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형과 저녁형을 넘어: 5가지 수면 유형으로 보는 당신의 건강

“아침형 인간이 저녁형보다 건강하다”는 통념은 절반만 맞다. 최근 연구 결과, 수면 패턴은 단순히 ‘일찍 vs 늦게’로 나뉘지 않으며, 같은 아침형 안에서도 건강 위험이 천차만별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영국 성인 27,030명을 분석한 결과, 수면 유형은 최소 5가지로 세분화되고 각 유형은 고유한 건강·심리 프로필을 가진다.

네덜란드 VU대학 암스테르담 자유대학교와 호주 모나시대학교 연구진이 ‘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한 이 연구는 중장년층 27,030명의 수면 데이터를 머신러닝으로 분석하고, 미국 청소년 10,000명 이상의 코호트로 검증했다. 연구진은 수면 시간대뿐 아니라 감정 조절, 뇌 백질 연결성, 심혈관 위험도, 물질 사용 등 다각도의 건강 지표를 함께 추적했다.

아침형과 저녁형, 건강에는 어느 쪽이 유리할까?

이분법적 질문 자체가 불완전하다는 것이 연구의 핵심 메시지다. 아침형 인간 안에도 최소 2가지 하위 그룹이 있으며, 저녁형 안에는 3가지 하위 그룹이 존재한다.

아침형 2그룹:

  • 건강한 아침형: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며 우울·불안 수치가 낮고, 뇌 백질 연결성이 양호하다. 심혈관 위험도 평균 이하.
  • 우울 위험 아침형: 같은 아침형 수면 시간대를 유지하지만, 감정 조절 능력이 떨어지고 우울증 진단율이 높다. 수면 시간대가 이르다고 자동으로 건강한 것은 아니다.

저녁형 3그룹:

  • 인지 우수형: 늦게 자지만 충분히 자고, 인지 수행 능력이 5개 그룹 중 가장 높다. 창의적 직업군에서 흔히 관찰된다.
  • 우울·물질 사용형: 늦은 수면 시간대에 우울증, 흡연, 음주 등 건강 위험 행동이 겹친다.
  • 심혈관 위험형: 늦잠과 불규칙한 수면 패턴이 결합되어 심혈관 질환 위험이 상승한다.

연구진은 단순히 “일찍 자라”는 권고보다 개인의 생물학적 수면 선호와 라이프스타일을 종합 고려한 맞춤형 개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수면 유형이 5가지라는데, 나는 어디에 속할까?

연구팀은 수면 시간대, 수면 지속 시간, 수면의 질, 주중-주말 차이 등을 종합해 5가지 크로노타입을 도출했다.

수면 유형
주요 특징
대표 건강 지표
건강한 아침형
오후 10~11시 취침, 오전 6시 기상
우울 낮음, 뇌 연결성 양호
우울 위험 아침형
비슷한 시간대, 감정 조절 어려움
우울증 진단율 높음
인지 우수형 저녁형
자정 이후 취침, 충분한 수면
인지 테스트 최고 점수
우울·물질형 저녁형
늦은 시간대 + 흡연·음주 병행
우울, 물질 남용 위험
심혈관 위험형 저녁형
불규칙한 수면, 늦은 기상
심혈관 질환 위험 상승

영국 바이오뱅크 데이터 기반 분석이므로 주로 40~70대 성인을 대상으로 하지만, 미국 청소년 10,000명 코호트에서도 유사한 5가지 패턴이 재현되었다. 이는 수면 유형이 생애 초기부터 형성되며 성인기까지 지속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내 유형 추정법:

  • 알람 없이 자연스럽게 깨는 시간이 오전 6~7시 이전이면 아침형
  • 자정 이후 잠들며 오전 8~9시 이후 기상이 편하면 저녁형
  • 여기에 우울·불안 증상, 물질 사용, 심혈관 위험 지표를 추가로 고려해야 정확한 하위 유형을 특정할 수 있다

연구진은 간단한 자가 평가로는 한계가 있으며, 웨어러블 기기로 2주 이상 수면 패턴을 추적한 데이터가 더 정확하다고 밝혔다.

저녁형 인간이 우울증 위험이 높다는 게 사실인가?

부분적으로 사실이지만, 모든 저녁형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저녁형 3그룹 중 인지 우수형은 오히려 정신 건강이 평균 이상이며, 창의성 지표가 높다. 반면 우울·물질 사용형심혈관 위험형은 실제로 우울증 진단율이 아침형보다 높았다.

