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 못 하는 이유, 뇌간에서 찾은 수억 년 된 비밀

수십 년간 집중력 문제의 주소는 전전두피질이었다. 뇌의 앞쪽, 가장 나중에 진화한 부위. 의지력과 자기통제의 본부라고 불리는 곳. 집중이 안 되면 “전전두피질을 단련하라”는 말이 따라왔다.

그런데 존스홉킨스대 연구팀이 이 통설을 뒤집는 발견을 했다. 집중력 스위치는 훨씬 더 오래된, 훨씬 더 깊숙한 곳에 있었다.

수십 년간 믿어온 집중력의 위치가 틀렸다

선택적 주의 집중이라는 개념이 있다. 시끄러운 카페에서도 대화 상대 목소리를 골라 듣는 능력. 지하철에서 내릴 역 방송을 놓치지 않는 능력. 뇌가 끊임없이 들어오는 정보 중 ‘지금 중요한 것’만 골라내는 기능이다.

과학자들은 오랫동안 이 기능이 전전두피질에서 담당한다고 믿어왔다. 인간과 영장류처럼 고등 동물일수록 잘 발달해 있는 부위이기 때문이다. 납득이 가는 설명이었다.

그런데 이 설명에는 오래된 구멍이 있었다. 물고기와 새는 전전두피질이 거의 없다. 그런데도 집중한다. “수억 년 동안 새와 물고기가 집중력을 가져왔는데, 전전두피질 없이 뇌가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한 걸까요?” — 존스홉킨스대 뇌과학과 포스트닥터 연구원 니나드 코타리의 말이다.

뇌간에서 발견한 수억 년 된 집중 스위치

연구팀은 조류, 개구리, 거북이를 연구하다가 단서를 찾았다. 전전두피질이 없는 동물들에게 공통으로 존재하는 구조, 바로 뇌간(brainstem)이었다.

이들은 쥐를 대상으로 실험을 설계했다. 쥐가 화면 정면의 신호에 반응하면 보상을 주는 방식. 단, 주변에는 방해 자극이 계속 나타났다. 쥐들은 방해를 무시하고 과제를 잘 수행했다.

그다음, 연구팀이 뇌간의 억제성 신경세포를 일시적으로 비활성화했다. 결과는 즉각적이었다. “이 신경세포를 끄자 쥐들은 과도하게 산만해졌습니다.” 시각 문제도, 움직임 문제도 아니었다. 경쟁하는 정보들 중에서 중요한 것을 선택하는 능력만 정확히 손상됐다.

다음 날 신경세포를 다시 켜자, 쥐는 즉시 정상으로 돌아왔다. 이 연구는 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됐고, 편집자 하이라이트로 선정됐다.

연구 수석저자 슈레시 미소르 박사는 이 뇌간 신경세포를 “주의 선택 엔진(attentional selection engine)“이라고 불렀다. 지금 이 순간 가장 중요한 정보가 무엇인지 결정해주는 엔진.

이 스위치가 꺼지면 어떤 일이 생기나

미소르 박사는 ADHD와의 연결을 직접 언급했다.

“ADHD의 핵심 증상 중 하나가 아주 약한 자극에도 주의가 분산된다는 겁니다. 우리가 이 신경세포를 비활성화했을 때 쥐에게서 정확히 그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다시 켜자, 같은 쥐가 강한 방해 자극도 무시할 수 있었습니다.”

이 뇌간 신경세포는 인간을 포함한 모든 척추동물에 공통으로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 새에게도, 물고기에게도, 개구리에게도 있다. 수억 년의 진화를 거쳐 살아남은 구조라는 뜻이다. 인간의 전전두피질보다 훨씬 오래됐고, 어쩌면 훨씬 근본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연구팀은 현재 ADHD와 자폐 환자에게서 이 신경세포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추가 연구를 진행 중이다. 기능 차이가 확인된다면, 기존보다 훨씬 정밀한 치료법이 나올 수 있다.

이 발견이 내 집중력 문제에 던지는 힌트

솔직히 말하면, 아직 “그러니까 이렇게 하면 집중력이 좋아집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이건 기초과학 발견이고, 임상 적용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그런데 이 연구가 주는 교훈은 분명하다.

집중이 안 된다고 해서 의지력이 약한 게 아닐 수 있다. 뇌의 가장 오래된 집중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태일 수 있다. 그리고 그 시스템은 충분한 수면, 인지 과부하 차단, 자극 환경 관리 같은 요인에 영향받는다는 기존 수면·인지 연구들이 있다.

뇌와 싸우지 말라는 말. 이제 조금 다르게 들린다. 수억 년 된 집중 시스템을 의지력으로 억누르려 하지 말고, 그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할 환경을 만들어주면 어떨까. (뭐, 말은 쉽지만.)

결론은, 집중력은 의지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 문제라는 겁니다. 그 시스템의 진짜 주소를 이제야 찾은 것뿐이고.

김노마

🧠 뇌과학 ・ 습관연구가.
뇌과학과 행동경제학을 연구한다. 책을 좋아하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을 즐긴다. 자기계발과 라이프해킹 관련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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