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영양사 나나예요.
비타민K는 혈액을 굳히는 데 꼭 필요한 영양소라고 오래 알려져 있었습니다. 뼈에 칼슘을 붙잡아두는 역할도 하죠. 그런데 최근 일본 연구팀이 이 인식을 훨씬 넘어서는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비타민K 유사체가 알츠하이머, 파킨슨병에서 손상된 신경세포를 천연 비타민K보다 약 3배 강하게 재생시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치매 연구에서 이 발견이 왜 주목받는지, 그리고 지금 우리가 비타민K를 어떻게 챙겨야 할지 함께 살펴볼게요.
비타민K, 혈액 응고 그 이상의 역할이 있습니다
비타민K는 우리 몸에서 ‘메나퀴논-4(MK-4)’라는 형태로 활성화됩니다. 혈액 응고 인자를 만들고 뼈에 칼슘이 제대로 쌓이도록 돕는 역할을 합니다. 일반적으로 비타민K1은 시금치·케일 같은 녹색 채소에, 비타민K2는 청국장·낫토 같은 발효식품에 많거든요.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과학자들이 MK-4의 숨겨진 역할에 주목하기 시작했습니다. 뇌 조직을 보호하고, 신경 줄기세포를 성숙한 뉴런(신경세포)으로 분화시키는 기능이 있다는 것입니다.
신경세포 분화란 무엇일까요? 아직 미성숙한 신경 줄기세포가 완전한 기능을 갖춘 뉴런으로 성장하는 과정입니다. 알츠하이머나 파킨슨병은 이 뉴런이 점점 줄어들면서 기억력 저하, 인지 기능 약화, 운동 장애가 생기는 병이거든요. 한국에서도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1명 이상이 치매를 앓고 있을 만큼,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문제는 천연 MK-4만으로는 신경세포 재생에 충분한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이 한계를 넘으려는 시도가 새로운 연구로 이어졌습니다.
뇌를 스스로 고치는 ‘Novel VK’가 탄생한 배경
일본 시바우라 공과대학의 히로타 요시히사 부교수 연구팀은 비타민K에 레티노산(비타민A의 활성 대사물질)을 결합한 유사체 12종을 새로 합성했습니다. 레티노산은 세포 성장과 분화에 관여하는 성분으로, 신경세포 분화를 촉진한다는 사실이 이미 알려져 있었습니다.
두 성분의 장점을 한 분자에 담으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습니다. 연구팀은 마우스 신경 줄기세포에 각 유사체를 적용해 신경세포 분화 효과를 비교했습니다. 비타민K 수용체(SXR)와 레티노산 수용체(RAR)가 서로 다른 경로로 유전자 발현에 영향을 미치는데, 두 경로를 동시에 자극하면 효과가 배가될 것이라는 예상이었죠.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이 중 가장 효력이 강한 유사체—연구팀이 ‘Novel VK’라고 이름 붙인 것—는 신경 줄기세포를 뉴런으로 분화시키는 능력이 천연 비타민K 대비 약 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신경세포 성장 마커인 MAP2 발현도 유의미하게 증가했고요. 이 연구는 2025년 7월 《ACS Chemical Neuroscience》에 온라인으로 발표됐습니다.
혈뇌장벽을 뚫고 뉴런 분화를 이끄는 원리
뇌 신약 개발에서 가장 까다로운 관문 중 하나가 ‘혈뇌장벽(BBB)’입니다. 뇌는 외부 물질이 함부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촘촘한 방어막을 갖추고 있거든요. 아무리 효과 좋은 성분도 이 장벽을 통과하지 못하면 뇌에 닿지 못합니다.
Novel VK는 마우스 실험에서 혈뇌장벽을 통과해 뇌 내 MK-4 농도를 높이는 데 성공했습니다. 세포 내에서 생체활성 MK-4로 전환되는 효율도 천연 비타민K보다 뛰어났습니다. 안정적인 약동학 프로파일도 확인됐고요.
연구팀은 mGluR1이라는 뇌 수용체의 역할에도 주목했습니다. mGluR1은 뉴런 간 신호 전달(시냅스)에 관여하는 수용체로, Novel VK는 천연 MK-4보다 mGluR1과 훨씬 강하게 결합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mGluR1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마우스에서 운동 장애와 시냅스 이상이 나타나는데, 이는 퇴행성 뇌 질환에서 볼 수 있는 패턴과 상당히 겹칩니다. 비타민K가 뇌를 보호하는 경로가 점점 구체적으로 밝혀지고 있는 것이죠.
기존 치매 치료제와 무엇이 다를까요?
현재 알츠하이머 치료제로 FDA 승인을 받은 레카네맙, 도나네맙은 초기 환자에서 뇌 속 아밀로이드 단백질을 표적으로 병의 진행을 늦춥니다. 분명히 의미 있는 발전입니다. 하지만 이미 손상된 신경세포를 되살리거나 잃어버린 기억을 복원하지는 못합니다.
Novel VK의 방향은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신경 줄기세포를 새로운 뉴런으로 분화시켜, 잃어버린 세포 자체를 보충하려는 것입니다. ‘진행 억제’가 아닌 ‘재생’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치매 연구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히로타 부교수는 “비타민K 기반 약물이 알츠하이머 진행을 늦추거나 증상을 개선한다면, 환자와 가족의 삶의 질뿐 아니라 의료비·돌봄 부담이라는 사회적 비용도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인구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귀 기울일 만한 연구 방향입니다.
아직 실험 단계, 지금 우리가 챙길 수 있는 건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 연구는 아직 세포와 마우스 실험 단계입니다. 사람에게 효과와 안전성이 검증되려면 임상시험이 필요하고, 그 과정은 아직 오래 남아 있습니다. “Novel VK를 먹으면 치매가 예방된다”고 말하기엔 너무 이른 단계이고요.
그렇다고 실망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비타민K는 이미 우리 밥상에 있습니다.
비타민K가 풍부한 식품:
- 비타민K1: 시금치, 케일, 브로콜리, 상추, 깻잎
- 비타민K2(MK 계열): 청국장, 낫토, 발효 치즈
부모님의 인지 건강이 걱정된다면, 지금 당장 녹색 채소와 청국장을 밥상에 더 자주 올려보세요. 뇌 건강을 위한 특별한 처방은 아직 없지만, 비타민K를 꾸준히 보충하는 식습관은 오늘 당장 시작할 수 있는 일입니다.
영양사의 한마디 비타민K는 지용성 비타민입니다. 기름과 함께 먹으면 흡수율이 높아집니다. 시금치를 참기름에 무치거나, 케일에 올리브유를 뿌려 드세요. 청국장 한 그릇도 훌륭한 선택입니다.
거창하지 않습니다. 느려도 괜찮습니다. 멈추지만 않는다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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