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강의 3시간 보고 전문가 된 줄 안다고? 완전 착각인 이유

며칠 전 유튜브에서 ‘부동산 투자의 신’이라는 제목의 3시간짜리 강의를 발견했다. 괜찮아 보여서 끝까지 봤더니 기분이 묘했다. 마치 내가 부동산 전문가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제 투자 좀 할 수 있겠는데?” 하는 자신감까지 생겼다.

하지만 막상 부동산 앱을 켜고 매물을 보려니 머리가 하얘졌다. 강의에서 들었던 용어들이 뒤죽박죽 섞여 있었고, 실제 시세표를 보니 뭐가 뭔지 도통 모르겠더라. 3시간 동안 뭘 본 거였나 싶었다.

국내 온라인 교육 시장, 폭발적으로 성장했지만…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교육 시장이 미친 듯이 커졌다. 2023년 국내 이러닝 산업 매출액이 5조 5,946억 원을 기록했고, 전 세계 온라인 교육 시장은 2024년 1,782억 달러 규모까지 성장했다. 엄청난 수치다.

그런데 여기서 충격적인 사실 하나. 온라인 강의 완강률이 평균 3~7%에 불과하다는 거다. 미국 벤처캐피탈 앤드리슨 호로위츠 조사 결과다. 100명이 강의를 시작하면 끝까지 보는 사람은 고작 3~7명이라는 뜻이다. 나머지 93~97명은 중간에 포기한다.

이상하지 않나? 이렇게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교육 콘텐츠가 넘쳐나는데, 왜 대부분 사람들은 중도에 포기할까? 여기엔 우리가 놓치고 있는 중요한 진실이 숨어 있다. 바로 ‘수동적 학습의 함정’이다.

정보 소비 ≠ 실력 향상, 이건 완전히 다른 문제다

인지심리학자 다니엘 윌링햄이 한 말이 핵심을 찌른다. “기억은 사고의 잔여물이다.” 우리는 접하는 대부분의 정보를 까먹고, 오직 생각해본 것들만 기억한다는 뜻이다.

온라인 강의를 보는 건 그냥 정보를 소비하는 행위일 뿐이다. 실제로 그 지식을 내 것으로 만드는 과정과는 아예 다른 차원의 일이다. 마치 요리 프로그램을 보고 요리를 배웠다고 착각하는 것과 같다. 막상 부엌에 서면 손발이 꽁꽁 묶이는 거다.

수학자 폴 할모스는 이렇게 조언했다. “그냥 읽지 말고 싸워라!” 복잡한 주제를 공부할 때는 예시를 찾아보고, 다른 방법을 시도해보고, 스스로 질문을 던져봐야 한다는 거다. 이런 능동적 사고 과정을 거쳐야 진짜 학습이 일어난다.

던닝-크루거 효과: 무능할수록 자신감이 넘친다

몬티 파이튼의 존 클리즈가 한 말이 있다. “만약 당신이 아주 아주 멍청하다면, 자신이 멍청하다는 걸 어떻게 깨달을 수 있을까? 자신이 얼마나 멍청한지 알려면 상당히 똑똑해야 한다.”

던닝-크루거 효과의 핵심이다. 심리학자 데이비드 던닝은 저서에서 이렇게 설명한다. “무능한 사람은 자신이 무능하다는 걸 알 수 없다. 옳은 답을 만들어내는 능력과 옳은 답이 무엇인지 인식하는 능력이 정확히 똑같기 때문이다.”

온라인 강의를 듣고 나면 우리는 종종 이런 착각에 빠진다. 강의 내용이 이해됐으니까 마스터한 것 같다고 생각하는 거다. 하지만 이해와 적용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문제다. 미적분학 강의를 듣는 것과 실제로 미적분 문제를 푸는 것 사이에는 거대한 간극이 있다.

