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IT 스타트업을 운영 중인 최현우입니다. 전략 문서는 있는데 팀이 서로 다른 방향을 보고 있는 경험, 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마케팅은 “고객이 원하니까 기능을 추가해야 한다”고 하고, 엔지니어링은 “지금 코드베이스에 더 이상 기능을 쌓으면 안 된다”고 합니다. 둘 다 맞는 말인데, 결정이 나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생각보다 단순한데요. 전략처럼 보이는 문서에 진짜 ‘선택’이 없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Jason Cohen의 Strategic choices: When both options are good를 읽으며 이 문제를 명확히 정리하게 됐습니다. 스타트업 창업자라면 한 번쯤은 마주치는 이 답답함, 오늘 그 원인과 해법을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전략 문서가 있어도 팀이 따로 노는 이유
대부분의 전략 문서는 선택이 아니라 소원 목록입니다. “고객 최우선”, “빠르게 움직이되 품질을 놓치지 않는다”, “훌륭한 디자인”. 누가 이걸 반대하겠습니까. 아무도 “우리 전략은 낮은 품질과 못생긴 디자인이야”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이런 표현들은 Cohen이 말하는 플래티튜드(공허한 원칙)이지 전략이 아닌데요. 진짜 전략과 플래티튜드의 차이는 명확합니다. 반대쪽을 선택한 성공한 기업이 실제로 존재하는가가 기준입니다. 존재한다면 그건 진짜 선택이고, 존재하지 않는다면 플래티튜드입니다.
팀원들이 선택지를 강하게 느끼지 못하면 일상의 수백 가지 결정에서 제각각 다른 방향을 선택하게 됩니다. 전략적 선택이 제대로 공유되면 모든 팀원이 독립적으로 의사결정하면서도 같은 방향을 향할 수 있습니다. 그게 조직이 스케일하는 방식인 것이지요.
진짜 전략은 ‘좋은 것 vs 좋은 것’ 사이에서 탄생한다
전략적 선택의 첫 번째 조건은 양쪽 모두 매력적이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걸 Cohen은 ‘반대 테스트(Opposite Test)’라고 부릅니다. 반대 선택이 명백하게 나쁘다면 그건 선택이 아니라 선호의 표명에 불과한 것이지요.
“최저가”와 “프리미엄 가격”을 생각해보면 쉽습니다. 다이소는 최저가 전략으로 대규모 시장을 확보했고, 애플은 프리미엄 가격으로 높은 마진과 브랜드 지위를 만들었습니다. 어느 쪽도 틀리지 않습니다. 둘 다 정답이기 때문에 이게 진짜 전략적 선택입니다.
또 다른 예를 들면 “올인원 통합 제품”과 “확장성 중심 플랫폼”입니다. Apple Notes는 전자를 택해 일관된 경험을 제공하고, Obsidian은 후자를 택해 방대한 플러그인 생태계를 갖췄습니다. 두 선택 모두 열성적인 팬을 만들어 냈는데요. 바로 이런 구도가 진짜 전략적 딜레마입니다.
선택에는 불편한 결과도 패키지로 따라온다
전략적 선택의 두 번째 조건은 불편한 결과까지 통째로 수용하는 것입니다. “훌륭한 디자인”을 선택하면 어떤 일이 따라오는지 생각해봤습니다. 뛰어난 디자이너가 필요하니 팀 규모가 커집니다. 개발 속도가 느려집니다. 고객이 원하는 기능이라도 디자인 품질을 해친다면 거절해야 합니다.
이게 패키지 딜인데요. 좋은 것만 고르는 세트 메뉴는 없습니다. 전략 문서에 결과까지 명시해두면 팀원 각자가 일상에서 결정을 내릴 때 스스로 맥락을 판단할 수 있습니다. “이 결정이 우리의 선택과 일치하는가”를 물어볼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세 번째 조건은 선택들이 서로 강화(reinforce)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소규모 팀”과 “풍부한 기능”은 얼핏 독립적으로 보이지만 실은 충돌합니다. 하지만 여기에 “확장 가능한 에코시스템”이라는 선택을 더하면 달라집니다. 작은 핵심 팀이 플러그인 생태계를 키우면 기능 풍부함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지요. 이처럼 선택들이 맞물려 서로를 강화할 때 회사는 하나의 뚜렷한 개성과 방향성을 갖게 됩니다.
갈등할 때는 전략을 따른다
실제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이것입니다: 선택이 충돌할 때는 전략적 선택을 따르고, 충돌이 없을 때는 최선을 다하라.
애자일 선언(Agile Manifesto)이 좋은 예시인데요. “동작하는 소프트웨어 > 포괄적인 문서화”는 문서가 쓸모없다는 뜻이 아닙니다. 시간이 한정되어 있을 때 무엇에 더 투자할지를 미리 정해둔 것입니다. 그들도 이렇게 명시했습니다. “오른쪽의 항목에도 가치가 있지만, 우리는 왼쪽의 항목에 더 높은 가치를 둔다.”
스타트업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최저가 전략”을 택했다면 고가 고객을 잡겠다고 프리미엄 패키지를 만드는 건 전략적 일관성을 해치는 일입니다. 하지만 비용을 올리지 않고도 품질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 생긴다면? 망설임 없이 취하면 됩니다. 전략이 모든 기회를 차단하는 도구가 아니라, 충돌 시 우선순위를 결정해주는 도구인 것이지요.
이 원칙이 없으면 가장 나쁜 결과가 나오는 것이 현실입니다. 품질도 부족하고 기능도 부족한 — 어느 시장에도 어필하지 못하는 제품이 됩니다. 이걸 Cohen은 “유일하게 지는 포지션”이라고 표현했는데요. 이는 저만의 이야기는 아닌 듯합니다.
정리하며
지금까지 진짜 전략적 선택의 3가지 조건을 살펴봤습니다.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은데요.
- 양쪽 모두 매력적인 선택지여야 한다 — 반대 선택이 나쁘다면 그건 선택이 아닌 플래티튜드
- 불편한 결과까지 통째로 수용해야 한다 — 패키지 딜이 아닌 전략은 없음
- 선택들이 서로 강화되는 조합이어야 한다 — 충돌하면 회사는 개성 없이 표류함
창업 3년차로서 느끼는 건 하나입니다. “전략”이라는 말을 가장 많이 쓰는 회의에서 가장 적은 진짜 결정이 나온다는 것이지요. 실제로 방향을 만드는 건, 결정하기 불편한 질문 앞에서 도망가지 않는 용기인 것 같습니다. 선택이 힘들지 않았다면 그건 진짜 선택이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리는 모두 더 좋은 팀을 만들고 싶어요. 그리고 좋은 팀은 명확한 선택 위에서 움직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