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 vs. 육식주의. 어느 게 맞을까요? 늘 듣게 되는 질문입니다. 그리고 또 늘 그렇듯 정답은 없습니다.
요즘 주위에 채식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채식을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인데요. 다이어트에 좋아서 하는 경우도 있고 알러지 같은 건강상의 이유, 또는 종교적 이유나 동물권 같은 윤리적 신념 등 그 이유도 다양하죠.
채식주의 방식도 여러 가지인데요. 육류, 어류, 달걀, 유제품을 포함한 모든 동물성 식품은 먹지 않고 오로지 식물성만 먹은 비건(vegan) 방식에서부터, 동물성 식물 중 우유, 치즈, 요구르트와 같은 유제품은 먹는 방식인 락토(lacto) 베지테리언,
그리고 유제품과 달걀은 먹지만 어류와 육류는 먹지 않는 락토 오보(lacto-ovo) 베지테리언, 육류 중 닭고기 등의 조류는 먹고 붉은 고기만 먹지 않는 세미(semi) 베지테리언 등 다양하죠.
그런데 과연 이런 채식이 우리 건강에 이로울까요? 아니면 그 반대일까요?
채식주의의 이점
채식주의를 고수하는 사람들은 소고기와 돼지고기 같은 붉은 고기가 사람에게 암과 혈관 질환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고 믿습니다. 실제로 2004년 WHO의 자료에 따르면, 질병으로 사망하는 사람들의 71.5%가 육식과 관련이 깊은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죠.
채식주의자는 비채식주의자보다 날씬하고, 콜레스테롤 수치도 낮으며, 고혈압과 당뇨병이 적어서 심장혈관 질환에 따른 사망률이 더 낮다는 미국영양협회의 보고도 있구요.
하지만 그 반론 또한 존재하는데요. 채식과 비채식 후 건강을 비교해 본 연구 10개를 메타 분석해 본 결과에 따르면 채식주의자들이 비채식주의자보다 심장병과 암의 위험률이 더 낮은 것은 사실이지만, 여러 가지 요인으로 인한 사망률 수치에는 차이를 발견할 수 없었다고 하죠.
또한 채식주의자들은 상대적으로 엄격한 자기관리를 하기 때문에 육식을 즐기는 사람들보다 더 건강한 생활습관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흡연, 음주를 할 가능성이 적고, 야식을 먹을 가능성도 적겠죠.
채식주의의 오해
채식주의자들의 가장 큰 오해는 바로 지방과 콜레스테롤이 인체에 해롭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인간은 지방이 없으면 살 수 없습니다.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지용성 비타민(A, D, E, K)은 지방이 없으면 흡수가 잘 안 됩니다. 게다가 특히 양질의 지용성 비타민 A와 D는 주로 동물성 식품에 들어 있습니다.
또한 세포막을 구성하는 것도 지방 성분이죠. 콜레스테롤이 있어야만 우리 몸이 여러 필수적인 호르몬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과 에스트로젠도 마찬가지구요. 혈중 콜레스테롤이 너무 낮으면 오히려 여러 가지 질환의 원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럼 어떻게 하면 좋은 채식 습관을 가질 수 있을까요?
내게 맞는 채식 방법 선택하기
우선 목적에 맞게 해야 합니다. 만약 채식을 하는 목적이 다이어트라면, 칼로리가 적은 생채소 위주로 당분이나 소금기가 없는 가벼운 소스를 얹어 먹으면 되고 두부나 콩류로 단백질 보충을 해주면 되겠죠. 공장식 동물사육이 맘에 걸린다면 어류와 해산물 위주의 식사를 택하면 됩니다.
또한 먼저 현재 자신이 처한 상황을 판단할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 하루 섭취 칼로리의 반 정도를 지방으로 섭취할 정도로 지나친 육식주의자라면 채식습관이 필요하겠지만, 하루 섭취 칼로리 중 지방이 차지하는 비율이 적은 사람들은 오히려 에너지가 떨어지고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죠.
참고로 일반적인 한국 사람의 경우 총 칼로리 중 지방이 차지하는 비율이 약 19% 정도입니다.
좋은 채식 나쁜 채식 구별하기
채식이라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닙니다. 또한 채식주의자라고 해서 모두 날씬한 것도 아니죠. 이유는 살을 찌게 만드는 것은 육류(고기)가 아니라 정제된 탄수화물이기 때문입니다.
하버드 공중보건대학에서 약 8,6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채식주의자들 연구를 보면, 같은 채식주의자라 하더라도 가공된 곡물을 먹지 않은 건강한 채식을 한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심장 질환 위험률이 25% 낮았습니다.
흰쌀과 밀가루, 감자와 같은 식물성 음식들은 혈당지수가 매우 높아서 혈당을 올리고 지방이 잘 축적되게 해 살이 찌기 쉽습니다. 결국 채식을 해도 고기를 먹는 것보다 더 건강이 안 좋아질 수도 있다는 말이 되죠.
부족한 영양소 보충하기
채식주의자들은 완전한 채식으로 충분히 필요한 모든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영양학자들의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채식만으로는 우리 몸에 꼭 필요한 필수아미노산을 충분히 섭취할 수 없습니다.
우리의 몸 속에는 영양소를 받아 들이는 ‘수용체’라는 것이 있는데 이 수용체는 우리가 섭취한 음식물이 인체구조와 유사할수록 영양소를 더 잘 흡수하게 되어 있습니다. 콩이 아무리 단백질이 풍부하다 해도 동물성 단백질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합니다.
콩에는 메티오닌과 라이신(lysin)이 풍부하지만, 시스틴(cystin)과 트립토판(tryptophan) 같은 아미노산이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반면에 동물성 단백질에는 10가지 필수아미노산이 골고루 들어 있습니다. 아무리 콩이나 두부를 섭취해도 근육, 피부, 머리카락, 손톱과 같은 인체 조직의 원료가 결핍되기 쉽고, 각종 효소가 만들어지는 데 필요한 호르몬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또한 철분, 아연과 같은 필수영양소의 섭취도 채식보다 육식이 더 유리합니다. 시금치에 아무리 많은 철분이 들어 있어도 소고기나 돼지고기의 철분 흡수율만 못한 게 사실이죠.
채식을 피해야 할 사람들
채식주의를 권장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노약자나 환자, 어린이, 청소년, 임산부 등에게는 채식이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도 있기 때문인데요.
근육량이 줄어들어 단백질 섭취가 중요해지는 노년층이라면 식물성이든 동물성이든 단백질을 충분히 먹어줘야 하고, 몸에서 많은 단백질을 필요로 하는 환자들의 경우도 단백질 보충이 꼭 필요하기 때문에 식물성 단백질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또한 어린이나 청소년들은 성장기에 단백질 섭취가 충분하지 못하면 뇌세포나 기타 다른 신체 장기가 제대로 자라지 못하는 손상이 올 수 있기 떄문에 꼭 동물성 단백질과 식물성 단백질을 고루 섭취해야 되구요.
결론은, 풍부한 채소와 과일 섭취는 매우 중요히지만 육식을 배제한 채식은 오히려 우리 몸을 망가뜨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냥 고기를 안먹는 것만으로는 더 건강해 질 수 없습니다. 채식주의와 육식주의 중 어느게 맞고 틀리냐의 문제가 아닙니다. 무엇보다 균형(balance) 있게 먹는 게 중요하다는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