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할 일의 90%를 대신하는 시대, 당신에게 남는 10%는

할 일 목록을 절반으로 줄이는 앱이 나왔다는 말은 이제 뉴스도 안 됩니다. 요즘 생산성 도구들은 “90%를 자동화한다”고 말합니다. Chris Bailey가 최근 쓴 글에서 한 말인데요. AI가 할 일의 90%를 처리하면, 우리에게 남는 10%는 무엇일까요.

뭔가 좋은 것 같지만 은근히 불안하더군요. 그래서 찾아봤습니다.

할 일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 옮겨가는 것

AI 도구들이 메일 초안을 쓰고, 일정을 조율하고, 데이터를 정리합니다. Claude나 ChatGPT에 “이 보고서 요약해줘”라고 하면 3초 만에 나옵니다. 예전 같으면 30분 걸릴 일이죠.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시작입니다. AI가 실행을 다 해주면, 남는 건 ‘무엇을 시킬지 정하는 것’뿐입니다. Chris Bailey는 이걸 “Guidance Economy”라고 불렀는데요. 안내 경제. 지시 경제. 방향을 정하는 능력이 가치가 되는 시대라는 겁니다.

저도 처음엔 “그럼 더 편해지는 거 아니야?”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AI 도구를 쓰다 보면 알게 됩니다. AI에게 뭘 시킬지 정하는 게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AI와 인간 협업
이미지 출처: Chris Bailey

우리가 진짜 잘해야 하는 건 속도가 아니었다

지금까지 생산성은 “얼마나 빨리 처리하느냐”였습니다. McKinsey의 2023년 연구에 따르면 생성형 AI가 지식 업무 시간의 60-70%를 단축할 수 있다고 합니다. 실행 속도는 이제 경쟁력이 아닙니다.

그럼 뭐가 경쟁력일까요. 방향을 잘 잡는 능력입니다. Bailey는 자신의 뉴스레터 구독자가 200,000명이고 책이 40개 언어로 번역됐는데, AI 에이전트를 쓰면서 깨달은 게 있다고 합니다. “속도가 아니라 의도가 핵심이더군요.”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습니다. ChatGPT에게 “보고서 써줘”라고 하면 뭔가 나오긴 합니다. 근데 내가 원한 건 아니에요. 다시 “이렇게 고쳐줘”, “저건 빼줘”, “여기 강조해줘”… 결국 제가 하는 일은 ‘어떤 보고서를 원하는지 명확히 설명하기’였습니다.

의도를 명확히 세우지 못하면, AI는 아무리 빨라도 쓸모없습니다. 방향을 잘못 잡으면 빠르게 잘못된 곳으로 가는 것뿐이니까요.

의도를 세우는 법은 배운 적이 없다

문제는 우리가 의도 설정을 배운 적이 없다는 겁니다. 학교에서는 “문제를 빨리 푸는 법”을 가르쳤지, “어떤 문제를 풀어야 하는지 정하는 법”은 안 가르쳤습니다.

Bailey는 자신의 신간 Intentional에서 이렇게 썼습니다: “In a world where AI handles more and more of the ‘doing,’ the ability to set clear, meaningful intentions isn’t just a productivity skill—it’s becoming the foundational capability.” (AI가 점점 더 많은 ‘실행’을 담당하는 세상에서, 명확하고 의미 있는 의도를 세우는 능력은 단순한 생산성 기술이 아니라 기초 역량이 되고 있다.)

그런데 이게 은근히 압박이 되더군요. “내가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뭐지?” “이 일을 왜 하는 거지?” 이런 질문에 답하는 게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뭐 어쩌겠습니까. 지금까지는 실행만 하느라 생각할 시간이 없었으니까요.

AI에게 뭘 시킬지 정하는 게 전부다

Bailey는 Mac Mini를 사서 AI 에이전트를 24시간 돌린다고 합니다. Claude Cowork, Moltbot 같은 도구를 써서 “intelligence layer”를 만들었다는데요. 초안 관리, 일정 조율, 이메일 감독을 자동화했습니다.

핵심은 이겁니다: AI에게 무엇을 맡길지, 무엇은 내가 할지 구분하는 것. 그는 이렇게 정리했습니다:

  • AI가 하는 일: 데이터 정리, 초안 작성, 일정 조율, 반복 작업
  • 내가 하는 일: 방향 설정, 우선순위 결정, 최종 판단, 의미 부여

저도 써보니까 정말 효과가 있더군요. AI에게 “이 주제로 글 써줘”가 아니라 “이 독자에게, 이 메시지를, 이런 톤으로 전달하는 글을 써줘”라고 하면 결과가 완전히 다릅니다. 의도가 명확하면 AI의 실행 속도가 빛을 발합니다.

의도를 키우는 3가지 습관

그럼 의도를 세우는 능력은 어떻게 키울까요. Bailey의 책과 제 경험을 종합하면 이렇습니다:

1. 하루 시작 전 3분 멈춤 아침에 바로 메일 열지 마시고. “오늘 가장 중요한 건 뭐지?”라고 물어보세요. 중요한 건 긴급한 것과 다릅니다. 행동경제학에서 말하는 “긴급성 편향”을 피하는 겁니다.

2. AI에게 질문하기 전에 한 문장 정리 AI에게 뭘 시키기 전에 “내가 진짜 원하는 결과는 뭐지?”를 한 문장으로 써보세요. 이게 안 되면 AI도 못 합니다. 명확한 의도가 명확한 결과를 만듭니다.

3. 주말에 한 주 복기 일요일 저녁 10분. “이번 주에 한 일 중 정말 중요했던 건 뭐였지?” 물어보세요. 바쁘게 일했지만 중요하지 않은 일만 했다면, 의도 설정에 문제가 있는 겁니다. 뇌과학적으로 보면 반성 없는 반복은 학습이 아닙니다.

결론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는 겁니다. AI가 실행을 다 해줘도, 어디로 갈지는 우리가 정해야 합니다. 의지력에 의존하는 건 배터리로 집 전체를 돌리겠다는 것과 같습니다. 의도라는 나침반을 세워두면 AI는 알아서 그쪽으로 달려갑니다.

오늘 하나만 해보시길. 아침에 메일 열기 전, “오늘 가장 중요한 건 뭐지?” 3초만 물어보세요. 그게 시작입니다.

참고자료

김노마

🧠 뇌과학자. 습관연구가.
뇌과학과 행동경제학을 연구한다. 책을 좋아하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을 즐긴다. 자기계발과 라이프해킹 관련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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