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예방하려면 운동하고 건강 챙기라는 말. 귀에 못이 박히게 들어보셨을 겁니다. 그런데 20년 전 단 6주간 컴퓨터 게임 했던 사람이 치매에 안 걸린다면요. Johns Hopkins 연구팀이 2,802명을 20년간 추적한 결과가 그렇습니다.
6주 게임했더니 20년 뒤 치매 위험 25% 줄었다고요?
1998년부터 2019년까지 진행된 ACTIVE 연구는 치매 예방 연구 중 가장 긴 추적 관찰입니다. 65세 이상 성인을 세 그룹으로 나눠 인지 훈련을 시켰습니다.
기억력 훈련, 추론 훈련, 속도 훈련.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기억력과 추론 훈련은 치매 예방 효과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속도 훈련을 받고 부스터 세션까지 들은 그룹은 달랐습니다. 20년 뒤 치매 발병률이 25% 낮았습니다.
구체적 수치를 보면 이렇습니다. 속도 훈련 그룹은 264명 중 105명(40%)이 치매 진단을 받았습니다. 대조군은 491명 중 239명(49%)이었죠. 단 6주 훈련의 효과가 20년 지속됐다는 겁니다.
기억력도 추론력도 아닌, 왜 ‘속도’였을까
여기서 의문이 생깁니다. 기억력이나 추론력이 더 중요해 보이는데 왜 속도만 효과가 있었을까요.
연구진의 설명은 이렇습니다. 속도 훈련은 무의식적 학습(implicit learning)을 자극하고, 기억력·추론 훈련은 의식적 학습(explicit learning)에 의존한다는 겁니다. 뇌과학에서는 이 둘이 완전히 다른 경로로 작동한다는 걸 이미 알고 있습니다.
무의식적 학습은 자전거 타기나 악기 연주처럼 몸이 기억하는 학습입니다. 의식적으로 생각하지 않아도 작동합니다. 그래서 뇌 회로 자체를 바꿉니다.
반면 의식적 학습은 사실이나 전략을 외우는 겁니다.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어 보이지만 장기적으로 뇌 구조를 바꾸지는 못합니다. 치매는 뇌 회로의 문제니까 속도 훈련만 효과가 있었던 겁니다.
Johns Hopkins의 연구 저자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비약물적 개입으로 20년 후까지 치매 위험을 낮춘 걸 확인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럼 대체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건데요
훈련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컴퓨터 화면에서 빠르게 시각 정보를 찾아내는 겁니다. 난이도는 개인 수준에 맞춰 조정됩니다. 잘하면 더 어려워지고, 못하면 천천히 올라갑니다.
구체적인 프로토콜은 이렇습니다:
- 초기 훈련: 60-75분씩 10회 (5-6주)
- 부스터 세션: 11개월 후 4회, 35개월 후 4회
- 방식: 적응형 시각 처리 훈련
이 훈련을 상용화한 프로그램도 있습니다. 연구에 사용된 것과 동일한 원리로 작동하는 뇌 훈련 게임들이 이미 나와 있습니다.
물론 이게 만능은 아닙니다. 연구진도 “속도 훈련만으로 치매를 완전히 예방할 순 없다”고 못을 박았습니다. 운동, 식단, 사회 활동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이 정도 시간 투자로 25% 위험을 줄일 수 있다면 안 할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결국 뇌는 쓸수록 녹슨다는 말이 틀렸다는 이야기
뇌는 근육과 다릅니다. 쓴다고 닳지 않습니다. 오히려 안 쓰면 녹슬어 버립니다.
속도 훈련의 핵심은 뇌를 바쁘게 만드는 겁니다. 빠르게 판단하고 반응하게 하면 뇌 회로가 계속 작동합니다. 회로가 작동하면 유지됩니다. 유지되면 치매가 멀어집니다.
이상입니다. 결론은, 치매 예방은 특별한 게 아니라 뇌를 계속 자극하는 일이라는 겁니다. 운동이든 게임이든 새로운 언어 배우기든 뭐든 좋습니다. 안 쓰면 녹슬고 쓰면 유지됩니다. 오늘부터 하나만 시작해보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