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풋이 많은데 성과가 없다면, 제품팀이 빠진 ROI 함정

1903년, 미국 정부는 스미스소니언의 새뮤얼 랭리에게 막대한 지원을 쏟아부었습니다. 자금, 명성, 팀 — 모든 조건이 완벽했는데요. 같은 해, 오하이오주 데이턴의 자전거 수리공 형제는 정부 지원도, 기관 후원도 없이 비행을 시도했습니다. 결과는 모두 아시겠지만, 비행에 성공한 것은 라이트 형제였습니다. 이 둘의 차이는 기술이나 자금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이 집중한 질문이 달랐습니다.

아웃풋과 아웃컴, 무엇이 다른가

랭리는 성과물을 만들어내야 했습니다. 투자자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진척, 가시적인 결과물이 필요했던 것이지요. 현대 제품 개발 용어로 말하자면, 그는 아웃풋(output) — 즉 결과물 생산에 최적화되어 있었습니다. 1903년 랭리의 에어로드롬은 두 차례 발사됐고, 두 번 모두 포토맥 강으로 추락했습니다. 아웃풋은 인상적이었지만, 아웃컴은 없었습니다.

라이트 형제의 질문은 달랐습니다. “날 수 있는 기계를 만들 수 있을까?”가 아니라 “비행기를 제어할 수 있을까?”였는데요. 모든 추락, 모든 실험이 이 한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향했습니다. 이것이 아웃컴(outcome) 중심의 사고입니다.

아웃풋은 팀이 만들어내는 결과물(기능, 코드, 디자인)이고, 아웃컴은 고객의 행동이나 경험에서 측정 가능한 변화입니다. 기능을 100개 출시했어도 고객이 원하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면, 아웃풋은 쌓였지만 아웃컴은 0인 것이지요. 대부분의 제품팀이 조용히 이 함정에 빠져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ROI를 너무 일찍 물으면 생기는 일

많은 조직이 탐색(discovery) 단계에서부터 재무 검증을 요구합니다. “이 기능의 ROI가 얼마냐”는 질문이 아이디어 단계에서 나오는 것인데요. 얼핏 엄격하고 책임감 있어 보이지만, 이것은 혁신을 죽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팀은 즉시 스프레드시트에 맞게 실험을 설계하기 시작합니다. 고객이 진짜 원하는 것이 아니라, 숫자가 좋아 보이도록 실험을 조정하는 것이지요. 대담한 아이디어는 조용히 죽습니다. 숫자로 방어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리더십은 통제감을 느끼지만, 팀은 진실보다 보기 좋은 수치를 생산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이 조직이 서서히 단기 최적화에 갇히는 과정입니다.

ROI 계산에는 언제나 가정이 내포되어 있습니다. 고객이 합리적으로, 일관적으로, 예측 가능하게 행동할 것이라는 가정인데요. 실제 사용자를 관찰해본 분이라면 이 가정이 얼마나 부서지기 쉬운지 아실 것입니다. 탐색 단계에서 ROI를 앞세우는 것은 잘못된 질문에 정밀도를 부여하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실험은 투자가 아니라 학습 도구다

실험은 투자가 아닙니다. 그렇다고 공짜도 아닙니다. 이 미묘한 구분이 중요한 이유가 있는데요. 투자는 알려진 수익을 전제로 합니다. 그런데 실험은 정확히 그 수익을 모르기 때문에 하는 것입니다. 탐색 단계에서 ROI를 요구하는 것은, 팀에게 “모르는 척 아는 것처럼 숫자를 채워라”는 신호와 같습니다.

좋은 제품팀은 실험을 통해 가정이 얼마나 빠르게 무효화되는지를 추적합니다. 고객 행동이 변했는가, 불필요한 마찰이 줄었는가, 사용자가 가치를 체감하고 있는가. 이것이 탐색 단계의 진짜 지표입니다.

재무 지표는 후행 지표입니다. 제품이 채택되고, 반복 사용되고, 규모가 만들어진 후에야 의미 있는 숫자가 나오는데요. 탐색 단계에서 재무 지표를 앞세우면 팀은 학습보다 최적화를 배우게 됩니다. 스티브 잡스가 “훌륭한 제품을 만들면 수익은 따라온다”고 말한 것도 비즈니스를 무시해서가 아니라, 순서를 이해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리더가 지켜야 할 것

아웃컴 중심 탐색을 아웃풋 중심 회계로부터 보호하는 것은 프로세스의 문제가 아니라 리더십의 문제입니다. 이 말이 처음에는 낯설게 들릴 수 있는데요.

실용적인 기준은 이렇습니다. 재무 규율은 탐색 초기에 ‘가드레일’ 역할로만 사용합니다. 방향이 완전히 엉뚱한 곳으로 가지 않도록 제한하되, 팀의 세부 방향을 지시하지는 않는 것이지요. 고객 가치가 명확해지고 성과가 반복되기 시작할 때, 그때서야 재무 검증이 더 큰 목소리를 갖게 됩니다.

스타트업을 운영하면서 가장 어려운 순간 중 하나가 바로 이 지점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우리 아직 모릅니다. 하지만 배우고 있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환경을 팀에게 만들어주는 것. 확신이 없는 상태를 견딜 수 있는 조직이, 결국 가장 의미 있는 제품을 만들어냅니다.

지금까지 아웃풋과 아웃컴의 차이, 그리고 재무 검증의 적절한 시점에 대해 정리해봤습니다. 정리하면 다음과 같은데요.

  1. 아웃풋이 아닌 아웃컴에 집중하라 — 기능을 얼마나 만들었는가가 아니라, 고객의 문제가 실제로 해결됐는가를 물어야 한다
  2. 탐색 단계에서 ROI를 앞세우면 혁신이 죽는다 — 팀은 진실보다 숫자를 생산하기 시작한다
  3. 실험은 가정을 빠르게 무효화하는 도구다 — 탐색 단계의 진짜 지표는 학습 속도와 고객 행동 변화다
  4. 재무 규율은 최적화 단계에서 힘을 발휘한다 — 탐색 초기에는 가드레일 역할에 머물러야 한다

라이트 형제가 비행에 성공한 것은, 경제성을 증명하기 전에 제어라는 핵심 문제를 먼저 풀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좋은 비즈니스는 최적화되기 전에 먼저 발견됩니다.

Photo by Ketut Subiyanto on Pexels

최현우

IT 기업에서 일하다가 현재 스타트업 창업 운영 중. 인생모토 = 불가능이란 환상에 빠지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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