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 동안 어디에 시간을 썼는지 떠올릴 수 있습니까. 대부분은 “대략 이렇게 썼겠지”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실제로 기록해보면 전혀 다른 이야기가 펼쳐지더군요.
우리가 내 시간을 착각하는 이유
Annie Dillard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우리가 하루를 보내는 방식이 곧 우리가 삶을 보내는 방식이다.” 간단한 문장인데, 곱씹을수록 무겁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우리는 자신의 하루를 꽤 정확히 안다고 착각합니다. 심리학에서는 이걸 ‘자기인식 편향’이라고 부르는데요. 실제로 사람들에게 어제 몇 시간 동안 무엇을 했는지 물어보면, 대부분이 실제 행동과 꽤 다른 답을 내놓습니다. 특히 두 가지 활동에서 편차가 극단적으로 벌어집니다. 잡무(busy work)와 미루기(procrastination)입니다. 이 두 가지는 기억 속에서 훨씬 작게 기억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뭐 어쩌겠습니까. 인간의 뇌가 원래 그렇게 설계되어 있으니까요.
주의와 의도가 엇갈릴 때 생기는 일
생산성 연구자 Chris Bailey는 주의(attention)와 의도(intention)를 이렇게 구분합니다. “주의는 지금 눈앞에 있는 것에 어떻게 반응하느냐이고, 의도는 무엇을 눈앞에 놓을지 선택하는 것이다.”
이 두 가지가 정렬되어 있으면 하루가 잘 흘러갑니다.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있는 느낌. 반대로 엇갈리면 이상한 피로감이 생깁니다. 열심히 했는데 정작 중요한 건 아무것도 못 한 것 같은 그 느낌.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실 겁니다.
시간 인식의 격차가 이 엇갈림을 만들어냅니다. 내가 어디에 시간을 쓰고 있는지 정확히 모르면, 의도를 세워도 방향을 잡기가 어렵습니다.

30일 타임로그: 불편하지만 가장 정직한 거울
Bailey가 직접 써봤다는 방법입니다. 30일 동안 30분 단위로 시간 사용을 기록하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번거롭게 느껴지는데요, 막상 해보면 꽤 충격적인 결과를 마주하게 됩니다.
Bailey는 이 과정에서 자신이 예상했던 시간 배분과 실제 배분 사이에 큰 격차가 있었다고 고백합니다. 특히 잡무와 미루기에 쓴 시간이 머릿속 추정보다 훨씬 많았다고.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는데요(…). 막상 기록해보면 SNS를 “잠깐” 봤다고 생각했던 시간이 하루에 두 시간이 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게 은근히 압박이 됩니다. 하지만 그래서 유용합니다. 데이터는 거짓말을 하지 않거든요.
30일을 전부 기록하기 어렵다면 일주일만 해봐도 패턴이 보입니다. 핵심은 판단 없이 기록하는 것입니다. “이걸 했어야 했는데”가 아니라, 실제로 한 것을 그냥 적는 겁니다.
일주일에 한 번, 5가지 질문으로 방향 잡기
기록이 어느 정도 쌓이면 회고가 필요합니다. Bailey는 정기적으로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 목록을 소개하는데요. 저도 이 질문들이 꽤 쓸모 있다고 생각합니다.
- 행정 업무에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쓰고 있지는 않은가?
- 위임하거나 줄일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 어떤 저레버리지 프로젝트가 불균형하게 많은 시간을 잡아먹고 있는가?
- 시간이 진짜로 새는 곳은 어디인가?
- 내가 피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마지막 질문이 특히 뾰족합니다. 사람들은 중요하다는 걸 알면서도 피하는 것들이 있거든요. 그리고 그 ‘피함’이 하루 안에서 다른 이름으로 나타납니다. 바쁜 척, 준비 중, 리서치 중. (… 저만 그런 건 아닐 겁니다)
이 질문들을 주 1회, 일요일 저녁이나 월요일 아침에 15분 정도 저널링으로 써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하루가 인생이라는 것
결론은 간단합니다. 원하는 하루를 살고 싶다면, 먼저 현재 하루를 정확히 봐야 한다는 겁니다. 그 도구가 타임로그이고, 그 도구를 쓸 이유를 만들어주는 게 회고 질문입니다.
Dillard의 말처럼, 하루를 보내는 방식이 곧 삶을 보내는 방식입니다. 거창한 목표나 대단한 결심 전에, 오늘 하루 30분만 기록해보시길. 그것만으로도 꽤 많은 것이 보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