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생각이 얕아지는 이유와 사고력 지키는 3가지 방법

ChatGPT를 쓰기 시작한 지 2년쯤 됐습니다. 이메일도 AI가 쓰고, 보고서 초안도 AI가 만들고, 궁금한 건 검색 대신 AI한테 물어봅니다. 편해졌죠. 그런데 요즘 이상한 느낌이 듭니다. 머리가 편해진 게 아니라 머리를 안 쓰게 됐다는 느낌.

최근 Psychology Today에 실린 “인지 선언문”이라는 글을 읽었는데요. 저자는 2년 전 AI를 낙관적으로 봤던 자신의 글을 다시 꺼내며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이 바뀌고 있다. 그것도 좋지 않은 방향으로.” 왜 그럴까요.

AI가 없애버린 ‘생각의 마찰력’

뇌과학자들은 예전부터 말해왔습니다. 인간의 사고는 ‘마찰’에서 나온다고요.

여기서 마찰이란 뭘까요. 글을 쓸 때 적절한 단어를 찾느라 머뭇거리는 순간. 문제를 풀다가 막혀서 “어? 이건 왜 안 되지?”라고 멈칫하는 순간. 누군가의 주장을 듣고 “정말 그럴까?”라고 의심하는 순간. 이 불편함, 이 망설임, 이 저항감이 진짜 사고의 시작점입니다.

그런데 AI는 이 마찰을 싹 없애버립니다. 질문을 던지면 0.5초 만에 매끄러운 답이 나옵니다. 유창하고, 자신감 넘치고, 논리적으로 보이는 문장들. 우리는 이걸 읽고 “아, 맞네”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겁니다. 우리가 실제로 생각한 게 아니라는 거죠.

행동경제학자 대니얼 카너먼은 인간의 사고를 시스템1과 시스템2로 나눴습니다. 시스템1은 빠르고 자동적인 사고, 시스템2는 느리고 노력이 필요한 사고. 진짜 생각은 시스템2에서 일어납니다. 그런데 AI는 우리를 시스템1에만 머물게 만듭니다. 빠르게 받아들이고, 빠르게 넘어가고, 빠르게 잊어버리게.

머리는 편해졌는데 왜 이렇게 불안할까

저도 최근에 경험했습니다. 블로그 글을 쓰는데 AI가 초안을 뚝딱 만들어줬어요. 문법도 완벽하고 구조도 깔끔합니다. 그런데 읽어보니 이상한 거예요. 내 목소리가 아니더라고요. 제가 하고 싶었던 말이 맞긴 한데, 제가 쓴 것 같지 않은 느낌.

Smooth Brain 이미지
이미지 출처: Psychology Today

원문 저자는 이걸 “가짜 인지(counterfeit cognition)”라고 부릅니다. 진짜 사고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기계가 만들어낸 환상이라는 거죠. 유창함과 깊이는 다릅니다. 문장이 매끄럽다고 해서 그 안에 진짜 통찰이 있는 건 아니거든요.

더 무서운 건 이겁니다. 우리가 이런 “유창하지만 얕은” 콘텐츠에 계속 노출되면서 진짜 깊이 있는 사고와 표면적인 사고를 구분하지 못하게 된다는 점. 마치 인스턴트 음식만 먹다 보면 제대로 된 요리 맛을 잊어버리는 것처럼요.

뇌과학적으로 보면 이건 당연합니다. 뇌는 에너지 효율을 최우선으로 삼습니다. 노력 없이 답을 얻을 수 있다면 굳이 에너지를 쓸 이유가 없죠. 그래서 AI를 자주 쓸수록 우리 뇌는 점점 더 깊이 생각하는 능력을 잃어갑니다. 근육을 안 쓰면 퇴화하는 것처럼.

우리가 AI처럼 쓰기 시작했다는 신호

요즘 제 글을 읽어보면 알 수 있습니다. 예전보다 문장이 짧아졌어요. 단문 위주입니다. 접속사도 줄었고요. 복잡한 표현도 피하게 됩니다. 이게 은근히 압박이 되더군요(…).

원문 저자가 지적한 부분이 바로 이겁니다.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AI처럼 쓰기 시작했다는 것. “짧고 명확한 문장. 애매함 없음. 느슨한 끝 없음.” AI가 선호하는 스타일이죠. 그런데 인간의 사고는 본래 이렇지 않습니다. 망설이고, 돌아가고, 모호함을 견디면서 발전합니다.

문제는 이 변화가 언어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겁니다. 언어는 사고를 형성합니다. 우리가 쓰는 언어의 구조가 바뀌면 생각의 구조도 바뀝니다. AI처럼 쓰기 시작하면 AI처럼 생각하게 됩니다. 빠르고, 명확하지만, 얕게.

뇌에 다시 마찰을 돌려주는 법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AI를 안 쓸 수는 없습니다. 저도 계속 쓸 겁니다(…). 중요한 건 AI를 도구로 쓰되, 사고의 주도권은 우리가 가져야 한다는 점입니다.

제가 써보니까 효과 있었던 방법 몇 가지 공유합니다:

1. AI 답변을 무조건 의심하기 AI가 뭔가 답을 주면 일단 “정말?”이라고 물어보세요. 근거는 뭔지, 다른 관점은 없는지, 내가 놓친 부분은 없는지. 이 과정에서 뇌는 다시 작동하기 시작합니다. 마찰이 생기니까요.

2. 초안은 손으로 먼저 쓰기 글을 쓸 때 처음부터 AI한테 맡기지 마세요. 일단 내 생각을 손으로(또는 키보드로) 정리해보는 겁니다. 어색하고 투박해도 괜찮습니다. 그게 진짜 내 사고거든요. AI는 그다음에 다듬는 용도로만 쓰는 거죠.

3. 일부러 어려운 문제 풀기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AI 없이 뭔가 골치 아픈 문제를 풀어보세요. 수학 문제도 좋고, 철학 에세이도 좋습니다. 뇌에 마찰을 경험시키는 훈련입니다. 헬스장에서 무게를 들듯이 뇌도 저항을 느껴야 강해집니다.

결론은 이겁니다. AI는 마찰을 없애주지만, 우리는 마찰을 되찾아야 합니다. 생각의 깊이는 불편함에서 나옵니다. 망설임에서 나옵니다. 답이 쉽게 나오지 않는 그 순간에 진짜 사고가 시작됩니다.

뭐 그래도 AI는 계속 쓸 겁니다(…). 대신 이제는 AI가 준 답을 그냥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합니다. 한 번 더 생각하고, 한 번 더 의심하고, 내 언어로 다시 정리하는 습관. 오늘부터 하나씩 시도해보시길.

참고자료

김노마

🧠 뇌과학자. 습관연구가.
뇌과학과 행동경제학을 연구한다. 책을 좋아하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을 즐긴다. 자기계발과 라이프해킹 관련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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