AI도 같은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재미있게도 인공지능 연구자들도 똑같은 문제와 씨름하고 있다. 초기 언어모델들이 ‘환각(hallucination)’ 현상을 보인 거다. 확률 분포를 바탕으로 답변을 생성하다 보니 자신만만하고 상세하지만 완전히 틀린 정보를 내놓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최신 AI 시스템들은 ‘불확실성 정량화(uncertainty quantification)’라는 방법을 사용한다. 여러 번 똑같은 질문을 던져봤을 때 일관된 답변을 하면 확신도가 높다고 판단하고, 매번 다른 답변을 내놓으면 불확실하다고 스스로 인식하는 거다. AI도 자기 실력을 객관적으로 파악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뜻이다.

현대인의 딜레마: 콘텐츠는 넘쳐나는데 실력은 안 늘어

팟캐스트, 온라인 강의, 전자책이 이렇게 접근하기 쉬웠던 적이 없다. 지하철에서도, 운동하면서도, 심지어 화장실에서도 학습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다. 몇 시간만 투자하면 도파민까지 분비되면서 뭔가 생산적인 일을 했다는 만족감을 준다.

하지만 여기서 함정에 빠진다. 수동적 학습은 완전 기만적이다. 당장은 진전이 있는 것 같지만 실제로 적용해보지 않으면 추상적이고 검증되지 않은 지식으로 남는다. 금세 머릿속에서 사라져버린다.

패스트캠퍼스의 ‘온라인 완주반’이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일반 온라인 강의 완강률을 3~7%에서 90% 이상으로 끌어올렸는데, 핵심은 수강생들이 ‘완주 실패 공약’을 미리 제출하게 하고 주기적으로 학습 상황을 점검하는 시스템을 도입한 거다. 강제로라도 끝까지 가게 만드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진짜 학습을 위한 3가지 실전 전략

1. 가상의 교수님께 설명해보기

대학 시절 구술시험만큼 잔혹한 게 없었다. 교수님 앞에서 개념을 설명하려다 보면 내가 얼마나 모르고 있었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친숙함을 유창함으로, 인식을 회상으로 착각했던 거다.

집에서도 똑같은 상황을 만들어볼 수 있다. 온라인 강의를 듣고 나서 가상의 교수님께 그 내용을 설명해보는 거다. 교재를 보지 말고, 완전한 답변을 만들어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진짜 이해했는지 아니면 그냥 익숙해진 건지 금세 판가름 난다.

2. 백지 학습법으로 진짜 실력 점검하기

백지 한 장을 놓고 오늘 배운 내용을 처음부터 끝까지 써보는 거다. 아무것도 보지 말고 순전히 기억에만 의존해서 말이다.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그게 바로 내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지점이다.

이 방법은 ‘안다는 착각(illusion of knowing)’에서 벗어나는 데 특히 효과적이다. 많은 사람이 내용을 여러 번 읽거나 강의를 반복해서 보면서 학습했다고 착각한다. 하지만 백지 앞에서는 숨을 곳이 없다.

3. 실전 적용과 피드백 루프 만들기

가장 중요한 건 배운걸 실제로 써보는 거다. 투자 강의를 들었으면 모의투자라도 해보고, 요리 클래스를 수강했으면 실제로 요리를 해봐야 한다. 실패하고, 틀리고, 좌절하는 과정이 진짜 학습의 시작이다.

뇌과학자들이 말하는 ‘바람직한 어려움(desirable difficulty)’ 개념이다. 연습할 때 뇌가 힘들게 일할수록 실전에서 더 잘 써먹을 수 있다. 장기 기억에 저장되고 다른 상황으로 전이되는 능력도 향상된다.

디지털 시대, 진짜 학습자가 되는 법

온라인 교육의 편리함을 포기하자는 건 아니다. 다만 콘텐츠 소비와 실력 향상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3시간짜리 강의를 보고 전문가가 된 기분에 취하지 말고, 그 내용을 실제로 써먹을 수 있는지 냉정하게 점검해봐야 한다.

기억하자. 학습은 편안한 게 아니다. 좌절스럽고 느리고 때로는 짜증 나는 과정이다. 하지만 그 과정을 거쳐야만 진짜 내 것이 된다. 온라인 강의는 출발점일 뿐이다. 진짜 목적지는 그 이후에 시작되는 능동적 실천과 적용에 있다.

참고자료

찬호

교육을 전공하고 현재 피트니스 쪽에서 일한다. 흥미로운 콘텐츠를 소개할 때 제일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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