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형 인간이 저녁형보다 건강하다.
수십 년 동안 과학계가 내린 결론이었습니다. 그런데 맥길대학 연구팀이 2만 7천 명의 뇌 영상 데이터를 분석하고 다른 답을 가져왔습니다. 아침형 안에도 우울 위험이 높은 유형이 있고, 저녁형 안에도 인지력이 높은 유형이 있다는 것을.
아침형과 저녁형, 그 이분법이 틀렸다
“나는 저녁형이라 건강에 안 좋다는 거 안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이 믿음이 과도한 단순화였다는 게 밝혀졌습니다. 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된 연구에서 맥길대학 연구팀은 기계학습 알고리즘으로 영국 바이오뱅크 참가자 2만 7천 명의 뇌 영상과 행동 데이터를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크로노타입은 두 가지가 아니라 다섯 가지 서브타입으로 나뉘었고, 각각 뇌 활성 패턴과 건강 결과가 달랐습니다.
연구 책임자 신경과학자 르 저우의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참가자들은 실제로 뇌 영상에서 서로 다른 생물학적 패턴을 보였습니다.”
뇌과학이 찾아낸 5가지 수면 유형
저녁형(올빼미형) 3종과 아침형(종달새형) 2종입니다.
저녁형 3종:
첫 번째는 ‘고성능 저녁형’입니다. 인지 능력이 높지만, 위험 행동과 감정 조절의 어려움이 따라옵니다. “야행성인데 의외로 일은 잘한다”는 사람들이 여기 해당할 가능성이 큽니다.
두 번째는 ‘취약 저녁형’입니다. 신체 활동이 적고 흡연율이 높으며, 우울·심장병·당뇨 위험이 5가지 유형 중 가장 높습니다. 기존 연구가 “저녁형은 건강에 나쁘다”고 할 때 주로 이 유형을 대상으로 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세 번째는 ‘남성 편향 저녁형’입니다. 남성에서 더 많이 나타나며, 음주·흡연·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게 나타납니다. 연구팀은 이 유형이 “저녁형은 남성에 많다”는 통념을 설명한다고 봅니다.
아침형 2종:
첫 번째는 ‘전형 아침형’입니다. 뇌 네트워크 효율이 높고 음주·흡연율이 낮으며 감정이 안정적입니다. 5가지 중 전반적 건강이 가장 좋은 유형입니다. “아침형 = 건강”이라는 통념이 딱 맞아떨어지는 유일한 유형이기도 합니다.
두 번째는 ‘여성 편향 아침형’입니다. 아침형인데도 우울 증상 비율이 높고 월경 관련 문제와도 연관됩니다. 같은 아침형이어도 건강 리스크가 다를 수 있다는 점이 이번 연구의 핵심 발견 중 하나입니다.
같은 저녁형인데 건강 격차가 벌어지는 이유
핵심은 크로노타입이 단순히 “언제 자고 일어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유전, 호르몬, 환경(근무 일정, 빛 노출)이 복합적으로 상호작용하며 각자의 수면 패턴을 만들어냅니다. 취약 저녁형은 신체 활동이 적고 흡연 비율도 높습니다. 이게 수면 패턴 때문인지, 수면 패턴이 이런 생활 방식의 결과인지는 아직 인과관계가 불분명합니다.
미시간대학 수면의학 신경과 전문의 소냐 슈츠 박사는 이 연구가 “현대 수면 패턴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는 데 유용하다”고 했습니다. 다만 참가자 자기보고 데이터 기반이어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점도 덧붙였습니다.
내 크로노타입과 싸우지 않는 법
억지로 아침형이 되려는 시도는 효과가 제한적입니다. 크로노타입에는 유전적·생물학적 기반이 있습니다.
보다 실용적인 접근은 이렇습니다.
우선, 자신이 어떤 유형인지 파악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저녁형이라도 고성능 유형이라면 오후·저녁 시간대에 핵심 업무를 배치하는 방향이 맞습니다. 취약 저녁형에 해당한다면 신체 활동 증가와 흡연 감소가 더 중요한 변수가 됩니다.
다음으로, 빛 노출 시간을 조절하는 게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아침 햇빛은 크로노타입을 앞당기는 가장 강한 환경 신호입니다. 저녁형이지만 출퇴근할 때 자연광을 의식적으로 활용하면 일상과의 타협점을 찾을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수면 시간이 규칙적인지 확인하세요. 유형보다 일관성이 중요할 때가 많습니다. 야근 후 편의점 야식을 먹고 늦게 자는 생활이 반복된다면, 그게 크로노타입 때문인지 생활 습관 때문인지부터 구분해야 합니다.
결론은 이렇습니다. 아침형이냐 저녁형이냐는 이제 충분한 질문이 아닙니다. 어떤 저녁형인지, 어떤 아침형인지가 중요합니다. 자신의 유형을 알고 그에 맞는 환경을 설계하는 것이 싸우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입니다.
(뭐, 저는 저녁형인데 어떤 유형인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연구팀이 셀프테스트라도 내놓아 주면 좋겠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