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간 포화지방이 억울했다 — 설탕 업계가 만든 심장병 연구의 불편한 진실

수십 년간 포화지방을 피해왔다면, 이제 다시 한 번 생각해야 할 이야기가 있습니다. 심장병의 주범으로 포화지방을 지목한 연구, 사실 그 연구에 설탕 업계가 자금을 댔다면요? 2016년 UC샌프란시스코(UCSF) 연구팀이 공개한 문서들이 60년간의 영양 상식을 뒤흔들었습니다.

포화지방 누명의 시작 — 1967년 NEJM 논문에 숨겨진 비밀

1967년,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의학저널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NEJM)》에 심장병 관련 문헌 리뷰가 실렸습니다. 결론은 명확했습니다. “심장병을 예방하려면 콜레스테롤과 포화지방을 줄여야 한다. 설탕은 크게 관계없다.”

이 연구는 이후 수십 년간 미국의 식이 가이드라인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포화지방이 가득한 버터와 육류는 나쁜 음식의 대명사가 되었습니다. 저지방 식품이 건강식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런데 이 연구에는 결정적으로 밝히지 않은 정보가 하나 있었습니다. 설탕연구재단(Sugar Research Foundation, SRF)이 연구비를 지원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2016년 JAMA 내과학에 발표된 UCSF 연구는 이 사실을 처음으로 세상에 알렸습니다.

설탕 업계가 돈을 주고 만든 연구 — 340개 문서가 드러낸 진실

UCSF 연구팀의 수석 연구원 크리스틴 케언스는 5년에 걸쳐 340개 이상의 내부 문서, 총 1,582페이지를 분석했습니다. 1954년부터 1967년까지의 설탕 업계 내부 자료였습니다.

문서 속에는 명확한 증거가 담겨 있었습니다. 설탕연구재단이 1967년 NEJM 논문을 위해 오늘날 시세로 약 5만 달러(한화 약 7천만 원)에 해당하는 연구비를 지원했습니다. 업계는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문헌 리뷰가 작성되도록 연구 범위와 강조점을 사전에 조율했습니다.

설탕과 심장병의 연관성을 제시한 연구들은 검토 자료에서 의도적으로 누락되거나 축소되었습니다. 반면 포화지방과 콜레스테롤을 주범으로 지목하는 연구들은 강조되었습니다.

케언스 연구원은 이 논문이 “심장병의 원인에 대한 대중의 인식뿐 아니라 과학계의 시각 자체를 바꿔놓았다”고 말했습니다.

설탕 한 스푼
이미지 출처: UC샌프란시스코(UCSF)

재정적 동기가 식이 가이드라인을 바꿨다 — 내부 메모의 충격적 내용

왜 설탕 업계는 이런 일을 벌였을까요? 1954년 업계 내부 메모가 그 답을 담고 있었습니다. 메모는 저지방 식이 트렌드가 확산될 경우 설탕 소비가 3분의 1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논리는 간단합니다. 지방을 줄이면 탄수화물로 칼로리를 채워야 합니다. 탄수화물의 가장 쉬운 공급원은 설탕입니다. 즉 포화지방이 심장병 주범으로 각인될수록, 설탕은 덜 주목받으면서 더 많이 팔립니다.

1960년대 중반, 설탕과 심장병을 연결하는 연구들이 언론에 보도되기 시작하자 업계는 적극적으로 영양과학자들과 협력하며 반박 논리 개발에 나섰습니다. 단순한 홍보 활동이 아니라 과학적 서사 자체를 기획하고 만들어낸 것입니다.

이 사실은 식품 업계가 식이 권장 사항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깊은 질문을 던집니다. 과학적 연구처럼 보이는 것들이 산업의 이해관계를 반영하고 있을 수 있다는 사실, 영양사로서 저도 불편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진실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어떻게 먹어야 할까 — 영양사가 드리는 현실 조언

솔직히 말씀드립니다. 이 사실을 처음 접했을 때 저도 당황했습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가 “포화지방은 마음껏 먹어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현재까지의 연구들은 여전히 포화지방 과다 섭취가 LDL 콜레스테롤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다만 설탕 역시 중성지방을 높이고 인슐린 저항성을 유발하는 방식으로 심장 건강에 영향을 미칩니다. 두 가지 모두 주의가 필요합니다.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실용적인 교훈은 이렇습니다.

  • 가공 설탕 섭취량을 줄이는 것은 심장 건강에 실질적인 도움이 됩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하루 총칼로리의 10% 미만으로 첨가당 섭취를 제한할 것을 권고합니다.
  • 저지방 가공식품의 함정을 조심하세요. 지방을 줄이는 대신 설탕과 첨가물이 더 들어간 제품이 많습니다.
  • 단일 영양소보다 식단 전체 패턴을 봐야 합니다. 지중해식 식단처럼 자연 식품 위주의 다양한 식재료 조합이 심장 건강에 유익하다는 연구는 꾸준히 쌓이고 있습니다.

영양사의 한마디

이 이야기는 결국 “누가 연구 비용을 대는가”를 물어야 한다고 알려줍니다. 건강 정보를 접할 때 출처를 확인하는 습관, 하나만 기억해도 충분합니다. 어떤 영양소가 나쁘다는 이야기보다, 내 식탁 위에 가공식품이 얼마나 많은지 살펴보는 것이 훨씬 현실적인 첫걸음입니다. 거창하지 않습니다. 오늘 마트에서 성분표 한 번만 더 들여다보면 됩니다. 느려도 괜찮습니다. 멈추지만 않는다면요!

특히 저지방 식품이 건강하다고 믿어왔던 분, 가공식품 라벨 읽기가 막막하셨던 분께 강력 추천합니다.

나나

영양사. 식품컬럼니스트. 요가와 PT를 즐기고 자연식물식 다이어트에 관심이 많다. 영양제 보다 자연식품을 통해 건강을 지키는 방법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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