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프리카 전통 수렵채집인의 혈중 비타민D 수치는 평균 115 nmol/L이에요. 그런데 현대인 대부분은 40~50 nmol/L 수준이에요. 진화적으로 따지면 우리는 지금 절반 이하밖에 안 되는 상태로 살고 있는 셈이거든요.
“그래도 임상시험에서 효과가 없던데요?” 맞아요. 여러 대규모 연구가 발표되면서 요즘은 비타민D에 회의적인 시선이 많아졌죠. 그런데 저는 그 연구들을 다시 살펴보면서 뭔가 찝찝한 게 있었어요. ‘효과가 없다고 증명된 것’과 ‘효과를 발견하지 못한 것’은 다르거든요. 오늘은 그 차이에 대해 이야기해볼게요.
비타민D, 단순한 뼈 영양소가 아니에요
많은 분들이 비타민D를 “뼈에 좋은 영양소” 정도로 알고 계시는데요. 사실 훨씬 복잡한 역할을 하고 있어요.
우리 몸의 거의 모든 세포에 비타민D 수용체가 있어요. 면역세포에서는 항균 물질을 만들고 염증을 줄이고, 췌장에서는 인슐린 분비를 돕고, 신경세포에서는 증식과 분화에 관여해요. 특히 1990년대 후반에 밝혀진 사실인데, 신장뿐 아니라 면역세포·심장·피부·대장 등 수많은 세포들이 스스로 활성형 비타민D를 만들어 쓴다고 해요. 뼈 이상의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는 구조라는 거죠.
임상시험이 ‘효과 없음’을 증명한 걸까요?
2006년 여성건강이니셔티브(WHI), 2018년 VITAL, 2022년 D-Health 등 대규모 임상시험들이 속속 발표됐어요. 결론은 대부분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효과 없음”이었죠. 그런데 여기서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어요.
비타민D가 사망률을 4% 줄이는 효과가 있다면, 이를 통계적으로 증명하려면 약 57만 명이 필요해요. 그런데 지금까지 나온 주요 임상시험을 다 합쳐도 약 12만 명 수준이에요. 표본이 필요한 숫자의 5분의 1도 안 되는 거예요.
게다가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시험 시작 시점의 비타민D 수치가 이미 꽤 높았어요. VITAL 시험의 경우 참가자 평균 수치가 77 nmol/L이었고요. 수치가 이미 충분한 사람에게 영양제를 줘봤자 효과를 발견하기 어려운 건 당연하지 않나요? 수치가 낮은 사람만 따로 분석하면 좀 더 긍정적인 결과가 나왔지만, 숫자가 너무 적어 통계적 결론을 내리기 어렵죠.
그래도 약한 긍정 신호가 일관되게 보여요
흥미로운 건 대부분의 임상시험에서 비타민D를 먹은 그룹이 위약 그룹보다 사망률 수치가 1보다 낮은, 즉 약간 더 나은 결과를 보였다는 거예요.
코크란 리뷰(Bjelakovic 2014)를 보면 비타민D 보충 그룹은 전체 사망률 위험비 0.96, 암 사망률 위험비 0.88로 위약 그룹보다 낮았어요. 경계선 언저리이지만, 방향은 일관적이에요.
위험비 0.96이 작아 보이나요? 이걸 실제 의미로 바꾸면 매일 꾸준히 먹을 때 기대수명이 약 0.5년 늘어나는 효과에 해당해요. 담배 한 개비가 기대수명을 약 11분 줄인다는 연구와 비슷한 규모예요. 그렇게 따지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치이지 않나요?
그렇다면 비타민D 영양제, 드셔야 할까요?
확실한 증거는 아직 없어요. 하지만 혈중 비타민D 수치가 50 nmol/L 이하라면 보충을 하는 게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해요. 이유를 정리해볼게요.
- 진화적 근거: 동아프리카 수렵채집인의 평균 수치는 115 nmol/L이에요. 실내 생활이 많은 현대인은 진화적으로 결핍 상태에 가까워요. 인류가 고위도로 이동하면서 피부색이 밝아진 것도 비타민D 합성을 더 잘 하기 위한 진화의 결과라는 설이 유력하고요.
- 생물학적 근거: 거의 모든 세포에 수용체가 있고, 세포가 스스로도 비타민D를 만들어 써요. 뼈 이상의 역할이 있을 생물학적 기반이 충분해요.
- 위험 대비 이득: 비타민D 영양제는 가격이 저렴하고 부작용도 적어요. 혈중 수치를 50~125 nmol/L 적정 범위로 맞추는 건 과잉 섭취 위험도 낮아요.
단, 혈중 수치를 먼저 확인하는 게 좋아요. 이미 수치가 충분한 분은 추가 보충이 큰 의미가 없을 수 있거든요.
비타민D는 기적의 영양소가 아니에요. 하지만 “효과 없다”는 결론도 아직 이르답니다. 있는 증거는 약하지만 일관되게 긍정적이고, 생물학적·진화적 근거도 충분해요. 다음 건강검진 때 비타민D 수치 한번 확인해보세요. 낮다면 매일 꾸준히 보충해주시고요. 건강하게 잘 지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