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으로 자는 당신, 몸이 보내는 SOS 신호를 놓치고 있나요?

매일 밤 편안하게 누워 자는데 왜 아침마다 온몸이 뻐근할까? 그 답이 여기 있다.

새벽 6시, 알람이 울렸다. 습관적으로 몸을 일으키려 하는데 어깨가 뻐근하다. 목도 뻣뻣해서 고개를 돌리기 어렵다. “어젯밤에 무리했나?” 생각해보니 딱히 격한 운동을 한 것도 아니고 평소처럼 편안히 잠들었을 뿐이다.

혹시 당신도 이런 경험이 있다면 잠깐 멈춰서 생각해보자. 침대에서 보내는 시간이 하루 중 가장 긴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수면 자세에 대해 얼마나 신경을 쓰고 있을까?

국내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의 67.9%가 옆으로 누워 자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10명 중 7명이 옆잠을 자는 셈이다. 편안함을 추구하는 건 당연하지만, 잘못된 옆잠 자세가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심각하다.

25,000시간의 비밀

하루 8시간씩 잠을 잔다고 가정하면, 10년 동안 잠자리에서 보내는 시간은 무려 29,200시간이다. 이 중 대부분을 한쪽으로 기울어진 채 보낸다면 우리 몸에 어떤 일이 일어날까?

문제는 시간이다. 짧은 시간 동안 옆으로 누워 있는 건 아무 문제없다. 하지만 매일 밤 같은 자세로 수시간을 보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몸의 한쪽 면이 계속 압박을 받으면서 근육과 관절에 불균형이 생기기 시작한다.

옆으로 누워 자는 모습

당신의 어깨가 보내는 첫 번째 신호

아래쪽 어깨는 밤새 상체의 무게를 혼자 감당해야 한다. 어깨 관절에 가해지는 압력이 증가하면서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게 된다. 시간이 지나면 어깨가 안쪽으로 말리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정형외과 전문의들이 말하는 ‘사이드 슬리퍼 숄더(Side Sleeper’s Shoulder)’가 바로 이런 상황이다. 한쪽 어깨로만 몸무게를 지탱하다 보니 어깨 관절 주변의 회전근개에 염증이 생기고, 심한 경우 파열까지 일어날 수 있다.

특히 40대 이후 여성들에게 나타나는 오십견의 상당수가 잘못된 수면 자세와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단순히 나이 탓으로 돌리기 전에 자신의 수면 자세를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척추와 골반의 무언의 항변

옆으로 누워 자면 위쪽 다리가 자연스럽게 앞으로 떨어진다. 이때 허벅지 바깥쪽 근육인 장경인대가 밤새 늘어나면서 골반이 틀어지기 시작한다. 골반이 틀어지면 연결된 척추도 함께 틀어진다.

우리 몸은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한다. 한쪽으로 기울어진 상태에서 균형을 잡으려다 보니 다른 근육들이 과도하게 긴장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허리 통증, 무릎 통증이 생겨날 수 있다.

무릎 사이에 아무것도 끼우지 않고 옆으로 누워 자면 무릎끼리 부딪히면서 서혜부 근육이 짧아진다. 이는 다리가 안쪽으로 모이는 ‘노킹 니(Knocking Knee)’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목과 어깨의 숨겨진 비명

베개 높이가 맞지 않으면 목이 한쪽으로 기울어진 채 밤을 보내게 된다. 마치 전화기를 어깨에 끼고 8시간 동안 통화하는 것과 같은 상황이다. 상상만 해도 목이 뻐근해진다.

목이 틀어지면 경추의 자연스러운 곡선이 무너진다. 이는 목 주변 근육의 긴장을 유발하고, 연쇄적으로 어깨와 등까지 영향을 미친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목이 뻐근하고 어깨가 결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냥 똑바로 자면 되는 거 아니야?”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수면 자세는 어릴 때부터 형성된 습관이라 쉽게 바꾸기 어렵다. 실제로 잠들 때는 똑바로 누워도 수면 중에 자연스럽게 옆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한 똑바로 누워 자는 것이 모든 사람에게 좋은 건 아니다. 코골이가 심하거나 수면무호흡증이 있는 사람들은 오히려 옆으로 누워 자는 것이 기도 확보에 도움이 된다. 역류성 식도염이 있다면 왼쪽으로 누워 자면 위산 역류를 줄일 수 있다.

현실적인 해결책은 수면 자세를 완전히 바꾸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방법으로 옆으로 누워 자는 것이다.

