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꼬르륵 소리 정답률 56%, 몸 신호 놓치고 있다

정답률 56퍼센트. 딱 이 정도입니다. 동전 던지기가 50퍼센트니까, 그보다 아주 조금 나은 수준이죠. 그런데 이거, 시험 성적이 아닙니다. 내 배에서 나는 소리를 내가 알아맞히는 확률입니다. 최근 영국 UCL 연구팀이 이걸 진짜로 실험했습니다.

배에서 나는 소리, 정말 내가 알아챌 수 있을까

건강한 성인 45명을 모아놓고 3시간 공복 상태로 대기시켰습니다. 배 위에 청진기를 붙이고 실시간 장 소리를 녹음한 뒤, 15초짜리 소리 두 개를 들려줬습니다. 하나는 지금 이 순간 자기 배에서 나는 소리, 다른 하나는 몇 분 전에 녹음해둔 소리. “어느 쪽이 지금 소리입니까.” 그게 질문의 전부였습니다.

결과는 예상보다 훨씬 안 좋았습니다. 정답률 56~60퍼센트. 참가자 대부분은 자기 배 소리조차 구별하지 못했습니다(…제 배 소리도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연구진은 이 테스트에 ‘럼블 레커그니션’이라는 이름을 붙였는데요, 이걸로 측정하려던 건 사실 소리 자체가 아니라 위장관 인터로셉션 — 소화기관 안쪽 신호를 감지하고 해석하는 능력이었습니다.

몸 신호를 못 읽으면 벌어지는 일들

인터로셉션은 흔히 제6의 감각이라고 불립니다. 배고픔, 갈증, 방광이 찼다는 느낌 같은 신체 감각뿐 아니라 감정까지 포함하는 감각이라서요. 스트레스인지, 배고픈 건지, 긴장한 건지 — 그걸 구분하게 해주는 게 바로 이 감각입니다.

그런데 이게 너무 예민해도, 너무 둔해도 문제입니다. 지나치게 예민하면 공황발작이나 산만함으로 이어지고, 둔하면 과식이나 탈수, 통증을 무시하는 쪽으로 흘러갑니다. 배고픈데 배고픈 줄 모르고 괜히 짜증만 내는 경험, 다들 한 번쯤 있으실 겁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야근하다 갑자기 예민해져서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냥 배가 고팠던 겁니다.

이 감각, 타고나는 게 아니라 길러지는 거였다

흥미로운 대목은 여기부터입니다. 공복 상태에서는 참가자 5명 중 1명이 무작위 추측보다 확실히 높은 정답률을 보였습니다. 탄산수나 고단백 음료를 마신 뒤에는 4명 중 1명으로 늘었고요. 몸 상태가 바뀌면 신호를 읽는 능력도 같이 바뀐다는 뜻입니다.

더 흥미로운 건 이 감각이 어느 정도는 학습된다는 겁니다. 어릴 때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면 부모가 “배고프구나” 하고 짚어준 경험, 다들 있으실 겁니다. 그렇게 몸의 감각과 그 의미를 연결 짓는 법을 배우는 겁니다. 그런데 그걸 제대로 짚어주는 부모가 없었다면, 혹은 부모 자신도 이 감각이 둔했다면 — 그 사람은 자기 몸 신호를 해석하는 법을 아예 못 배운 채로 자라는 거죠. 연구진은 이걸 두고 “부분적으로는 사회적으로 구성된다”고 표현했습니다.

오늘부터 몸 신호에 귀 기울이는 법

결론은, 몸 신호를 읽는 감각도 근육처럼 쓸수록 는다는 겁니다. 거창한 훈련법이 필요한 건 아닙니다. 식사 전에 30초만 가만히 앉아서 “지금 진짜 배가 고픈가, 아니면 그냥 심심한가”를 스스로 물어보는 것부터 시작하면 됩니다. 퇴근길에 갑자기 예민해지는 게 느껴지면, 화내기 전에 마지막 식사가 언제였는지 한번 따져보는 것도 방법이고요.

물론 이걸로 당장 정답률이 90퍼센트까지 오르진 않겠지만(그랬으면 이 연구가 이렇게 화제가 되지도 않았겠죠), 적어도 내 배가 나한테 뭔가 말하고 있다는 사실 정도는 알아챌 수 있게 됩니다. 뭐 어쩌겠습니까. 몸이 보내는 신호, 이제라도 좀 들어봐야죠.

김노마

🧠 뇌과학 ・ 습관연구가.
뇌과학과 행동경제학을 연구한다. 책을 좋아하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을 즐긴다. 자기계발과 라이프해킹 관련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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