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관성이 뇌를 바꾼다, 치매 위험 15% 낮추는 습관의 비밀

9,000명. 14년. 치매.

Harvard에서 이 숫자들을 하나로 묶은 연구가 나왔습니다. Harvard T.H. Chan School of Public Health 연구팀이 Journal of the American Geriatrics Society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낙관적인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치매 발생 위험이 약 15% 낮았습니다.

15%가 작아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약도 아니고 수술도 아닙니다. 단지 ‘미래가 잘 될 것 같다’는 기대를 품고 사는 것만으로 나온 차이입니다.

Harvard가 14년 동안 추적한 사람들

연구팀은 인지적으로 건강한 65세 이상 노인 9,000명 이상을 최대 14년간 추적했습니다. 데이터는 미국 성인을 대표하는 대규모 표본인 Health and Retirement Study에서 가져왔습니다.

4년마다 한 번씩, 참가자들은 한 가지 검사를 받았습니다. ‘기질적 낙관성(dispositional optimism)’ — “전반적으로 내 미래는 잘 될 것”이라는 일반적 기대를 얼마나 갖고 있는가를 측정하는 검증된 척도입니다. 거창한 긍정 사고가 아닙니다. “뭔가 잘 되겠지”라는 막연한 기대심 정도입니다.

14년 뒤, 낙관성 점수가 높은 그룹은 낮은 그룹에 비해 치매 발생률이 유의미하게 낮았습니다. 요행이나 우연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14년이라는 기간 동안 일관되게 나타난 결과니까요.

‘잘 될 것 같다’는 기대가 뇌에 무슨 일을 하나

낙관성이 치매를 막는다는 게 처음엔 뜬금없이 들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 메커니즘을 들여다보면 수긍이 갑니다.

첫째, 낙관적인 사람은 스트레스를 다르게 처리합니다. 어떤 일이 생겼을 때 “이건 지나갈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과 “이건 끝났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코르티솔(스트레스 호르몬) 분비 패턴 자체가 다릅니다. 만성적인 코르티솔 과분비는 해마 — 뇌의 기억 중추 — 를 직접 손상시킵니다.

둘째, 낙관적인 사람은 건강 행동을 더 잘 유지합니다. 운동을 하고, 잠을 자고, 사람을 만납니다. “해봤자 소용없어”가 아니라 “이게 도움이 되겠지”라는 기대가 있으니까요. 이 행동들이 모두 치매 예방 인자들입니다.

셋째, 뇌의 회복력 자체가 달라집니다. 낙관성이 높은 사람일수록 만성 염증 수치가 낮고, 신경 연결이 더 활발하게 유지된다는 것을 연구들은 보여줍니다.

이런 경로들이 쌓이면 14년 뒤 15%의 차이가 됩니다. 한 번의 대단한 행동이 아니라, 하루하루 뇌가 처한 화학적 환경이 누적된 결과입니다.

낙관성은 기질이 아니라 훈련이다

여기서 흔히 나오는 반론이 있습니다. “낙관적인 사람은 원래 낙관적인 것 아닌가요?” 타고난 성격 덕에 치매가 적은 거지, 인위적으로 낙관성을 만들 수 있냐는 겁니다.

Inc. 기자 빌 머피 주니어는 자신의 실험으로 이 질문에 답합니다. 몇 년 전 기분이 가라앉았을 때, 그는 매주 역사 속 날짜를 하나씩 찾아 이런 이야기를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당시엔 평범하거나 심지어 나쁜 날처럼 보였지만, 나중에 보니 뭔가 위대한 것의 조용한 시작점이었던 날들.”

예를 들면 이렇습니다. 1957년 7월 6일, 열여섯 살의 존 레논이 리버풀 교회 정원 공연에서 폴 매카트니를 처음 만났습니다. 그날 그들은 그게 뭔지 몰랐겠죠. 1928년 9월 3일, 알렉산더 플레밍이 휴가에서 돌아와 방치된 페트리 접시에서 페니실린을 발견했습니다. 버릴 뻔한 접시였습니다.

그는 이 아카이브를 계속 쌓아가면서 “어떤 날도 좋은 일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는 기대를 훈련하고 있었던 겁니다. 기질이 낙관적인 게 아니라, 낙관적으로 볼 이유를 찾는 습관을 만든 것이죠.

뇌과학에서는 이를 ‘인지 재구성(cognitive reframing)’이라고 부릅니다. 상황은 같아도 그것을 어떤 틀로 해석하느냐가 뇌의 반응을 바꿉니다. 그리고 이건 반복 연습으로 실제로 강화됩니다. 뇌는 늘 쓰는 회로를 키우니까요.

오늘부터 할 수 있는 낙관성 훈련

거창할 필요 없습니다. 요즘 강남 카페에 앉아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면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방법들입니다.

  • ‘좋은 출발점 일지’ 쓰기 — 오늘 있었던 일 중 “이게 무언가의 시작일 수 있겠다”는 것을 하나 적기. 퇴근길 지하철 메모앱으로도 충분합니다. 거창한 긍정이 아닌, 가능성에 주목하는 연습입니다.
  • 미래 기대 재구성 — 걱정되는 상황에서 “최악의 경우”가 아니라 “가장 평범한 경우”를 먼저 떠올리기. 낙관론자의 뇌는 이 습관이 기본값으로 설정돼 있습니다.
  • 잘 된 일 하나씩 복기하기 — 잠들기 전, 올해 생각보다 잘 된 일 하나를 떠올리기. 이게 쌓이면 “왠지 잘 될 것 같다”는 기대가 실제로 기본값이 됩니다.

각각 5분이면 됩니다. 세 가지를 다 하면 더 좋겠지만, 하나만 해도 충분합니다.

결론은, 치매를 예방하는 데 낙관성이 생각보다 훨씬 실용적인 도구라는 겁니다. 그리고 낙관성은 타고나는 성격이 아니라 훈련 가능한 인지 습관입니다. 뭐, 어렵지 않습니다. 오늘 하루에서 “나중에 보니 좋은 시작이었겠다”는 순간 하나만 찾아보시길.

Photo by RDNE Stock project on Pexels

김노마

🧠 뇌과학 ・ 습관연구가.
뇌과학과 행동경제학을 연구한다. 책을 좋아하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을 즐긴다. 자기계발과 라이프해킹 관련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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