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IT 스타트업을 운영 중인 최현우입니다. 2025년 3월, 나이키는 거의 5년 만에 최악의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매출은 전년 대비 11.5% 감소해 110억 달러를 기록했고, 디지털 매출은 20% 급락, 앱 다운로드는 35% 줄었습니다. 한때 미국 스포츠화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던 기업이 이렇게 됐습니다.
그 사이 On은 매출이 3억 3,000만 달러에서 18억 달러로 5배 넘게 성장했고, Hoka는 3억 5,200만 달러에서 14억 달러로 올라섰습니다. 나이키가 빠진 자리를 다른 브랜드들이 빠르게 채운 것인데요. 이게 단순한 운의 문제였을까요? 아닙니다. 나이키 스스로 만들어낸 결과입니다.
진열대를 비운 대가
가장 치명적인 첫 번째 실수는 스스로 유통망을 끊은 것이었습니다. 2020년 나이키는 새 CEO 존 도나호(John Donahoe)를 영입하고 수백 개의 도소매 계약을 종료합니다. 논리는 그럴듯했는데요. 소매점을 통한 판매는 수익률이 30~35%에 그치지만, 직접 판매(D2C)는 최대 50%까지 마진을 높일 수 있다는 계산이었습니다.
하지만 소매 진열대는 제로섬 게임입니다. 나이키가 빠진 자리는 곧바로 경쟁사로 채워졌습니다. On의 클라우드텍(CloudTec) 기술과 Hoka의 극후창(maximalist cushioning) 제품이 나이키가 내준 프리미엄 매장 진열대를 차지한 것이지요. 소비자들이 나이키를 온라인에서 직접 구매할 것이라는 가정은 틀렸습니다. 많은 소비자들은 오히려 오프라인 매장에서 다른 브랜드를 발견했습니다.
제품 개발 역량의 붕괴
두 번째 실수는 조직 구조를 바꾸면서 핵심 역량을 해체한 것입니다. 도나호는 나이키의 스포츠 종목별 팀 구조를 해체하고 남성·여성·아동 카테고리로 재편했습니다. 러닝팀은 생체역학과 소재 과학을 알았고, 농구팀은 코트 특성과 퍼포먼스 요구사항을 이해했습니다. 이 전문 지식들이 일반 카테고리로 통합되면서 사라졌는데요.
결과는 예상 가능했습니다. 베테랑 디자이너와 임원들이 경쟁사로 이직했고, 나이키는 레트로 농구화 재발매에 의존하게 됩니다. 팬데믹 기간에는 이 전략이 통했지만, 트렌드가 아디다스 삼바(Samba) 같은 낮은 프로파일 신발로 이동하자 나이키는 재고 과잉에 빠졌습니다. 총이익률은 2010년대 중반 45%에서 42.7%로 떨어졌고, EBIT는 42%나 감소했습니다.
스타를 잃으면 브랜드도 잃는다
세 번째 실수는 선수 파트너십의 붕괴를 막지 못한 것입니다. 로저 페더러는 본인이 지분을 보유한 On으로 이적했고, 해리 케인은 스케처스(Skechers), 시몬 바일스는 Athleta, 조시 알렌은 뉴발란스를 선택했습니다. 타이거 우즈는 자체 브랜드를 설립하기 위해 나이키를 떠났습니다.
이 이탈이 단순히 마케팅 비용의 문제가 아닌 것이지요. 1980년대 마이클 조던과의 협업은 에어 조던 라인을 만들어냈고, 2023년 기준 연간 매출 50억 달러를 창출하는 사업이 됐습니다. 선수들이 나이키를 떠난 것은 더 높은 계약금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나이키가 더 이상 제품 개발의 명확한 리더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페더러가 On을 선택한 것도 그 브랜드가 더 좋은 러닝화를 만들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보완적 자산, 동시에 무너지면
나이키 위기의 핵심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보완적 자산(Complementary Assets)’입니다. 나이키는 수십 년간 세 가지 자산을 동시에 구축했습니다. 세계 최고의 제품 개발, 최정상 선수 파트너십, 그리고 ‘저스트 두 잇(Just Do It)’으로 대표되는 프리미엄 브랜드 포지셔닝이 그것입니다.
이 세 가지는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좋은 제품이 있어야 톱 선수들이 나이키를 선택하고, 톱 선수들이 착용해야 마케팅이 설득력을 가지며, 강력한 마케팅이 있어야 프리미엄 가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마이클 포터가 말하는 지속 가능한 경쟁우위는 이런 보완적 자산의 시스템에서 나옵니다.
도나호 체제에서 나이키는 이 세 가지를 동시에 약화시켰습니다. 각각의 결정은 단독으로 보면 논리적이었습니다. D2C로의 전환, 일반 카테고리 재편, 마케팅 기조의 변화 — 하나하나는 나름의 근거가 있었지요. 문제는 이것들이 동시에 이루어지면서 시스템 전체가 무너진 것입니다.
나이키의 반격, 그리고 우리가 배울 것
2024년 9월, 나이키는 도나호를 30년 경력의 내부자 엘리엇 힐(Elliott Hill)로 교체했습니다. 힐은 ‘스포츠 오펜스(Sport Offense)’ 전략을 내세우며 종목별 제품 개발과 마켓플레이스 강화를 추진 중입니다. 초기 신호들은 긍정적이지만, 나이키는 여전히 연속 분기 매출 감소를 기록 중입니다.
경쟁 구도도 달라졌습니다. 2010년대에는 나이키가 규모와 브랜드 파워만으로 지배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소셜 미디어와 D2C 플랫폼이 진입 장벽을 낮췄고, 작은 브랜드들도 특정 스포츠나 제품 카테고리에 집중해 경쟁할 수 있게 됐습니다. On과 Hoka가 그 증거입니다.
지금까지 나이키의 위기를 살펴봤습니다.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은데요.
- 유통망 축소는 단기 마진 개선이 아닌 시장 점유율 포기였습니다 — 경쟁사가 빈자리를 채우는 데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 조직 개편은 핵심 전문성 해체로 이어졌습니다 — 카테고리 통합이 제품 혁신 역량을 갉아먹었습니다
- 보완적 자산은 함께 강해야 의미가 있습니다 — 하나가 약해지면 나머지도 따라 무너집니다
나이키가 과거의 지배력을 회복할 수 있을지는 조심스럽게 지켜봐야 합니다. 무너지는 것보다 복구가 항상 더 어렵기 때문인데요. 그 구조적 우위가 여전히 존재하는지조차 불분명합니다. 단, 이 사례에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건 분명합니다. 경쟁우위는 자산 하나가 아니라 자산들 사이의 관계에서 나온다는 것, 그리고 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 하는 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