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장지방 줄이면 뇌도 달라진다, 체중 감량만으론 부족한 이유

두 사람이 있습니다. 체중이 같습니다. BMI도 비슷합니다. 그런데 MRI로 뇌를 찍으면 다릅니다. 한 명은 뇌 용량이 또래 평균에 가깝고, 한 명은 또래보다 빠르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차이는 체중이 아니었습니다. 어디에 지방이 쌓여 있느냐였습니다.

뱃살이라고 다 같은 게 아닙니다

지방에는 두 종류가 있습니다.

하나는 피하지방입니다. 피부 바로 아래에 쌓이는 지방으로, 체중계 숫자에 가장 크게 영향을 줍니다. 그리고 뇌 건강과는 별 관계가 없습니다.

다른 하나는 내장지방입니다. 간·췌장·장 같은 장기 사이사이에 끼어드는 지방입니다. 겉으로 보기엔 비슷한 체형이어도 내장지방이 많은 사람이 있습니다. 이게 문제입니다.

이스라엘 벤구리온대학교(BGU) 연구팀이 533명을 최소 5년에서 최대 16년 동안 추적했습니다. MRI 스캔으로 뇌 용량을 측정하고, 인지 기능 검사를 하고, 혈액 검사로 각종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된 이 연구는 내장지방과 뇌 노화 사이에 뚜렷한 연관성을 확인했습니다. 피하지방은 해당 없었습니다.

내장지방이 뇌에 도달하는 경로

내장지방이 어떻게 뇌에 영향을 줄까. 연구팀은 혈액 검사 데이터에서 단서를 찾았습니다.

내장지방이 많을수록 혈당이 불안정해졌습니다. 내장지방은 인슐린 저항성을 높입니다. 인슐린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혈당이 들쑥날쑥해집니다. 그리고 이 혈당 불균형이 시간이 지날수록 뇌를 위축시켰습니다.

내장지방 수치가 높은 참가자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난 변화는 이랬습니다.

  • 뇌 용량 감소
  • 회백질(gray matter) 감소
  • 해마 위축 — 기억력과 직결되는 부위
  • 뇌실 확장 — 뇌가 줄어들면서 빈 공간이 커지는 노화 신호

BGU의 역학자 다프나 파흐터 박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체중은 몸 안에서 일어나는 심각한 대사 변화를 포착하는 민감한 지표가 아닙니다.” 체중이 그대로여도 내장지방이 쌓이고 있을 수 있고, 체중이 조금밖에 안 빠져도 뇌는 보호받고 있을 수 있다는 겁니다.

이 부분이 핵심입니다. 저도 처음 읽고 좀 불편해졌습니다. 체중계 숫자에 너무 집중하고 있었던 게 아닌가 싶어서요. (솔직히 그렇습니다.)

내장지방을 줄이면 뇌가 달라진다는 증거

좋은 소식이 있습니다.

연구팀은 원래 식단 임상시험 참가자들의 장기 데이터를 활용했습니다. 내장지방을 가장 많이 줄인 그룹이 훗날 뇌 용량을 가장 잘 유지했습니다. 체중 감량 폭이 아니었습니다. 내장지방 감소 폭이었습니다.

BGU의 역학자 아이리스 샤이 박사는 이렇게 정리했습니다. “혈당 조절과 복부 내장지방 감소는 측정 가능하고, 조절 가능하며, 달성 가능한 목표입니다. 뇌 퇴화를 늦추고 인지 기능 저하 위험을 줄일 실질적인 가능성이 있습니다.”

물론 이 연구는 대부분 남성, 대부분 과체중 참가자를 대상으로 했습니다.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지는 추가 연구가 필요합니다. (이런 단서는 항상 붙죠. 뭐 어쩌겠습니까.)

중년의 뇌를 지키는 실용적인 방법

내장지방 감소에 효과적이라고 꾸준히 확인된 조합이 있습니다.

정제 탄수화물과 당류를 줄이는 것이 핵심입니다. 흰쌀밥, 흰 빵, 단 음료가 혈당을 빠르게 올리고, 인슐린 저항성을 높이고, 내장지방이 쌓이기 좋은 환경을 만듭니다. 완전히 끊을 필요는 없습니다. 비율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달라집니다. 잡곡밥으로 바꾸거나, 아메리카노에 시럽 빼는 것부터 시작해도 됩니다.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의 조합이 내장지방 감소에 효과적입니다. 판교 직장인이 퇴근 후 회사 근처를 30분 걷는 것도, 주말에 근처 헬스장을 꾸준히 다니는 것도 시작이 됩니다. 핵심은 체중계 숫자가 아니라 지속성입니다.

결론은 이겁니다. 뇌는 체중이 아니라 어디에 지방이 쌓이는지를 봅니다. 내장지방이 줄면 혈당이 안정되고, 뇌로 이어지는 손상 경로가 차단됩니다. 체중이 많이 빠지지 않아도 내장지방이 꾸준히 줄고 있다면, 뇌는 그 변화를 알아챕니다. 오늘 밥 한 끼를 잡곡으로 바꾸거나, 걷기 20분을 추가하는 것. 작은 것부터 시작해도 괜찮습니다.

Photo by MART PRODUCTION on Pexels

김노마

🧠 뇌과학 ・ 습관연구가.
뇌과학과 행동경제학을 연구한다. 책을 좋아하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을 즐긴다. 자기계발과 라이프해킹 관련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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