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을 꾸준히 하는 사람들한테 물어보면 이런 말을 자주 듣는다. “분명히 이완하려고 하는데 오히려 더 긴장되는 것 같아요.” 이상하지 않나? 이완을 목표로 할수록 이완이 더 안 된다니. 사실 이건 집중력이나 의지력 문제가 아니다. 몸 안에 우리가 잘 모르는 잠금장치가 있어서 그렇다.
명상할수록 더 긴장된다는 느낌, 나만 그런 거 아니다
최근에 흥미로운 명상 실험 기록을 읽었다. 한 연구자가 2주 동안 의도적으로 이완하는 명상을 해봤는데, 긴장이 마치 두더지 잡기 게임처럼 움직인다는 고백이었다. 어깨를 이완하면 등이 굳는다. 등을 풀면 목이 당긴다. 한 군데를 풀면 다른 군데가 나선다.
(상담실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명상 앱 꼬박꼬박 쓰는 분이 “왜 나는 해도 안 변하는 걸까요?” 하고 묻는다. 제발 포기하지 않았으면 해서 이 글을 쓰기로 했다.)
근데 여기서 재밌는 게 있다. 이 패턴은 의지력이 약해서가 아니다. 의도적으로 이완하려 할 때 불안이 올라오는 경험, 해본 적 있지 않나? 긴장이 단순히 ‘긴장’이 아니라 그 안에 뭔가를 보호하고 있다는 신호다. 그 뭔가를 이해하면 명상 방향 자체가 달라진다.
혈관을 감싸는 근육 — 평활근이 하는 일
여기서 소개하고 싶은 개념이 있다. Vasocomputation이라는 이론인데, 연구자 Michael Edward Johnson이 주장하는 내용이다. 핵심은 이렇다: 혈관 벽을 감싼 평활근이 우리의 생각과 감정 패턴을 고정시킨다.
평활근(Smooth Muscle)은 골격근과 완전히 다르다. 팔다리 근육은 내 의지로 움직이지만, 평활근은 자율신경계가 제어한다. 위, 장, 방광, 그리고 모든 혈관 벽을 감싼 그 근육. “이완해”라고 의식적으로 명령해도 듣지 않는 근육이다.

이 근육에는 특별한 세 번째 상태가 있다. 이완도 수축도 아닌 — 잠금(Latch). 에너지를 거의 쓰지 않으면서 반영구적으로 수축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몇 주, 몇 달이 지나도 그 긴장이 저절로 풀리지 않는다.
이 잠금 상태가 무서운 건 신경 패턴을 고정시킨다는 점이다. 평활근 잠금 = 생각 패턴과 감정 반응의 기본값을 세팅해버리는 것이다. 항상 예민하고, 사소한 일에도 부정적 시나리오가 먼저 떠오르고, 타인과의 대화가 어색하게 느껴지는 것 — 이게 성격이 아니라 몸 상태일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부분에서 입을 틀어막았다.)
심리학에서는 이걸 ‘신체화’라고 부른다
심리학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이 관계를 알고 있었다. 몸의 만성 긴장이 심리 패턴을 반영하고 또 유지시킨다 — 신체화(Somatization)다.
상담실에서 번아웃 내담자를 만나면 공통점이 있다. 몸 어딘가가 항상 뭉쳐있다. 어깨, 목, 턱, 때로는 배. 긴장이 너무 오래 지속돼서 그게 기본값이 된 사람들이다. “저는 원래 어깨가 아팠어요”라고 말하는 분들.
Vasocomputation 이론이 흥미로운 건, 이 신체 긴장이 단순히 스트레스의 결과가 아니라 스트레스 패턴을 유지시키는 원인이 된다고 주장한다는 점이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 근데 평활근 잠금 상태에서는 이 고리가 쉽게 끊기지 않는다. 명상 의도만으로는 자율신경계에 직접 명령이 전달되지 않기 때문이다.
오늘 당장 해볼 수 있는 것
그래서 어떻게 하냐고? (드디어 실천 파트다.) 두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바디스캔 명상 방향 바꾸기. 기존 바디스캔이 “이완하세요”를 목표로 했다면, 이번엔 다르게 해보자. 긴장된 부위를 찾아서 의도적으로 한 번 더 수축시킨 뒤 풀어주는 방식이다. 이 clench-release 사이클이 평활근 잠금을 풀어주는 데 더 효과적이다. 이완을 명령하는 게 아니라 리셋을 유도하는 것이다.
둘째, 냉온 교대 샤워. 온수 1분 → 냉수 30초를 3회 반복하는 온열·냉수 교대 요법이다. (처음엔 진짜 힘들다. 근데 끊고 나면 뭔가 다르다는 걸 느낀다.) 혈관을 수축·이완시키는 사이클이 평활근 잠금 해제에 도움이 된다. 사우나 + 냉탕이 더 효과적이지만 매일 하기 어려우니, 냉온 샤워부터 시작하는 게 현실적이다.
이완이 잘 안 된다고 해서 명상 재능이 없는 게 아니다. 오랫동안 쌓인 긴장에는 그만한 역사가 있다. 그걸 단번에 의지로 풀려고 하는 건 처음부터 어렵다. 방향을 바꿔보자 — 이완을 명령하는 게 아니라, 몸이 스스로 재설정할 기회를 주는 방식으로. 마침 오늘 샤워를 아직 안 했다면 지금이 완벽한 타이밍일지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