한 심리학 이론들이 나왔다.

오늘부터 해볼 수 있는 정보 단식 3가지

거창하게 산속에 들어갈 필요는 없다. 일상에서 침묵의 습관을 만들면 된다.

1. 골든 모닝 아워 눈뜨고 1시간은 아무것도 확인하지 않는다. 메일, 뉴스, SNS 전부 금지. 뇌가 가장 예민한 시간대에 자극부터 밀어넣지 말고, 그 시간엔 그냥 물 한잔 마시거나 스트레칭하면서 흘려보낸다.

2. 제로 인풋 출퇴근길 출퇴근길에 이어폰을 빼고 그냥 걷거나 앉아 있어본다. 처음엔 뇌가 심심해서 뭐라도 틀어달라고 난리 칠 거다. (진짜 손이 자꾸 폰으로 간다.) 근데 며칠 버티면 그 시간이 오히려 제일 편한 시간이 된다.

3. 20분 지평선 산책 폰 없이 20분만 걷는다. 목적은 운동이 아니라 시선을 먼 곳에 두는 거다. 화면 대신 멀리 있는 걸 보는 것만으로도 코르티솔이 떨어지고 심리적으로 회복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동네를 그냥 한 바퀴 도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세 가지 다 당장 시작할 필요 없다. 이 중에 하나만 골라서 오늘부터 해봐도 된다. 더 많은 정보를 넣어야 답이 나오는 게 아니다. 오히려 잠깐 멈추는 순간에 마음이 스스로 정리되는 경우가 훨씬 많다.

퇴근하고 집에 가는 길, 마침 이어폰 배터리가 다 됐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은 타이밍이다. 오늘 하루만이라도 뇌를 좀 굶겨보자.

※ 이 글은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만성적인 불안이나 스트레스가 지속된다면 전문 상담을 받아보는 걸 권한다.

이수진

심리연구소에서 심리상담사 겸 콘텐츠 마케터로 일한다. 가끔 코딩도 하고.

댓글 남기기

※ 본 글에 사용한 모든 이미지는 별도 표시가 없으면 Freepik에서 가져온 이미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