프로처럼 옆으로 누워 자는 법

베개 높이의 황금법칙

목과 척추가 일직선을 이루는 것이 핵심이다. 서 있을 때의 목 각도가 누워 있을 때도 그대로 유지되어야 한다. 어깨 너비에 따라 베개 높이를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깨가 넓다면 조금 더 높은 베개를, 어깨가 좁다면 상대적으로 낮은 베개를 사용해야 한다. 베개가 너무 높으면 목이 위로 꺾이고, 너무 낮으면 아래로 꺾이면서 목 근육에 무리를 준다.

무릎 사이 쿠션의 마법

무릎 사이에 쿠션이나 베개를 끼워주는 것만으로도 큰 차이를 만들 수 있다. 이렇게 하면 위쪽 다리가 앞으로 떨어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고, 골반과 척추가 자연스럽게 정렬된다.

쿠션의 크기는 무릎에서 발목까지의 길이만큼 긴 것이 좋다. 너무 작으면 효과가 떨어지고, 너무 크면 오히려 불편할 수 있다.

바디 필로우의 힘

안는 베개나 바디 필로우를 활용하면 더욱 효과적이다. 위쪽 팔을 베개에 올려놓으면 어깨에 가해지는 압력을 분산시킬 수 있다. 또한 몸 전체를 지지해주어 수면 중 자세가 틀어지는 것을 방지한다.

좌우 균형 맞추기

항상 같은 쪽으로만 눕지 말고 좌우를 번갈아 가며 자는 습관을 들여보자. 한쪽으로만 계속 누워 있으면 그쪽 근육과 관절에만 부담이 집중된다. 며칠씩 돌아가며 자는 것만으로도 몸의 균형을 맞출 수 있다.

아침 스트레칭으로 몸의 균형을 맞추기 (출처: Unsplash)

아침 5분 황금 루틴

올바른 수면 자세만큼 중요한 것이 아침 스트레칭이다. 밤사이 굳어진 근육을 풀어주고 틀어진 자세를 바로잡는 시간이다.

상체 깨우기

일어나자마자 양팔을 천장 쪽으로 쭉 뻗어올린다. 어깨너비만큼 벌리고 5초간 유지한다. 밤사이 움츠러든 상체를 펴주는 동작이다.

어깨 풀어주기

양손을 등 뒤로 깍지 끼고 팔을 쭉 뻗는다. 어깨를 뒤로 당기면서 가슴을 활짝 펴준다. 앞으로 말린 어깨를 펴주는 효과가 있다.

목 긴장 해소

고개를 좌우로 천천히 기울여준다. 한쪽 손으로 머리를 살짝 눌러주면 더 효과적이다. 목 옆쪽 근육을 스트레칭하는 동작이다.

척추 활성화

엎드려서 양손으로 바닥을 짚고 상체를 들어올린다. 코브라 자세와 비슷하다. 밤사이 굽어진 척추를 펴주는 동작이다.

수면 환경도 중요하다

매트리스의 단단함도 고려해야 한다. 너무 푹신한 매트리스는 몸이 지나치게 가라앉아 척추 정렬을 방해한다. 반대로 너무 단단하면 압박감이 커진다. 중간 정도의 단단함이 적당하다.

베개도 18-24개월마다 교체하는 것이 좋다. 오래된 베개는 탄력을 잃어 목을 제대로 지지하지 못한다.

옆잠의 숨겨진 장점들

옆으로 누워 자는 것이 무조건 나쁜 건 아니다. 코골이 감소, 수면무호흡증 개선, 위산 역류 방지 등의 장점이 있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옆으로 누워 잘 때 심리적 안정감을 느낀다.

문제는 자세 자체가 아니라 올바르지 못한 방법으로 옆으로 누워 자는 것이다. 적절한 지지 도구와 올바른 자세를 유지한다면 옆잠도 충분히 건강한 수면 자세가 될 수 있다.

변화는 작은 습관부터

당장 오늘 밤부터 실천할 수 있는 간단한 것부터 시작해보자. 무릎 사이에 베개 끼우기, 베개 높이 조절하기, 아침 스트레칭 5분 하기. 이 세 가지만으로도 충분히 변화를 느낄 수 있다.

몸의 변화는 하루아침에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올바른 습관을 꾸준히 실천하면 분명 달라진 아침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더 이상 몸이 보내는 SOS 신호를 외면하지 말자. 오늘 밤부터 당신의 수면 자세를 점검해보는 것은 어떨까?

참고자료

찬호

교육을 전공하고 현재 피트니스 쪽에서 일한다. 흥미로운 콘텐츠를 소개할 때 제일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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