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기가 청춘이라는 말, 아무도 진심으로 그리워하지 않는다

대학 시절이 전성기라고들 했다. 커리어가 절정에 오를 때라고도. 젊음과 능력이 동시에 있는 그 시간이 가장 빛나는 시절이라고.

그런데 이상한 거 있지 않나. 정작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냥 “좋아 보인다”고 할 뿐이다.

모두가 전성기라 불렀던 시간, 아무도 돌아가고 싶지 않다

중학생 때, 어른들은 으레 “청춘이 부럽다”고 했다. 에너지 넘치고, 아무 걱정 없어서. 근데 14살로 진짜 돌아가고 싶냐고 물으면? 아무도 손을 들지 않는다. 그냥 멀리서 바라보기 좋은 풍경인 거다.

대학 시절도 마찬가지다. “인생 최고의 때”라는 말을 들었어도, 실제로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는 사람은 드물다. 커리어 절정도 그렇다. “지금이 딱 전성기네” 소리는 들어도, 그 시절을 간절히 그리워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모두가 ‘전성기’라 부르지만, 아무도 진심으로 그 시절을 원하지 않는다. 뭔가 이상하지 않나? (솔직히 나도 이 패턴을 발견하고 꽤 충격받았다.)

나이 든 사람들 눈빛이 달라지는 그 순간

이 글을 쓴 저자는 흥미로운 관찰을 했다. 청소년 때도, 대학 때도, 커리어가 오를 때도 주변에서 “좋겠다”는 시선을 받았다. 그런데 딱 한 번, 완전히 다른 눈빛을 받은 순간이 있었다고 한다.

아이가 생기고, 그 아이가 한 살쯤 됐을 때였다.

그때 나이 든 사람들의 표정이 달랐다. 단순한 미소가 아니었다. 뭔가를 진짜로 잃어버린 사람의 눈빛. “좋겠다”가 아니라 “나도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
이미지 출처: kanyilmaz.me

원문에서 소개한 패턴을 표로 보면 더 선명하다:

시기
사람들이 하는 말
진심으로 돌아가고 싶은가
청소년기
“청춘이 부럽다”
아니오
대학 시절
“인생 최고의 때”
아니오
커리어 절정
“지금 전성기네”
아니오
어린 자녀 키울 때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회고적 가치(retrospective value)’로 설명한다. 어떤 경험의 진짜 가치는 지나고 나서야 온전히 알 수 있다는 거다. 흥미로운 건, 많은 사람들이 가장 강렬하게 그리워하는 시간이 가장 힘들었던 그 시절이라는 점이다.

가장 지치는 시간이 가장 빛나는 이유

솔직히 아이가 한 살에서 네 살일 때는 정신이 없다. 일정은 허구헌날 엉키고, 집은 점령당하고, 대화는 “강아지도 신발 신어요?”로 끊긴다. 컵 색깔이 마음에 안 든다고 울음이 터지는 걸 경험해봤다면 알 거다. (이게 삶을 총체적으로 흔든다.)

그런데 이 난장판 속에 아무도 말해주지 않은 무언가가 있다.

청소년이 된 아이는 이미 서서히 돌아선다. 아기는 아직 일방통행에 가깝다. 그런데 한 살에서 네 살 사이의 아이는 딱 이 세 가지를 동시에 준다.

  • 최대의 의존 — 세상에서 오직 나만 믿고, 나만 바라본다
  • 최대의 애정 — 조건도 전략도 없이, 그냥 사랑한다
  • 최대의 경이로움 — 매일 처음 보는 것처럼 세상에 놀란다

이 세 가지가 동시에 존재하는 시간은 생각보다 훨씬 짧다. 그래서 나이 든 사람들이 그 눈빛으로 쳐다보는 거다.

전략 없이 사랑받는 경험이 주는 것

심리학에서는 ‘무조건적 긍정 존중(unconditional positive regard)’을 관계의 핵심 치유 요소로 본다. 상담실에서도 자주 나오는 얘기다. 사람들은 평생 조건 없는 사랑을 찾는다. 뭔가를 잘해서가 아니라, 그냥 존재만으로 사랑받는 경험.

어린 아이가 정확히 그걸 준다. 직장에서 어떤 성과를 냈는지, 통장에 얼마가 있는지, 아이는 모른다. 그냥 네가 있어서 기쁘다. 네가 오면 달려온다. 그 사랑에는 아무 계산이 없다.

상담실에서 진짜 자주 듣는 말이 있다. “어릴 때 그런 사랑을 받아봤으면 지금이 달랐을 텐데.” 근데 역설적으로, 그런 사랑을 줄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종종 그 순간을 가장 바쁘다는 이유로, 가장 지쳤다는 이유로 그냥 흘려보낸다.

가장 빛나는 시간이라는 걸 모른 채.

지금 그 시간 안에 있다면

저자가 제안하는 테스트가 있다. 나이 든 사람들이 진짜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시간이 언제인지를 보면, 그게 전성기라는 거다.

젊을 때는 전성기가 나중에 온다고 생각한다. 커리어를 쌓을 때는 더 높이 오르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어느 날 뒤를 돌아보면, 아이가 자기를 향해 달려오던 그 소란스럽고 피곤하고 너무나 짧았던 시간이 떠오른다.

결론은 이거다. 전성기는 기다리는 게 아니라, 알아보는 거다. 지금 그 시간 안에 있다면, 가장 지치고 가장 정신없는 이 순간이 전성기일 수 있다. 오늘 저녁, 집에 돌아가면 알 수 있다. 아이가 달려오는지.

이수진

심리연구소에서 심리상담사 겸 콘텐츠 마케터로 일한다. 가끔 코딩도 하고.

댓글 남기기

※ 본 글에 사용한 모든 이미지는 별도 표시가 없으면 Freepik에서 가져온 이미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