연구진은 “늦게 잔다”는 수면 시간대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시간(출근·등교)과 생물학적 시간의 불일치가 스트레스를 유발한다고 설명했다. 저녁형 인간이 오전 9시 출근을 강요받으면 만성적 수면 부족, 스트레스 호르몬 상승, 감정 조절 어려움이 누적된다.

Nature Communications 논문에 따르면, 저녁형 중 우울 위험군은 주중-주말 수면 시간 차이가 평균 2.5시간 이상이었다. 이를 “사회적 시차(social jet lag)“라 부르며, 매주 해외 출장을 다니는 것과 비슷한 생리적 부담을 준다.

반론도 존재한다. 일부 수면 연구자들은 저녁형의 우울 위험이 수면 시간대보다는 빛 노출 부족, 신체 활동 감소, 사회적 고립과 더 관련 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저녁형이라도 낮 시간에 야외 활동을 늘리고 규칙적인 운동을 병행하면 우울 위험을 낮출 수 있다.

수면 패턴과 건강 연구 이미지
이미지 출처: ScienceAlert

아침형인데 우울한 사람들도 있다는데, 왜 그런가?

이번 연구의 가장 흥미로운 발견 중 하나다. 아침형 2그룹 중 우울 위험 아침형은 수면 시간대는 이른데 뇌 백질 연결성이 낮고, 감정 조절을 담당하는 뇌 영역의 활성도가 떨어졌다.

연구진은 뇌 MRI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이 그룹에서 전두엽-변연계 연결성이 약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전두엽은 이성적 판단과 계획을 담당하고, 변연계는 감정과 스트레스 반응을 조절한다. 두 영역의 연결이 약하면 감정을 효과적으로 조절하지 못해 우울·불안이 높아진다.

또 다른 가설은 수면의 질 차이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도 중간에 자주 깨거나, 렘수면 비율이 낮으면 회복 효과가 떨어진다. 연구팀은 웨어러블 수면 추적 데이터에서 우울 위험 아침형이 수면 중 각성 횟수가 평균보다 30% 많았다고 보고했다.

모나시대학교 수면 연구센터의 션 케인(Sean Cain) 교수는 “수면 시간대만으로는 건강을 예측할 수 없으며, 수면의 구조·연속성·뇌 기능까지 종합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면 패턴을 바꾸면 건강 위험을 줄일 수 있을까?

부분적으로 가능하지만, 유전적·생물학적 한계가 있다. 크로노타입은 약 50%가 유전적으로 결정되며, 나머지 50%는 빛 노출, 식사 시간, 운동, 사회적 스케줄 등 환경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

효과가 입증된 개입 방법:

  1. 점진적 시간대 이동: 매일 15분씩 취침·기상 시간을 당기거나 늦춘다. 급격한 변화는 역효과.
  2. 아침 햇빛 노출: 기상 후 30분 이내 야외 활동 또는 광치료 램프 사용. 생체시계 재조정에 가장 효과적.
  3. 저녁 블루라이트 차단: 취침 2시간 전부터 스마트폰·노트북 화면 밝기를 낮추거나 차단 안경 착용.
  4. 근무 시간 유연화: 저녁형 직원에게 오전 10~11시 출근 허용 시, 생산성 20% 상승 + 우울 증상 30% 감소(독일 뮌헨대 연구)

그러나 한계도 분명하다. 극단적인 아침형·저녁형은 수면 시간대를 억지로 바꾸면 만성 피로, 인지 기능 저하, 사고 위험 증가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연구진은 “자신의 생물학적 수면 선호를 존중하면서, 사회적 요구와의 불일치를 최소화하는 전략”을 권장했다.

VU 암스테르담 연구진의 교신 저자 엘스 판 데르 헬름(Els van der Helm) 박사는 “만약 당신이 저녁형인데 오전 6시 기상을 강요받는다면, 수면 시간대를 억지로 바꾸기보다는 근무 시간 조정, 재택근무, 오후 집중 업무 배치 등 환경적 해결책을 먼저 고려하라”고 조언했다.

참고자료

※ 면책 조항

이 글은 최신 과학 연구를 바탕으로 수면 패턴과 건강의 관계를 설명하지만, 개인의 의학적 진단이나 치료를 대체할 수 없습니다. 수면 장애, 우울증, 심혈관 질환 등 건강 문제가 의심된다면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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